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신시장서 ‘씽씽’
한국은 기득권과 제도 장벽에 막혀 ‘끙끙’

우버의 택시 호출 사업은 승객에게 차량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현지 택시업체와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우버>

카카오 카풀 도입 여부를 두고 택시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목적지가 비슷한 이용자들이 함께 이동할 수 있도록 운전자와 탑승객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택시업계 종사자 6만여 명은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우려 속에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파업에 나섰다. 이러한 국내 상황 속에 우버, 디디추싱, 그랩 등 해외 차량공유 서비스의 사례를 짚어보고 새로운 산업 환경에 놓인 택시업계의 현실을 조명한다.

택시업은 담당 공무원, 택시사업자, 택시기사, 택시 애플리케이션, 고객 등 이해관계자가 서로 얽혀 있다. 택시운송사업자의 허가, 관리, 운영 등 택시 서비스의 공급자를 선별, 감독하는 담당 공무원이 있고, 관련 규정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춘 법인이나 개인이 면허를 취득한 택시사업자가 있으며, 면허를 바탕으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기사가 있다. 이러한 기존 공급 구도에 '우버'로 대표되는 차량 공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가세한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앞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승객은 택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동 수단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이 말은 바쁜 출근 시간에 버스를 놓치고 지하철역도 멀고, 택시 또한 잡지 못한 승객이 이동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이 출퇴근 길의 자가용을 좀 다르게 이용하는 새로운 시도이며, 출퇴근 시간대에 몰리는 이동 수요를 차량 수를 늘리지 않고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의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는 과거부터 지속해서 제기되는 문제였다. 이런 불편사항 해소를 위해 여러 기업이 고민하고 연구한 끝에 우버를 비롯한 차량 공유 서비스가 세계적으로 퍼졌다.

차량공유 신시장을 연 개척자 우버

영국 택시 블랙캡(Black Cab)은 자격시험이 어렵기로 세계에서 첫 손에 꼽힌다. 'The Knowledge'라는 면허 시험을 통해 택시 기사가 선발되는데 5단계에 걸쳐 런던 시내를 잇는 2만5000개의 길은 물론 10만 개에 달하는 도시 상징물들을 외워야 하므로 자격시험에 보통 2~3년을 투자한다. 그래도 자격증만 있으면 비싼 택시요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2014년 6월 런던 시내를 가로막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우버' 때문이다. 2009년 차량 운전자와 탑승자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미국에서 창립한 우버는 큰 인기를 끌며 전 세계로 퍼졌다. 반면 런던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도시에서 택시 산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런던에는 4만 5000명의 우버 운전자가 있으며, 고객은 360만 명이다. 우버는 지난해 런던에서 허가가 취소됐으나 최근 다시 운행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미국 CN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의 대기오염 정책에 호응해 런던 내 우버 차량은 2025년까지 모두 전기차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우버가 특정 도시의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은 런던이 처음이며, 계획에 따르면 우버는 런던의 고객들에게 마일당 15펜스(pence, 약 220원)를 부과, 2025년까지 총 2억 파운드(약 3000억 원)를 모아 이를 운전자 지원을 위해 쓴다.

영국 런던뿐 아니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서비스 이용 시 승객에게 일정 금액을 징수해 이를 택시 산업 지원금으로 쓴다. 중국에선 자가용 유상운송을 허가하되 제도를 통해 택시기사 처우 개선에 나섰다. 일본은 택시 업계 자발적으로 서비스 제고 방안을 마련했고, '전국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 배차 및 사전결제를 도입했다. 핀란드에선 택시 면허 내에서 우버 운행을 허용하되 택시 면허 총량 규제를 폐지하고 택시 요금을 자율화했다.

그랩,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로 성장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된 그랩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했다. 현재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 235개 도시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터기를 사용하는 기존 택시와 달리 이동 거리에 따라 탑승 전에 요금이 결정된다. 2016년 택시 산업 개혁을 원했던 말레이시아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지난해 8월 의회를 통과한 교통법 개정안에 따라 정부의 각종 규제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역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두고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의 카풀 산업 진출에 대한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부가 차량공유 애플리케이션과 기존 택시 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크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랩을 비롯한 차량공유 서비스가 이미 일반화됐다.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말레이시아 도시철도(MRT)의 교통 품질 개선을 위해 그랩과의 민관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현재 MRT역 사이를 오가는 주요 교통수단은 지선 버스인데, 이를 요금이 저렴하고 집 앞까지 호출 가능한 그랩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분노한 말레이시아 택시 기사 100여 명은 곧바로 재무부 청사 앞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택시회사 '빅블루 택시'의 고문이자 택시기사협회 대변인인 샴수바린 이스마일은 재무부에 항의 서한을 전하고 "정부가 그랩만 허용한다면 각 지하철역에 줄 서 있는 택시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결국 말레이시아 재무부는 "제안일 뿐"이라며 소극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택시기사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들은 그랩에도 일반 택시와 같은 수준의 보험금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아예 차량공유 서비스의 중단을 요구했다.

