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본사<사진=대웅제약>
일선 물러났지만 지배력 강해…적당한 시점 컴백 노릴 듯

윤재승(56)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 대한 ‘폭언 갑질’ 파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윤 회장은 지난달 27일 입장문을 통해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영향력이 막강한 국내 기업 풍토를 감안하면 윤 회장이 적당한 시점을 택해 복귀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그는 대웅제약을 비롯한 대웅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인 ㈜대웅의 최대 주주이다.

대웅그룹의 주축 회사는 ‘우루사’라는 의약품으로 유명한 대웅제약이다.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은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다가 1966년에 대한비타민산업(현 대웅제약)을 인수해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는 2002년 기업분할을 통해 (주)대웅을 지주회사로 세우고, 대웅제약을 비롯한 계열사들을 자회사로 두는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윤 명예회장은 장남 윤재용, 차남 윤재훈, 삼남 윤재승, 딸 윤영 등 3남 1녀를 뒀다. 일반적으로 맏아들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국내 재계 풍토에서 셋째 아들이 후계자가 된 것은 좀 이례적인 사례다. 윤재승 회장은 1997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상당한 경영 수완을 발휘했고, 2014년 9월 마침내 대웅제약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현재 윤재승 회장은 대웅그룹 지주회사인 ㈜대웅의 최대 주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윤 회장의 ㈜대웅 주식 지분율은 11.61%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는 대웅그룹 산하 장학재단인 대웅재단이 9.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2대 주주라 할 수 있다. 대웅재단 이사장은 윤재승 회장의 모친인 장봉애 씨다. 윤재승 회장은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재단 이사진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국내 재계에서는 기업 산하 공익재단이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영환 명예회장의 다른 자녀들도 ㈜대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윤재용 대웅생명과학 사장의 지분은 6.97%다. 딸 윤영 씨도 5.42%의 지분을 갖고 있다. 차남인 윤재훈 전 대웅제약 부회장은 2015년 ㈜대웅의 자회사인 알피코프를 가지고 계열 분리했다. 윤재훈 전 부회장은 대웅그룹 경영권 승계를 두고 동생인 윤재승 회장과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재승 회장은 대웅그룹 계열사는 아니지만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들을 통해서도 ㈜대웅의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다. 엠서클, 디엔컴퍼니가 각각 1.77%의 지분을 갖고 있고, 블루넷이 0.26%, 아이넷뱅크가 0.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주로 대웅그룹과 거래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승 회장의 쌍둥이 자녀인 윤수민, 윤수진 씨도 ㈜대웅의 지분을 각각 0.02%씩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재승 회장이 이번 폭언 파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윤 회장의 자녀들이 연령이나 지분 확보 측면에서 경영 승계를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훨씬 지배적이다.

윤재승 회장이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들도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엠서클은 의료기기 도·소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매출 543억 5100만 원, 영업이익 1억 9100만 원에 그쳤지만, 2016년에는 매출 455억 3000만 원, 영업이익 16억 500만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는 매출 452억 3000만 원, 영업이익 27억 4100만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엔컴퍼니는 의약품 도매업을 주로 한다. 노갑용 대웅제약 부사장이 이 회사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블루넷은 스포츠 교육기관, 전자부품 제조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윤재승 회장의 아들 윤석민 씨가 이 회사에 재직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 아이넷뱅크는 네트워크 구축,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의 지난 3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기타특수관계자’로 ㈜대웅, 대웅제약, 대웅경영개발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경석 기자

윤재승 회장-이해진 네이버 GIO ‘끈끈한 관계’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갑질 파문이 엉뚱하게 네이버에도 불똥을 튀겼다. 윤 회장이 네이버가 운영 중인 비영리 교육재단 ‘커넥트’의 이사장으로 2013년부터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는 윤 회장을 롤모델로 삼는다고 말했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운 관계로 알려져 있다. 윤재승 회장과 이해진 GIO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다.

윤재승 회장은 평소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IT를 경영 시스템에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SK텔레콤과 NHN(현 네이버)의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IT 업계에 두터운 인맥을 구축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사실상 윤 회장의 ‘개인 회사’ 성격을 가진 디엔컴퍼니, 블루넷, 인성티에스에스 등 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네이버 기업집단’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3개사는 네이버와 지분 소유 관계가 없다. 다만 윤 회장이 네이버 계열의 공익재단인 커넥트의 이사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기업집단에 포함된 것이다. 같은 사례로 휴맥스를 들 수 있다. 휴맥스 역시 변대규 회장이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공정위의 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네이버 기업집단으로 포함된 바 있다. 하지만 휴맥스는 행정소송을 통해 네이버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윤재승 회장이 지배하는 3개사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 직원들 “이런 일 터질 줄 알았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폭언 갑질 파문은 회사 이미지에도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윤재승 회장은 직원에게 “정신병자 XX 아니야. 이거? 야. 이 XX야. 왜 그렇게 일을 해. 이 XX야. 미친 XX네”라는 등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제약업계에서는 윤 회장이 차갑고 포용력이 떨어지는 인물이라는 평판이 떠돌기도 했다. 실제로 윤재승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에 대웅제약 임원들이 다수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폭언 갑질이 알려진 후 한 직원은 익명을 보장하는 한 직장인 커뮤니티를 통해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 회사를 그만둔 한 전직 직원은 “회장 비서들이 울면서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며 “그는 수십 년간 대웅을 위해 일한 임원들에게도 가차없었다”고 전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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