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 전략 구사하면 상권이나 입지의 약점도 극복할 수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상권이 좋지 않아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전략만 잘 짜면 상권의 입지적인 불리함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온리(ONLY)소비’ 키워드를 전략에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카페 ‘혜민당’과 ‘커피한약방’. 찾기도 어려운 외진 골목에 자리잡고 있지만 매장은 늘 발품팔아 찾아오는 손님으로 붐빈다. 70~80대 시니어들이 좋아할만한 낡은 자개를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이처럼 유일함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온리’ 점포는 그 자체가 명소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예 간판 없이도 독특한 고객 경험을 무기로 ‘명소’로 떠오른 온리점포도 적지 않다. ‘온리’ 전략이 SNS에 익숙한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면 ‘군계일학’ 전략은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업종 관계자들이 눈여볼만 하다. 주변의 상권이나 입지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해당 상권내 수많은 점포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인테리어나 상품력, 서비스 등으로 단단히 무장해 ‘군계일학(群鷄一鶴)’의 고고한 한마리 학처럼 존재감을 확고히 드러내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가성비 전략으로 외진 골목길의 군계일학이 되다

칼국수&시락국밥 브랜드 ‘밀겨울’의 서울 가락매장은 원룸이 많은 주택가 상권의 골목길 제일 끝자락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가성비 전략으로 외진 상권에서 군계일학 점포로 자리매김됐다. 빅데이타로 상권을 분석해보면 밀겨울 서울 가락매장은 C- 등급에 그친다. 도로변에서 두 블록 더 들어가야 하며 오후 5시 이후로는 사람 왕래가 적은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매장 앞이 주택가여서 민원이 들어 올까봐 밤에는 일부러 간판 불도 켜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희 사장(49)이 이곳을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주변에 20개 이상의 소기업이 있다. 직장인들이 매일 비싼 식사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에 3900원에 든든한 한 끼 먹을 수 있는 밀겨울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가지고 있는 자본금으로 창업하자는 생각을 했다. 직장을 다니며 칼국수전문점 창업을 염두에 두고 있던 그는 다른 칼국수 브랜드도 알아봤다. 하지만 가맹비, 기계구입비를 포함해 2억원에 달해 창업비용이 부담스러웠다. 기존 백반집 철거 비용을 포함해도 밀겨울 ‘가락점’의 총 투자비가 3000만 원 밖에 들지 않았으니 나름 의미있는 선택을 한 셈이다. 세째, 실제 발품으로 모은 상권 분석 정보를 믿었다. 이유희 사장은 가게 주변 부동산, 거주민들을 만나며 상권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점심 장사를 하기 괜찮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외진 곳에 있어도 가성비 있는 음식을 먹는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근에 있는 먹자골목 상권의 경우, 바닥 권리금 2000만~3000만원을 주고 들어가 월세를 수백만 원씩 내도 매일 가게가 바뀐다. 중요한 것은 상권보다 맛과 서비스, 견실한 수익구조다. 이유희 사장은 이 점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비가 비싸고 직원 5명이 일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화려한창업’ 대신 철저하게 가성비 창업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밀겨울 ‘가락점’은 홀 1명, 주방 1명의 직원을 두고 18평(59㎡) 매장에서 하루 약 170명의 고객을 받고 있다. 새로 출시한 소고기 시락국밥(5900원)이 직장인에게 가장 인기 메뉴로 객단가는 8000~9000원이다.”