아시아 최대 차량호출업체인 중국의 디디추싱이 일본에 진출했다.<디디추싱>

중국은 2016년 차량공유 서비스 합법화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4조 9205억 위안(약 804조 1081억 원)에 달했다. 1년 전 3조 4520억 위안(564조 1258억 원)보다 43% 커졌다. 국가정보센터는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2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리라 전망했다. 이는 디디추싱이 2015년 설립 이후 급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60조 원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 등과 기존 택시업계 간 마찰을 딛고 2016년 차량공유 시장을 합법화했다. 다만 최대 8년 및 주행거리 60만㎞ 이하 차량과 전과가 없고 최소 3년의 운전경력이 있는 운전자에게 참여 자격을 줬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이용자 정보는 중국 내 서버에 최소 2년간 저장해야 한다는 규정도 제정했다.

디디추싱은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100만 명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운전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브라질에서 가장 큰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99'를 인수하고 남미 시장으로의 확장을 꾀했다. 디디추싱은 현재 멕시코의 셋째로 큰 도시인 몬테레이에서도 이용 가능하며, 멕시코에서 둘째로 큰 도시인 과달라하라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현재 멕시코와 브라질에는 1000명이 넘는 현지 직원이 있다.

디디추싱은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24만 대의 택시가 운행 중인 일본은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셋째로 큰 택시 시장으로, 일반 개인 차량의 영업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과 함께 차량호출사업이 어려운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우버도 디디추싱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본 시장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일본 자체의 차량 호출 신생 기업 '저팬 택시'의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디추싱의 일본 시장 진출은 이 회사의 최대 주주 가운데 하나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차량공유 사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손 회장은 디디추싱에 100억 달러(11조 3900억 원), 우버에 77억 달러(8조 7,703억 원), 동남아의 그랩에 30억 달러(3조 4161억 원), 인도의 올라에 2억1000만 달러(2391억 원)를 투자했다.

국내 최초 차량공유 업체 쏘카 누적 회원 400만명

국내에서는 2011년 11월 '쏘카'가 국내 최초 차량 공유 업체로 등장했다. 차량 20~30대로 제주도에서 사업에 시동을 걸어 7년이 흐른 현재 1만 대가 넘는 쏘카의 공유 차량이 전국에서 쓰이고 있다. 쏘카는 승용차 소유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주차여건을 개선하며, 교통수요 감소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의 에너지 절감 및 대기오염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3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쏘카의 누적 회원은 현재 400만 명을 넘어섰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 사이 차량이 필요한 운전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차량을 요청하고 인근에 위치한 쏘카 차량을 선택하고 예약한 뒤, 애플리케이션 내에 있는 스마트키로 차량 문을 열어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 카풀이 새로운 차량 공유 서비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공유경제를 확대하기 위해 카카오 카풀 등 '한국판 우버'로 불리는 새로운 교통서비스를 활성화하는 한편 기존 택시 등 운수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를 나눴다. 여기서 해외의 사례들이 거론됐다. 미국과 호주의 대다수 주, 중국 등지에선 택시 업계와 갈등 해결에 나섰으며 승차공유 서비스를 허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유경제와 현장 택시업계의 상생 모델을 만들기 위한 '카풀·택시 TF'를 1일 공식 출범했다. TF는 전현희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택시업계가 지난 10월 18일 24시간 전면 파업을 시행하는 등 갈등을 빚은 것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차원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공론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향후 이 TF가 카풀과 택시의 상생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스] 택시노조 "카풀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과 무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카카오 카풀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와 승객을 중개하고, 그 대가로 거대 플랫폼 업체가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알선사업으로 4차 산업혁명이나 혁신성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오히려 택시운전자의 대량 실직 사태를 초래하고 비정규직인 카풀 운전자를 양산하므로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말한다.

또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정부는 100만 택시 가족의 염원을 외면하지 말고 카풀 불법 영업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단호히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웅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 해임도 요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이재웅 민간본부장은 '쏘카'의 대표로 최근 '타다'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하여 택시와 카풀 간의 싸움에 뛰어들어 공정한 룰을 집행해야 할 심판이 직접 선수로 나서려 했다"며 그의 해임을 주장했다.

[박스] "옛날 방식만 고집해서는 시대에 뒤처진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카카오 카풀과 택시업계의 마찰에 대해 "옛날 방식만을 고집할 수 없으며 새로운 산업에 대한 수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다. "지금까지는 택시 사업권을 가지면 택시 사업을 할 수 있다. 택시 면허가 있으면 택시 기사를 할 수 있고, 개인택시는 하나의 재산권으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도 도심에서 교통수단이 제공될 수 있다. 이미 국제적으로 다양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택시업계가 자신들의 이권을 무조건 지켜달라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문제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옛날 방식을 고집할 수 없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기보다 새로운 산업으로 인해 택시 기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져도 소득이 유지될 수 있는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복지정책이 취약한 게 우리나라의 실정"이라며 "카카오 카풀 등 새로운 교통 서비스가 도입되더라도 택시업계가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