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로 경쟁력 제고…일자리 감소 충격파 부작용도

세븐일레븐, 인공지능 결제 로봇 ‘브니(VENY)’ 세계 최초 선보여

이마트24, 무인점포ㆍ셀프형 매장 등 미래형 편의점 개발 나서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선보인 인공지능(AI) 결제 로봇 '브니(VENY)'.(자료=세븐일레븐)

강민경 기자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기술적 발전이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 고유의 일이라 여겨졌던 일들이 점점 기계로 대체되는 추세가 확연해지고 있다. 최근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무인화’가 메가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특히 유통업계에서 무인화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발달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절감 움직임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마이클 A. 오스본 교수와 칼 베네딕트 프레이 연구원은 지난 2013년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10년 내에 미국의 일자리 절반이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등 기술 발달이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이른바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에 주목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5월 마이클 A. 오스본 교수와 칼 베네딕트 프레이 연구원의 연구를 국내 노동시장에 적용해 분석한 바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노동시장 일자리의 43%가 자동화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약 2660만 명 중에서 1136만 명이 향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어 자동화 중위험군은 전체 취업자의 39%인 1036만명, 저위험군은 18%인 486만명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자동화 위험이 가장 높은 직업은 통신서비스 판매원, 텔레마케터, 인터넷 판매원 등과 같이 판매를 주요 업무로 하는 직업들이었다. 판매 종사자 306만명 중 78%(238만명)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매장 판매 종사자(197만명), 방문노점 및 통신판매 관련 종사자(38만명)들이 고위험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었고,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아마존 고(Amazon Go)’와 같은 무인 매장이 확대돼 ‘챗봇’, ‘인공지능 상담원’ 등이 콜센터의 고객상담 업무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건비 부담 높은 편의점서 무인화 활발

최근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무인화 시스템이 적극 도입되고 있다. 유통업계 무인화 열풍에 대해 업계에서는 “디지털 시스템 적용 등을 통해 가맹점주 혹은 관리 직원들의 편의성 및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들도 고품질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통업계에서도 무인화 움직임이 가장 활발히 나타나는 업태는 매장 운영 시간이 길어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무인화 및 디지털 시스템 도입의 선두주자다. 세븐일레븐은 고객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다양한 결제 서비스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결제 로봇 ‘브니(VENY)’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은 7가지 핵심기술(7-Technology)을 접목해 소비자 접점에서의 서비스 완성도를 높였다. 브니의 7대 핵심기술은 △AI 커뮤니케이션 △안면 인식 △이미지‧모션 센싱 △감정 표현 △스마트 결제 솔루션 △POS 시스템 구현 △자가진단 체크 기능 등이다.

브니는 소비자의 쇼핑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두루 갖췄다. 먼저 AI 학습 기반의 대화 기능으로 TTS(Text To Speechㆍ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 지원이 가능하다. 브니 자체에 대한 소개, 상품ㆍ마케팅ㆍ서비스 안내, 그 외 일상 대화나 유머 등 상황별 발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작동 가능한 상황 시나리오는 약 1000여 개에 달한다.

또 안면 인식 기능을 통해 고객의 얼굴을 기억해 고객이 재방문할 경우 맞춤 접객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고객 동의하에 인증 과정을 거치면 안면 정보를 검출, 비교, 추론하여 기억한 후 추후 재방문 인사와 안내를 수행할 수 있다.

고객 결제나 각종 대화 시에 친근감을 주기 위한 7가지의 3D 감정 표현 기능도 눈길을 끈다. 하트, 웃음, 당황, 슬픔, 휘파람, 윙크, 놀람 등 7가지 표정을 통한 접객 서비스로 보다 재미있고 편리한 쇼핑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세븐일레븐 측의 설명이다.

세븐일레븐은 4세대 결제 서비스인 바이오페이(생체정보 인증을 통한 결제 솔루션)의 일종인 ‘핸드페이(Hand-pay)’도 새롭게 도입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핸드페이는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로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암호화된 난수값으로 변환해 신용카드에 등록한 후 결제 시 간단한 손바닥 인증만으로 본인 확인 및 물품 결제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세븐일레븐 측은 스마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 2, 3호점을 잇따라 개점하고 기술 개발을 통해 접객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 기존 상주 근무자들이 본연의 점포 운영 관리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고 점포 운영 수준을 한 단계 높여나간다는 입장이다.

정승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는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고 세븐일레븐은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여 가맹점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고객들에겐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세븐일레븐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체정보 인증 결제 솔루션도 선보여

이마트24도 무인화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9월부터 상권별로 점포를 선정해 무인편의점 6곳을 시범 운영 중이다. 이마트24 측은 무인점포 시험 운영을 통해 점포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향후 경영주의 이익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래형 편의점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24 무인편의점은 신용카드로 본인 인증을 거치면 출입이 가능하다. 매장 내에는 셀프계산대가 있어 고객이 스스로 결제할 수 있는데 삼각김밥이나 도시락 등 신선식품(Fresh Food) 상품에는 타임바코드가 부착되어 있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의 셀프 결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점포 내 냉동ㆍ냉장 집기에는 온도 센서가 있어 온도가 급격히 오르는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본사 헬프데스크와 영업 관리자에게 알림 메시지가 전송된다. 점포 내 고객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 헬프데스크에서 무인점포 내 CCTV와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에게 응대한다.

이마트24는 지난 5월 기존 편의점 매장과 자동판매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도 선보였다.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는 기존 매장과 셀프형 매장이 동시에 운영되고, 자정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는 셀프형 매장만 운영되는 식이다.

셀프형 매장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점주들이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마트24는 올해 신규 가맹점을 중심으로 70개의 셀프형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면서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점주들도 늘었는데, 실제 이마트24 전체 점포에서 24시간 운영 점포 비율은 2015년 35.4%, 2016년 34.6%, 2017년 31.8%, 올해 상반기 26%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이마트24 측은 “셀프형 매장이 도입되면 24시간 미영업 점포는 영업시간을 늘려 24시간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편의점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또한 경영주(가맹점주)는 야간 시간대 인건비 등의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하면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향후 자동판매기를 활용한 무인창업 모델도 검토할 계획이다. 무인창업 모델은 소형 평수에서도 편의점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주의 임차료, 인건비 등의 부담이 낮아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편의점 창업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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