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없이 전자기기 충전…본격 상용화 ‘코앞’

KAIST는 무선충전 방식의 전기버스를 교내 셔틀버스로 활용 중이다.(사진=카이스트)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이 10대 미래 유망기술에는 무선전력전송(wireless power transfer) 기술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전선 없이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널리 상용화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내ㆍ외 공간에서 전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볼 수 있다. 이 전자기기들은 전선을 통해 공급받은 전력으로 가동된다. 그런데 만약 전력을 전송하는 데 전선이 필요가 없다면 얼마나 편리해질까.

이런 점에서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자유로움과 편리함을 주고 미래사회를 바꿀 유망기술로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는 2020년 무선전력전송 시장 규모가 약 148억달러(약 16조 6900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小)전력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현재 일상으로 자리잡은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Bluetooth)와 같이 빠르고 폭넓게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안상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원은 "소형 전자기기는 배터리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며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사물인터넷(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 관련 기기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주(主) 전력의 문제점을 보완한다"고 말했다.

국내외 기업들도 잇달아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개인용 전자기기 무선충전뿐만 아니라 무선으로 충전할 수 있는 청소기 등 가정용 전자제품들도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기업 워프솔루션은 세계 최초로 RF(Radio Frequency·주파수)를 이용한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RF 무선충전 기술은 최대 반경 4.5m까지 무선충전이 가능한 기술로 원거리 충전, 멀티 충전, 자동 추적, 인체 안전성 등 4가지 장점을 지녔다.

미국 기업 에너저스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전시회 ‘2018 CES’에서 중거리 무선전력전송을 위한 '와트업'(약 1미터까지 RF 신호를 보내 스마트폰, 인공지능 스피커 등에 전기 에너지를 전송할 수 있는 시제품) 기술을 소개했다.

전기자동차에 적용할 무선전력전송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카이스트(KAIST)는 이미 2012년 대(大)출력 무선충전 방식의 전기버스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 바 있다. 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2014년 세계 최초로 무선전력전송 기술을 고속열차에 적용하는 시험을 실시했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안상진 연구원은 "지금까지 공개된 기술 중에는 카이스트가 발표한 온라인 전기차 '올레브'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는 등 주목할 만했다"고 전했다. 올레브는 도로 밑 15cm 지점에 매설한 전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차량 하부에 장착한 집전장치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운행하는 친환경 전기차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유선 충전기 없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 기기를 무선으로 충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서는 유선으로 연결하거나 정해진 무선충전 패드 위에 정확히 올려놓아야 하지만,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사무실이나 가정에서 스마트 기기의 위치에 관계없이 전기에너지 무선전송 핫스팟(무선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파를 중계하는 기지국)을 통해 충전이 가능하다.

무선전력전송 기술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전력 전송의 효율성이 낮다는 점이 대표적인 한계로 지적된다. 안상진 연구원은 "사실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직접 접촉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전력 전송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 전력보다는 보조 전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무선전력전송 기술은 전력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전자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유해성을 회피할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원천기술 확보도 아직 미흡하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기 유도 제품의 핵심 칩셋은 대부분 외국 제품을 활용한다. 국내 기업들은 모듈 단위로 제작하는 수준이다. 또한 현재 미국이 수 미터급 무선전력전송 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주도하고 있으나, 한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아직까지 시험 기준조차 없다. 또 무선전력전송 기술에 관한 국제표준이 제정되지 않아 제품화에 어려움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위원은 "무선전력전송 기술의 상용화에는 제품 간의 호환성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국제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호환성 문제가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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