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경쟁사 증가로 수익성 악화…피자헛·미스터피자 ‘아 옛날이여’

피자스쿨은 테이크아웃 전문업체로서 저가 전략으로 점차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피자스쿨>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던 피자 업계가 시장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먹거리의 다양화, 경쟁자들의 난립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피자 업계의 실태를 살펴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0월 25일 기준 피자 업종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 중인 회사는 133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조사한 2017년 기준 피자 프랜차이즈별 가맹점 연평균 매출액이 가장 높은 곳은 도미노피자로 8억 1638만 원이다. 이어 피자헛의 연평균 매출액은 6억 7230만 원, 파파존스가 4억 990만 원, 피자알볼로가 4억 443만 원, 미스터피자가 3억 7522만 원으로 뒤를 잇는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엠피그룹의 2017년 매출액은 815억 원으로 2016년에 기록한 971억 원보다 156억 원이 줄고, 2015년에 기록한 1103억 원보다는 288억 원이나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2015년 73억 원, 2016년 89억 원, 2017년 110억 원에 달하는 등 매년 적자 폭을 키웠다.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세에 따라 매장 수도 2015년 411개, 2016년 367개, 지난해에는 311개로 2년 새 100개가 줄었다. 한때 도미노피자, 피자헛과 브랜드 피자 업계에서 '빅3'를 이룬 미스터피자는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등에 밀리는 추세다.

피자알볼로는 매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피자알볼로를 운영하는 알볼로에프앤씨는 2015년 매출 146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6년 223억 원, 2017년 36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15년 31억 원에서 2016년 22억 원, 지난해에는 4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했다. 매장은 매년 늘었다. 2015년 227개였던 피자알볼로 매장은 2016년 250개, 2017년 272개로 증가했다.

파파존스피자를 운영하는 한국파파존스 역시 피자알볼로만큼 큰 폭은 아니지만 2015년 327억 원, 2016년 329억 원, 2017년 349억 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꾸준히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15년 3억 원, 2016년에는 1억 원에도 못 미칠 만큼 급감했다가 지난해 2억 원으로 반등했다. 가맹점은 2015년 100개에 그쳤지만 2016년 114개, 2017년 128개로 점차 늘었고 이 가운데 절반인 64개가 서울에 출점해 있다.

피자헛은 미스터피자와 사정이 비슷하다. 피자헛을 운영하는 한국피자헛의 매출은 2015년 893억 원에서 2016년 2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2017년은 201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20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2015년 207억 원이나 됐으며, 2016년 역시 13억 원, 2017년 12억 원씩 각각 영업손실을 남기는 등 적자가 이어졌다. 매장 수도 2015년 341개에서 2016년 332개, 지난해 322개로 차츰 줄었다.

도미노피자만이 유일하게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2015년 매출액은 1954억 원, 2016년 매출액은 2103억 원이며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198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15년 228억 원, 2016년 261억 원,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13% 상승한 295억 원을 기록했다. 매장 수도 2015년 417개에서 2016년 433개로 늘더니 지난해 말 442개를 기록하며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다.

브랜드 피자 업계가 당면한 ‘3가지 악재’

최근 3년간 영업손실이 두드러졌던 한국피자헛은 지난해 투자회사인 오차드원에 매각됐다. 미스터피자 역시 매년 적자 폭을 키우며 매장을 100개나 축소했다. 이처럼 브랜드 피자 업계의 위기는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브랜드 피자 업계 위기의 요인으로 3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배달 음식의 품목이 다양화됐다는 것이다. 치킨, 피자, 떡볶이 등이 주류를 이뤘던 과거에 비해 현재엔 삼겹살도 배달될 만큼 다양한 음식 배달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둘째,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만 운영하는 일반 요식업 종사자들이 피자를 부대 메뉴로 넣고 판매를 한다는 것이다. 즉, 피자 전문점이 아닌 곳에서도 피자 메뉴를 많이 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경희 소장 본인도 "브런치 카페를 직접 운영할 당시 피자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피자를 어디서든 먹을 수 있을 만큼 판매처가 늘었다. 일반 음식점에서도 피자를 사이드 메뉴(Side Menu, 곁가지 메뉴)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품질 좋은 냉동 피자가 가격도 저렴하면서 맛도 좋아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좋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실제로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 시장에서 피자 품목이 선전하는 것도 브랜드 피자 업계의 고객을 일부 가져가고 있다.

이를 증명해주듯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월드패널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HMR시장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 3년간 43.3%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2015년 3분기부터 2018년 2분기까지 칸타월드패널이 선정한 전국 5000가구(제주도 제외)에 달하는 패널의 실제 구매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이 가운데 HMR 피자 품목의 매출 성장률은 2016년 3분기~2017년 2분기와 2017년 3분기~2018년 2분기를 비교했을 때 무려 108.7%의 성장률을 보였다.