한식당이 망해 나간 자리로 다시 입점한 한식 브랜드

최근 들어 몰 창업이 인기다. 하지만 몰에 입점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몰 자체가 활성화가 되지 않았거나 상품 경쟁력이 없으면 망할 수도 있다. 인천 송도 현대아울렛몰에는 한식당이 폐업해서 3개월간 비어있던 매장에서 주중 300만~350만원, 주말 600백만 원 까지 매출을 올리는 매장이 있다. 대표적인 한식 전문브랜드인 ㈜풀잎채가 운영하는 ‘사월에 보리밥과 쭈꾸미’이다. 현대아울렛몰의 식사 공간은 지하 1층 푸트코트와 3층 식당가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 매장은 3층의 군계일학 점포이다. 이 매장이 몰에서 군계일학점포로 성공한 것은 상품력 덕분이다. 보리밥을 고등어구이, 보쌈, 쭈꾸미 등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세트메뉴가 인기이다. 보리밥을 먹으면 쉽게 배가 고프다. 이를 감안해 한식전문 브랜드의 노하우를 살려서 ‘먹음직한 일품요리’를 보리밥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 든든한 식사 메뉴를 만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쭈꾸미 한상으로 객단가는 1만4000원 선이다 매출이 높지만 주방은 간소하다. 본사에서 보내준 레시피와 원팩 제공된 재료로 요리 초보도 쉽게 조리가 가능하다. 송도점의 경우 레시피를 주방 코너 코너에 붙여둬 어떤 직원이 조리해도 항상 일관된 맛이 나도록 신경 쓰고 있다. 쭈꾸미, 떡갈비, 보쌈 등으로 구성된 메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고객의 만족도가 높다. 이 매장은 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 한식당에서 쓰던 에어컨, 집기류 등을 최대한 인수했다. 몰에 입점하려면 보증금 3000만 원을 내야하지만 오랫동안 비어있던 자리에 들어간 것이라 면제 받을 수 있었다. 규모 77평(254㎡) 매장으로 테이블 17개 외에도 8개 룸을 별도로 갖추고 있다. 주 고객층은 40~50대로 평일 점심시간에 예약을 하는 고객이 많다. 예약이 많은 룸은 원래 있던 한식당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단체 예약 손님이 오면 식혜, 음료수 등 서비스를 줘 단골로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단골 비중이 70~80%를 차지한다. 올 여름 폭염으로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본사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사월에’는 아침에 출근하면 배송기사가 식자재를 다 세팅해주기 때문에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밝은 인테리어, 동네 주민들 단골로 만들며 군계일학 점포 등극

서울 가좌역 부근 모래내 시장 음식점가. 저녁에 가보면 어두컴컴한 골목에 누가봐도 ‘군계일학’으로 보이는 점포가 하나 있다. 허름하고 낡아 보이는 음식점들 가운데 화려한 성처럼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점포는 기자 출신 자영업자인 김연배씨가 운영하는 치킨호프전문점(바보스 모래내가좌역점)이다. 1970~1980년대 모래내 상권은 명동에 비교될 정도로 활기가 넘쳤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상권 자체가 활력이 떨어졌다. 바로 그런 동네에 김연배씨는 비어있는 가게를 좋은 조건으로 얻었다. 가로가 긴 점포에 젊은 감각으로 현대적이고 밝은 인테리어를 하자 상권의 외양이 바뀌었다. 가로가 긴 매장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눈에 확 띈다. 밤이 돼 간판 불을 켜면 그 효과가 더 극대화 된다 뿐만 아니다. 그 지역 음식점들은 보통 6시가 되어서야 문을 열었으나 김연배 사장은 그래서는 장사가 안 된다고 판단, 2시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기자 시절 터득한 대인관계기술을 잘 활용해 3개월 만에 100명이 넘는 단골 고객을 만들었으며 주로 50대 이상인 고객들을 친구이자 형ㆍ동생 사이로 만들었다. 음식에도 신경을 써 미리 안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가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인근에 재개발된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해당 상권으로 오는 걸 꺼렸지만 김연배 사장이 상권의 외양을 바꾸면서 지금은 젊은 아파트 주민들까지 일부러 이 곳을 찾다보니 인근 점포들까지 덩달아 고객이 늘어나는 덕을 보고 있다. 김 사장은 직접 개발한 ‘치킨+샐러드+포테이토’ 세트메뉴로 16평(52㎡) 매장에서 하루에 120만~170만 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SNS에서 맛 집으로 평가 받으며 20~30대 젊은 고객이 늘어 골목 자체에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번화가는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 고정비 지출이 많은 곳보다 골목 여기저기 찾아 군계일학이 되면 김연배 사장같은 성공사례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조용하던 지역에 찾는 사람이 많아지니 주변 가게 매상들도 함께 오르니 일석이조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눈길 끄는 디자인컨셉’ ‘좋은품질’로 비어있던 버림받은 점포가 군계일학으로 변신

