온라인 놓치면 미래가 없다… 3사 모두 차별화된 승부수


이제 유통산업에서 온라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대규모 자본과 거대한 유통망을 확보하고 오프라인 시장에서 군림하던 유통 대기업들에게도 온라인 사업 강화는 큰 화두다. 국내에서 ‘유통 빅3’로 불리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의 온라인 사업을 심층 비교해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거래 금액은 2013년 38조 4978억원에서 2017년 78조 2273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성장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해 온라인 쇼핑업계 거래액을 살펴보면 G마켓,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3조 7000억원)와 11번가(9조원), 롯데닷컴(8조원) 순으로 많았다. 인터파크(3조 5000억원)과 위메프·티몬(각 3조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세계의 온라인 거래 액은 2조원대 수준이다.

롯데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e커머스(e-commerce)사업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온라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세계는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한 온라인 쇼핑몰 '쓱닷컴(SSG.com)' 출범 이후 실적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신장하면서 앞서가는 업체들을 추격 중이다.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거래 액은 2조 2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으로 다른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 온라인 쇼핑 1위 목표로 조직 신설

롯데쇼핑은 온라인 쇼핑업계 1위 도약을 목표로 최근 e커머스사업본부를 공식 출범시켰다. 1996년부터 22년 동안 온라인 종합쇼핑몰로서 면모를 유지해온 롯데닷컴 법인은 7월 31일자로 소멸되고 e커머스사업본부에 합병됐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온라인몰을 통합하고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연 매출 20조원과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온라인 사업 성장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새로 출범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조직은 약 1400명 규모로 운영된다. 기존 롯데닷컴 인력과 함께 계열사에서 정보통신(IT),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 연구개발(R&D)을 담당하던 인력 약 1000명을 통합해 그룹의 핵심 역량을 하나로 모은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2019년까지 총 400여명에 달하는 정보통신 및 사용자 경험, e커머스 물류 전문 인재를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는 공식 출범 후 첫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2019년 상반기에 ‘투게더 앱(Together App)’을 내놓는다. 고객 중심의 쇼핑 앱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투게더 앱'은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7개사(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롭스, 롯데닷컴)의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2020년에는 하나의 쇼핑 앱으로 7개사의 모든 온라인몰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 원 앱(LOTTE One App, 가칭)’을 출시한다. ‘롯데 원 앱’에는 음성 인식과 대화 방식을 통한 상품 추천 및 구입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안에 자체 개발한 AI 스피커 베타 버전(시험 제품)을 내놓고 2020년까지 모든 쇼핑이 음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더불어 수년간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와 오프라인 매장 직원처럼 고객의 의도를 알아내 응대할 수 있는 AI 채팅로봇 ‘로사’ 등을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게 롯데의 전략이다. 롯데는 IBM과의 협력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는 “현재도 매월 온라인에서 롯데를 이용하는 고객이 2200만 명에 달한다”며 “향후 선보이게 될 통합 앱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는 온라인 주문에 대한 배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 매장과 물류 창고, 물류 계열사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은 백화점, 마트, 편의점, 하이마트 등 전국적으로 1만 1000여개에 달하며 롯데로지스틱스, 롯데택배 등 자체 물류 계열사도 가지고 있다.