피자헛 점주 "가맹점이 가격할인 행사 부담"

브랜드 피자의 실적 악화와 관련해 서울에서 피자헛을 운영 중인 점주 A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A씨는 피자헛이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경우 본사보다 각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금액이 크다는 것을 지적하며 피자헛 가맹점주의 수익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같은 경우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이에 기존의 배달 음식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양한 음식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브랜드 피자의 수익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본사에서 무리해서 할인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본사가 할인에 대해 부담해줘야 하는데 할인액에 대한 부담을 개별 가맹점에게 떠넘긴다"며 "매출은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각 가맹점의 수익 구조가 상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콜라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면 콜라의 원가 정도만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콜라에 대해 매출이 발생하면 점주는 카드 수수료, 본사에 내는 로열티(해외 브랜드 사용료), 광고비, 부가가치세에 향후 종합소득세까지 내게 되는데 본사는 원가 수준으로 지원을 하니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미스터피자를 운영 중인 점주 B씨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을 실적 악화의 이유로 들었다. 한국은행이 10월 26일 발표한 ‘2018년 10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5로 한 달 전보다 0.7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낮으면 비관적이다. 이 지표가 나타내듯 대한민국의 소비 심리는 위축돼 있다. B씨는 "경기 침체 상황에서 어쩔 수 없지만, 마케팅에 신경 써서 고객 수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평균 매출액 3위에 해당하는 파파존스피자의 가맹점주 C씨도 "먹거리가 많아지다 보니 그 추세에 따라 브랜드 피자의 매출이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업체가 그만큼 많이 생기고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미스터피자가 지난 9월 가평 자라섬 페스티벌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저가 전략’ 내세운 피자 업체들의 성장세

피자스쿨, 피자마루 등의 업체가 최저가 6000원의 메뉴를 선보이는 등 저가 전략으로 고객을 공략하는 점도 피자 한 판 가격이 2만 원을 전후하는 주요 브랜드 피자 업계의 손님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피자스쿨의 매장은 2015년 529개에서 2016년 549개, 2017년에는 576개까지 늘었다. 늘어난 매장만큼 매출도 점차 늘었다. 2015년 59억 원, 2016년 77억 원, 2017년 90억 원까지 오르며 연매출 100억 원 달성을 앞두고 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15년 29억 원, 2016년 42억 원, 2017년 52억 원으로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피자마루 역시 피자스쿨과 같은 저가 전략으로 최근 3년간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 2015년 94억 원, 2016년 99억 원, 2017년 1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15년 24억 원, 2016년 37억 원, 2017년 35억 원을 남겼다. 피자마루의 매장은 2015년 621개가 전국적으로 생긴 가운데 2017년 627개로 소폭 늘었다.

이경희 소장은 이러한 저가 전략에 대해 "어느 브랜드든 각 업종마다 저가 전략을 취하는 곳이 있다"며 "경기 불황 속에 청년 실업은 늘고 1인 가구가 늘어난 사회적 요인 속에서 가격이 저렴한 피자가 인기를 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현황 및 특성'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1인 가구수는 전체 가구의 28.6%인 561만 9000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에는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자헛을 비롯한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의견은 어떨까. 피자헛 점주 A씨는 "저가 브랜드 쪽은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A씨는 "저가 브랜드 피자의 경우, 인건비 최소화를 위해 배달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 포장 방식으로 많이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건비가 오르니 식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이로 인해 저가 피자가 타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점주 B씨는 소비자의 유형이 다양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다양하다. 저가 피자를 선호하면 저가의 피자를 드시는 분이 있고, 미스터피자만의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들도 따로 있기에 각 브랜드가 전략에 맞춰 가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브랜드 피자들은 통신사 할인 정책으로 가격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차이가 크지 않다."

파파존스피자 점주 C씨 역시 저가 브랜드 피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C씨는 "같은 피자업계이기는 하지만, 가격대가 다르기에 비교하기 곤란하다"며 "토핑이 많이 들어가고 배달이 가능한 피자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우리 매장을 찾게 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창고형 매장’ 저가 피자도 브랜드 피자에 타격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유통업체들이 기존 피자보다 1.5배가량 큰 크기의 피자를 1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다. 특히 집 근처에 창고형 매장이 있는 소비자는 더 비싼 돈을 들여서 비슷한 품질의 브랜드 피자를 배달시켜 먹을 이유가 없다는 소비자의 의견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이경희 소장은 "(교촌치킨, BHC치킨 등) 주요 치킨 업체들은 계속 매출이 오르는 반면 피자 업계는 그렇지 못하다”며 “더군다나 창고형 매장에서 파는 피자는 주요 브랜드 피자와 비교했을 때 품질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자헛 점주 A씨의 생각은 달랐다. "유통 경로가 다르다. 피자헛은 배달 위주로 판매하고, 창고형 매장은 고객이 포장을 해가야 한다. 이마트에서 파는 피자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는 매출에 영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큰 영향력이 없다. 이마트에 가서 쇼핑하는 분들이 보통 그 피자를 먹게 되고, 우리는 주거지에서 주문하는 고객을 상대한다. 또한 창고형 매장이 특정 지역에만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미스터피자 점주 B씨는 "가격 면에서 통신사 할인이 있기에 실질적으로 고객이 부담하는 가격은 창고형 매장의 저렴한 피자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며 “그런 혜택을 모르는 분들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져 아쉽다. 현재 40~50% 할인 행사가 있다"고 밝혔다.

파파존스피자 점주 C씨는 "한동안 유행하며 인기를 끌던 이마트 피자는 지금은 인기가 식었다"며 "우리 점포가 이마트 건물에 있어서 이마트 피자를 사가는 손님들을 지켜보곤 하는데 최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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