대규모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상업시설도 함께 들어서므로 창업할 기회도 그만큼 늘어난다. 하지만 목이 좋은 점포는 임대료가 비싼 게 흠이다. 이럴 때 임대료가 조금 저렴하지만 군계일학 전략으로 점포를 살릴 방법은 없을까? 경기도 용인 신봉동에 있는 올떡 용인신봉점이 그 주인공이다. 이 매장은 ‘품질력’와 매력적인 인테리어, 배달과 테이크아웃이라는 판매 방식으로 군계일학이 되는데 성공했다. 신봉동은 광교 수지가 맞닿아있는 주거지다. 6000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이미 입주해있고 인근에는 신축 중인 아파트들도 많다. 이 지역의 번화가는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화려하지만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올떡 신봉점은 상권 초입이기는 하지만 유동인구가 거의 없어 외진 자리에 있다. 대신 임대료는 저렴하다. 월세는 88만 원 선으로 중심가에 있는 점포 임대료보다 2~3배 이상 저렴하다. 지난 5월에 창업한 이 가게는 1년 이상 주인 없이 비어있던 곳이다. 현재 매출액은 주중 50만 원대, 주말 100만 원대이다. 올떡은 ‘쿠킹 스튜디오’라는 컨셉을 도입해 브랜드 BI부터 메뉴,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을 바꿨다. 매장의 흰색 바탕 파사드는 멀리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외진 자리지만 상권 초입이라 동네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좋다는게 장점이다. 쿠킹 스튜디오라는 디자인력이 홍보효과를 발휘해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배달이나 테이크 아웃 고객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품질이다. 올떡 신봉점은 태양초고추 무안양파,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함유한 전용유 등으로 품질력을 홍보하고 있다. 떡볶이 외에 치킨 피자까지 세트메뉴로 잘 구성해 객단가는 2만원대이다. 배달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객단가가 올라가면서 저가 떡볶이를 파는 것보다 인력이 덜 들어가 인건비도 절약됐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성정수(51세,여) 사장은 아들과 함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 규모는 10평(33㎡)이며 테이크아웃과 배달 비율이 65:35 정도이다.

군계일학 전략으로 투자 수익성 높이기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음식점ㆍ숙박업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4.08%에서 2.18%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인건비, 식재료비의 가파른 인상으로 문을 닫는 식당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부담이다. 소위 유동인구가 많은 중심상권, 유흥상권은 들어가려면 수 천만 원의 권리금을 줘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가 좋지 않은 탓에 아무리 팔아도 적자를 면키 힘들다. 비록 안 좋은 상권에 위치했지만 손님이 모이는 ‘군계일학’ 매장의 성공 요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계일학 매장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고정 투자비와 고정비를 줄이기 때문에 매출이 높지 않아도 상대적인 수익성이 높다. 군계일학 매장 전략의 핵심은 ‘경쟁우위’이다. 인근 매장보다 월등한 경쟁력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경쟁우위 요소는 디자인, 상품력, 서비스력, 가성비 정책 등 다양할 수 있다. 경쟁우위 요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성은 좋아진다. 주의할 점은 가성비나 새로움에만 의존하는 경우이다. 군계일학 점포는 상권력이 떨어지는 장소에 입점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매장 이미지가 진부화되면 시간이 흐를수록 매출이 떨어질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목은 좋지 않더라도 적성한 배후 인구를 가진 상권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또 한정된 상권에서 지속적인 소비를 만들어내려면 신 메뉴의 도입이나 지속적인 이벤트, 친근한 단골 정책 등으로 동네에서 사랑받는 점포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 프로필 26년간 창업, 신사업 개발 및 프랜차이즈 컨설팅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구축해 '창업전도사'로 통한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ENTREPRENEUR MBA 과정과 경희사이버대 호텔관광학과 MBA과정,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프랜차이즈 MBA 등에서 기업가정신 및 창업, 프랜차이즈, 마케팅, 외식업, 상권 등을 강의하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으로 프랜차이즈 및 창업, 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저서로는 을 비롯해 <이경희 소장의 2020창업트렌드>, <탈샐러리맨 유망사업정보>, <맛있는 요리>, <돈 되는 창업>, <실버정책과 창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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