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환영 VS 카드업계 반발…‘극과 극 반응’ 후폭풍 걱정된다

금융위는 26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우대 구간을 확대한 내용을 골자로 한 `적격 비용 산정을 통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과 관련, “경영 애로를 겪는 가맹점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26일 금융위원회는 ‘2018년 적격비용 산정을 통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카드수수료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은 현 연 매출 5억 원 이하에서 30억 원 이하로 확대된다. 연 매출 5억~10억 원일 때 현행 2.05%에서 1.40%, 10억~30억 원은 2.21%에서 1.60%로 카드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500억 원 이하 초대형 가맹점도 평균 수수료율이 2% 이내로 유도된다. 금융위원회는 매출 30억 원 초과~100억 원 이하인 가맹점은 기존 2.2%에서 1.9%로, 100억~500억 원 이하인 곳은 2.17%에서 1.95%로 인하할 방침이다.

카드수수료 우대 대상이 개편됨에 따라 카드업계는 8000억 원 가량의 수수료 부담을 지게 된다. 지난해 우대수수료율 확대 등의 방안과 합치면 총 1조 4000억 원 가량의 부담을 진다. 카드수수료율 개편으로 카드사들은 소비자 대상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여신금융협회는 정부가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 대해 걱정을 드러냈다. 지난달 26일 여신금융협회는 “예상보다 수수료 인하 폭이 매우 커서 카드업계는 매우 당혹스럽다"며 "업계의 재무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으로 이번 수수료 인하 충격을 어떻게 상쇄할지 매우 우려된다. 카드업계 종사자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여신금융협회는 “반복적인 수수료 인하와 이번 인하로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중소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93% 이상이 돼 현행 적격 비용 체계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높아져 장기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시급한 과제로 카드업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부가서비스 축소 허용 방안, 기타 카드사 비용절감 방안 등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금융당국이 적극 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여신금융협회는 앞으로 카드사의 의견을 모아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금융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마트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의 자영업자들이 11월 26일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환영 기자회견'에서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만세하고 있다.(연합)
소상공인연합회 “공정경제의 올바른 틀 잡혀”

그렇다면 카드 수수료 부담이 덜어지게 된 가맹점들의 입장은 어떨까.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2014년 설립된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회장은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에 동의하고, 정부가 이런 발표를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최 회장은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정부의 기조가 ‘소득주도성장’이었는데, 그런 명목하에 최저임금이 올라 소상공인들의 삶은 힘든 상황이었다”며 “이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경제의 올바른 틀이 잡힌 것 같아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카드수수료 인하에서 핵심은 프랜차이즈 대형 가맹점과 중소형 가맹점의 수수료가 차별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명목으로 최저임금만 오르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성장할 틈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소득 양극화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올해 3분기(7~9월) 가계동향조사 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한 결과, 올해 1분기와 2분기 내내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월평균 131만 8000원으로 1년 전보다 7% 줄고, 반면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 소득은 973만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8.8% 늘었다.

최 회장은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핵심은 대형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의 불공정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유례 없는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영업점이나 각종 점포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신용카드 결제를 아무리 소액이라도 임의로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제도)가 있어 정부와 카드사가 카드수수료율을 정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형 가맹점은 0.6%, 창고형 대형 매장은 0.4%의 카드수수료를 내면서 중소형 가맹점은 2~3%의 카드수수료까지 내다보니 형평성에 어긋났다. 사실 카드수수료 자체를 낮춰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형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을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최 회장은 영업이익이 줄어들어 힘들다고 하는 카드사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것은 하루에 네 끼 식사하다가 두 끼 식사만 한다고 불평하는 것과 같다.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 카드사들은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카드사들이 무이자 혜택을 줄인다든지 소비자에게 압박을 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 회장은 현행 카드수수료 정책의 보완점에 대해서도 밝혔다. “담배를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은 매출만 늘고 이익이 적으니 담뱃세 같은 경우 세금 관련 수수료가 붙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세 가맹점은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담배 한 갑 매출액에서 세금이 60%다. 국가로부터 세금을 대신 걷어주는 셈인데 담배 전체 가격 4500원에 대한 수수료율을 적용하니 불합리하다. 세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한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

실제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4500원 담배 한 갑을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카드로 계산하면 세금으로만 3318원을 내게 되고, 여기에 출고가, 카드사, 가맹 본사가 챙기는 돈까지 제외하면 가맹점주에게는 4.5%꼴인 204원이 주머니로 들어가는 실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1월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용카드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
카드 소비자, 각종 혜택 축소 우려

카드수수료 인하가 시행되면 카드사들이 무이자할부 및 각종 할인혜택 등의 서비스를 줄이거나 없앨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신용카드사의 각종 혜택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무이자할부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인하된 상태에서 수익을 유지하려면 결국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서비스가 줄어들어도 괜찮다는 견해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가 내는 연회비에 비해 무이자할부나 부가혜택 등을 너무 많이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의 혜택이 당장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에서 한번 정해진 약관은 3년 동안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은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원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책은 금융과 경제의 시장 원칙을 무시하고 자영업자의 불만 해소만을 목표로 정부의 무차별 시장 개입 행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소비자 혜택을 자영업자에게 이전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지난 10월 17일 더불어민주당은 ‘민생경제 연석회의’를 출범시키면서 카드 수수료 개선을 1차 과제로 설정했다. 이후 카드 수수료 인하와 관련된 논의는 10월 22일부터 본격화됐다. 약 한 달 정도 수수료 인하를 고려한 것으로, 이 과정을 주도한 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들의 영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수료 인하를 지속해서 제안했던 정의당은 이번 개편안을 환영했다. 그간 많은 부가서비스 비용을 자영업자들에게 전가해 왔던 카드사들도 상생을 위한 영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초대형 가맹점마저 혜택을 보게 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그간 동네 슈퍼마켓이 2%대의 수수료를 내는 동안, 대형할인점은 1%대의 수수료만 내는 수수료 정책이 유지됐다”며 “정부가 대형할인점의 수수료를 2% 이내로 묶기로 하면서, 유통 대기업은 어물쩍 이득을 그대로 챙겼다. 낮은 수수료에 할인 마케팅 비용까지 돌려받아 이익을 챙긴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는 올리는 것이 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의당은 “정부가 카드수수료와 무관하게 5억 원 이하의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맹점주와 하청기업의 원청과 가맹본부에 대한 교섭권 부여, 원청 및 가맹본부의 각종 부당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등 갑질을 없애는 진짜 자영업 살리기 대책이 함께 시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파이터치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과 국민경제’ 연구세미나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발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국민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김 의원은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우리나라 카드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정책”이라며 “소상공인 분들과 만나 간담회를 할 때마다 이미 카드수수료를 충분히 낮췄기 때문에 더 낮춰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일종의 환심 행위”라고 밝혔다. 또 김 의원은 “카드수수료는 민간 카드사와 소상공인 간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로, 정부가 좌지우지할 것이 아니라 카드사 간 경쟁을 통해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석 기자 hanks3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