신세계, 전용 물류센터에 강점 보여

신세계그룹은 e커머스 사업에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인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1위 e커머스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나섰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하고 e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해 그룹 내 핵심 유통 채널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비알브이 캐피털 매니지먼트(BRV Capital Management)’,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등 외국계 투자운용사 2곳과 향후 e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한 1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세계그룹은 그룹 내 유통 통합 플랫폼인 SSG.COM(쓱닷컴)을 통해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SSG.COM은 쇼핑에서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된 편의성, 당일 배송 및 3시간 단위 예약 배송이 가능한 배송 체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백화점에서 마트까지 아우르는 400만개에 이르는 상품 등의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SSG.COM은 2014년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매출이 매년 최소 18%에서 최대 32%까지 성장을 기록해 출범 당시 1조원이었던 거래액이 2조원을 넘었다. 5년 후인 2023년에는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그룹의 핵심 유통 채널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이마트몰은 지난 2014년 6월 경기도 용인시에 국내 최초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보정센터(NE.O.001)를 만들었으며, 2016년 2월에는 경기도 김포시에 김포센터(NE.O.002)를 열어 수도권 동남부 및 서부 지역을 공략 중이다. 개별 물류센터의 이름에 붙는 'NE.O'는 'Next generation Online Store(차세대 온라인 점포)'의 의미로 온라인 시장의 다음 세대를 이끌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포센터(NE.O.002)는 연면적 4만3596㎡(1만 3188평)로 지하 1층, 지상 5층의 규모로 총 1420억 원을 투자해 건설했다. 이는 보정센터 연면적 1만4605㎡(4418평)의 3배에 달하며, 온라인 전용물류센터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다. 김포센터는 서울 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온라인 배송을 담당하고 있는 보정센터와 더불어 일산, 가양, 영등포, 목동 등 서울·수도권 서부지역 20여 개 점포의 온라인 배송을 담당하게 되며 향후 배송지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주문한 당일 상품을 바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전용센터 권역의 경우 당일 배송 처리 비중이 70%로 당초 점포 배송 시 30% 선에 머물렀던 것보다 2배 이상 늘어 3시 이전 주문 시 실질적으로 당일 배송을 원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주문한 당일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특히, 이마트몰의 경우 고객이 배송 일자는 물론 배송 시간까지 3시간 단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김포센터의 도입으로 이마트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수도 증가했다. 기존 점포 배송의 경우 해당 권역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가 없었는데, 전용센터에서 재고를 한 곳에서 관리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지역과 상관없이 구매할 수 있다. 취급 상품 수의 경우 평균 2만 5000개에서 5만여개로 늘어났다. 김포센터의 서울·수도권 서부지역 1일 배송처리 물량은 기존보다 2배 늘어나 2만여 건에 육박한다는 게 신세계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지속적으로 늘려 독보적인 물류 경쟁력과 상품 경쟁력을 강점으로 온라인 시장 강화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김포에 물류센터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롯데의 경우에는 김포에 9000평에 이르는 물류센터를 지니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엔 아직 온라인 물류센터가 마련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VR·AR 기술로 온라인 차별화 전략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리테일테크(Retailtech)’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테일테크는 소매 또는 소매점을 뜻하는 리테일(Retai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편의점·마트 등의 소매점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백화점이 리테일테크를 적용한 예로 '증강현실(AR) 메이크업' 서비스가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중국 뷰티 관련 스마트폰 앱 개발 전문기업인 ‘메이투’와 제휴를 맺고, 자사 공식 온라인 쇼핑몰 ‘더현대닷컴’에 가상 메이크업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몰에 증강현실을 이용한 메이크업 시연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투가 지난 2015년 개발한 ‘메이크업플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2억건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월 이용자만 1400만명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월 이용자가 50만명에 달할 만큼 큰 인기다. 이번 메이크업 서비스 도입으로 고객들은 자신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더현대닷컴 앱을 통해 간편하게 제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에스티로더, 슈에무라 등 8개 화장품 브랜드에 서비스를 도입한 뒤 향후 20여개 브랜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6년 더현대닷컴에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VR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몰에 VR 기술을 적용한 것은 더현대닷컴이 처음이다. 고객들은 더현대닷컴 VR스토어에 접속하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의류 매장을 모바일 앱과 VR 기기를 통해 360도로 확인할 수 있다. VR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을 재현한 것이다.

더현대닷컴은 최근 독일의 필기구·가죽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VR 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VR 매장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들은 VR 기기로 화면에 접속하면 실제 매장에 들른 것처럼 3차원의 쇼핑이 가능하다. VR 기기 화면 내 화살표를 응시하면 매장을 걸어다닐 수 있고, 선호하는 제품을 보면 제품 정보가 뜬다.

더현대닷컴 관계자는 "기존 온라인몰은 상품 정보를 주로 글과 사진으로 제공했지만, VR 백화점은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과 진열된 상품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한 것이 특징"이라며 "소비자는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현대닷컴은 채팅 로봇인 '헤이봇'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기존 채팅 로봇이 구매, 반품 등을 선택해서 정해진 답변을 주는 방식인 '키워드 선택형'이라면, 더현대닷컴의 헤이봇은 구매 내역, 상품 배송 현황 등을 문장으로 직접 물으며 채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헤이봇은 고객들이 사용할수록 데이터가 쌓여 그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답변을 전한다. 더현대닷컴은 현재 5000여개의 키워드를 등록해 5만개의 답변을 준비했고, 향후에는 4배 이상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문 확인, 배송 조회 등 8개 항목에 대한 채팅이 가능하고 올해 안에 상품 검색, 결제 등 적용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경석 기자

허나래 연구원 “유통 인프라가 온라인 경쟁력 결정”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주목할 만큼 큰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은 없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3사의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은 2017년 거래액 기준으로 롯데 10%, 신세계 2% 정도다. 현대백화점은 1% 이하로 추정된다.

허나래 연구원의 말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는 유통 대기업 3사 중에서 신세계가 가장 앞서 있다고 본다. 그다음이 롯데, 현대백화점 순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부문에 치중하면 자신들의 오프라인 사업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한 기업의 신제품이 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다. 즉, 같은 구매자의 소비를 이익률이 낮은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하지만 오프라인 고객을 온라인 시장에 빼앗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고객을 자사 온라인몰이 유치하느냐, 다른 온라인몰에 빼앗기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허 연구원은 “아마존은 물류센터를 잘 구축해 미국의 온라인 유통 시장을 장악했다”며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유통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여부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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