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못한 ‘중형’ 구형에 반격 준비하나

박천희 대표, 선고공판 앞두고 돌연 변론재개 신청

檢, 박천희 대표에 엄중한 처벌 강조하며 징역 4년형 구형

'혐의인정+피해변제+반성'에도 불구한 중형 구형… 법리다툼 다시 시작하나

박천희 원앤원 대표가 선고공판을 앞두고 돌연 변론재개 신청을 했다. (사진=한민철 기자)

한민철 기자

‘박가부대’ 등 회사 소유 상표권을 부당하게 사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4년형을 구형을 받은 박천희 원앤원 대표가 선고를 앞두고 돌연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검찰 측의 예상외의 구형에 공소사실을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다투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박천희 대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사건의 선고공판은 취소된 채 마무리 됐다.

이틀 전인 8월 28일 박천희 대표 측이 재판부에 신청한 변론재개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 사건 재판의 속행이 결정되면서 당연히 선고가 미뤄졌다. 다음 재판은 기존 선고공판으로부터 한참이 지난 오는 20일이 진행된다.

이날 박천희 대표의 선고공판을 취재하기 위해 모여든 기자들은 법원 경위로부터 재판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달 받고, 빈손으로 재판정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앞서 박천희 대표는 ‘박가부대’ 등 원앤원 법인 소유 상표권을 자신이 설립한 ‘원비아이’라는 회사에 등록, 부당하게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17일 진행된 이 사건 재판의 선고공판에서 검찰 측은 박 대표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4년형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 측은 박 대표에 대한 양형이유를 설명하면서 “가맹본부의 상표 취득 및 유지는 대표이사의 중요한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상표를 대표이사가 개인적으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피고인(박천희 대표)은 회사(원앤원)의 재산상 손해를 방지하고 성실하게 회사를 위해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직무를 수행해야 할 대표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가지고 있다”라며 “그런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의 가맹사업에 사용할 상표를 실제 사용할 의사가 없는 1인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피해자 회사로 하여금 상표 사용료를 지급하도록 한 것은 당연히 업무위배 행위라고 판단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인 차원에서 상표를 개발했음에도 (상표)등록 명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인이 부당하게 사용료를 지급하는 결과가 발생했고, 그 결과 상표 개발 및 유지 비용이 피해자 회사와 가맹 사업주, 소비자들에게 부담되는 부당한 결과가 야기됐다”라며 “상표제도를 악용한 배임 행위는 결과적으로 가맹점주와 소비자들의 정당한 이익을 가로채고 추가적 부담을 전가해 경제정의 및 공정한 거래 질서를 침해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상표권 제도 악용을 차단하고 가맹사업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라는 것을 고려할 때 박 대표에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사실 이날 검찰 측의 구형에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 변호인단은 이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법리공방을 예고했다.

그러나 다음 기일에 검찰 측 공소사실과 혐의를 인정하며 박 대표가 반성하고 있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단은 박 대표가 반성의 의미로 이 사건 공소장에 적시된 원앤원의 피해액 22억원에서 1억 5000만원을 추가한 총 23억 5000만원을 원앤원 측에 변제하기로 했고, 문제가 된 상표 역시 원앤원 법인에 되돌려 놨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원앤원 브랜드 가맹점주들과의 상생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 23억 5000만원을 가맹점의 노후화된 간판 교체 비용과 식자재 지원비 등으로 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원앤원 측도 언론사에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회사 차원에서 박 대표의 선처 호소를 지원했다.

때문에 검찰 측에서도 이런 부분을 참작한 구형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징역 4년형이라는 비교적 부담스러운 양형이 제시되며 박천희 대표를 비롯한 변호인단 역시 다소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검찰 측의 구형이 나오자 혐의를 인정한다던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기존 방어논리를 다시 끄집어냈다.

실제로 박 대표 측 변호인단은 검찰 구형에 이은 변호인 최종 의견에서 “원앤원은 사실 피고인이 80% 주식, 피고인의 처가 20% 주식을 보유한 사실상 피고인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라며 “원앤원은 상장회사도 아니며 원비아이도 피고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피고인 개인 것으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상표권을 피고인 개인이 가지고 있건 원비아이가 가지고 있건, 원앤원이 가지고 있건 어차피 상표는 다 피고인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상표권 침해의 피해를 입은 원앤원이나, 해당 상표권을 부당하게 등록한 것으로 알려진 원비아이나 모두 박 대표의 소유로, 굳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것이 과연 유죄가 될 수 있냐는 취지였다.

그만큼 선고를 이틀 앞두고 갑작스럽게 이뤄진 박천희 대표 측의 변론재개 신청은 앞서 언급한 박 대표 측 대응논리 등을 바탕으로 그의 무죄를 입증해 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혐의 인정을 철회하고 공소사실을 부인한 원래 입장으로 돌아가 검찰 측과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물론 향후 이 사건 재판이 속행돼 박 대표 측에 대한 변론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다고 할지라도 반드시 그에게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한 차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재판을 진행해 나갔고, 박천희 대표가 원앤원 측에 ‘피해액’을 변제했고 상표권을 반환했다는 점에 대해 재판부와 검찰이 단순한 반성의 의미보다 박 대표 스스로가 원앤원에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천희 대표가 원앤원 측에 재산상의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 의도적이고 악의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반박할 수 있는 검찰 측 수사결과 역시 매우 논리적이다.

박천희 원앤원 대표. (사진=원앤원 홈페이지 캡처)

이 사건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천희 대표는 원비아이를 설립하기까지 회계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또 각종 보고서를 통해 원앤원 브랜드의 상표를 원비아이 명의로 등록하고 상표 출원을 하는 내용을 꾸준히 보고 받았고, 관련 품의서에 결재까지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검찰 측은 박가부대 등의 상표들이 원비아이 명의로 등록이 돼 있음에도 원비아이는 이 상표들을 사용할 의사도 능력도 없으며 가맹사업을 진행할 의사도 없었다고 보고 있다.

각 상표들이 원비아이 명의로 등록된 점은 원앤원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에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원비아이에 귀속되고 결국 이는 박천희 대표 개인에게 전부 돌아가도록 할 의도였다는 설명이었다.

한편, 원앤원 측은 이번 박천희 대표의 변론재개를 두고 검찰 측의 예상외의 구형에 다시 혐의를 다투려는 것이냐고 묻는 질문에 침묵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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