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변수 ‘안갯속’…박스권 장세에 ‘선별투자’ 전략 필요

2018년 국내 주식시장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와 바이오라는 쌍두마차를 앞세워 활황세를 띠었던 전년의 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덕분에 연초만 해도 주가 흐름이 좋았다. 하지만 상반기를 지나면서 미-중 무역분쟁 발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우려,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대외 변수가 부각되면서 증시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연이어 반도체 업종의 경기 고점 논란과 바이오 업종의 회계 투명성 의혹 등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결국 2018년 12월말 현재 코스피 지수는 간신히 2000선에 머무르면서 2016년 말 수준으로 돌아가버렸다. 2017년 이후 주가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셈이다. 그렇다면 기해년(己亥年) 새해에는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 등을 토대로 2019년 황금돼지띠 해의 증시를 내다본다.

2019년 새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분쟁 등 굵직한 대외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성장률 소폭 둔화 예상

우리나라는 대외개방 경제체제인 데다 수출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주식시장도 자연스레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큰 것도 국내 증시가 글로벌 시장 동향에 민감한 이유다. 따라서 새해 증시 전망을 할 때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중요한 대전제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9년 세계 경제는 어떨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한 바 있다. 직전인 7월의 전망치 3.9%보다 0.2%포인트 낮춘 수치다.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요컨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소폭 꺾이기는 하지만 성장세 자체는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8년 선진국 중에서 가장 큰 호황을 즐긴 미국은 소비와 고용 시장 등의 지표가 안정적이어서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유로 통화를 쓰는 유럽 지역)과 일본도 각각 1.9%와 0.9%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 신흥국 중에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 여파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지난 10월 중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6.2%로 낮춘 바 있다. 이밖에 인도(7.4%), 브라질(2.4%), 러시아(1.8%), 아세안 주요 5개국(5.2%) 등이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소폭 둔화되는 데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추세 강화로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IMF는 2019년 세계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 4월 4.7%로 제시했다가 지난 10월에는 4.0%로 낮춘 바 있다.

이처럼 2019년 세계 경제성장률과 교역량 증가율 전망치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 주요 수출 기업들의 실적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자연스레 이들 기업이 떠받치는 국내 증시의 주가 흐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금리인상 충격파 줄어들 듯

2018년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준 대외 악재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을 꼽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변수는 새해에도 여전히 증시의 향배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어떻게 될지가 큰 관심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세계 각국 증시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 증시는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급격한 자본 이탈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7년간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0~0.25%)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5년 12월 금리인상을 신호탄으로 2016년 1회, 2017년 3회, 2018년 4회로 금리인상 속도를 점차 높여 왔다. 연준은 지난 12월 18~19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018년 ‘금리인상 레이스’에 방점을 찍었다. 이로써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는 2.00%~2.25%에서 2.25%~2.50%로 높아졌다.

연준의 급속한 금리인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격하는 빌미가 됐고, 양측의 갈등은 지난 크리스마스 때 미국 증시가 급락하는 패닉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은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둔화 등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새해부터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준은 이번 금리인상 발표와 함께 새해 금리인상 횟수를 3회에서 2회로 줄인다고 예고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대체로 새해에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8년처럼 미국 금리인상이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파를 줄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미국 기준금리의 상승 추세가 일단락되면 증시에도 일정 부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중 양국의 무역분쟁 협상 결과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미-중 무역분쟁 향배가 가장 큰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2월 1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회담을 갖고 양국간 무역분쟁을 3개월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양국이 서로 상대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벼랑 끝 대결이 휴전 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일시적 휴전에 합의했을 뿐이다. 양국 실무그룹의 무역협상이 차질을 빚거나 이해관계 조율에 실패할 경우에는 얼마든지 무역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가량이 2019년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은 바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가 2019년 증시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만큼 미-중 양국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통해 대중(對中) 무역적자 축소와 함께 중국의 첨단산업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미(對美) 무역흑자의 일부 축소는 수용하더라도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철회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다.

3개월의 휴전 기간 동안 양국이 무역협상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스트롱맨’ 성향을 감안할 때 무역전쟁이 한층 더 격화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미-중 양국이 절충점에 도달할 가능성을 아주 비관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지적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 양국 경제가 받는 타격도 커지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만약 미-중 양국이 무역분쟁에 종지부를 찍게 되면 한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상당한 훈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 증시와 비교해 지나치게 주가가 빠진 신흥국 증시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나아가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양대 국가의 파워게임 종식은 예상보다 훨씬 큰 투자 모멘텀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기업 실적 모멘텀 둔화에 유의해야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 경제에 상당히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가 수출과 투자를 앞세운 성장에서 내수 소비 비중을 높이는 성장으로 경제발전 전략을 수정하면서 최근 수년간 중국 경제성장률은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였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의 경기 둔화를 더욱 부채질한 형국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6%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한국 경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 기업의 완성품 제조에 투입되는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중국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새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질 가능성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2018년 국내 증시 하락세에도 기업 실적이 나쁘지는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새해에도 비슷하거나 조금 향상된 실적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전망에서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3%대 초반 증가율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삼성증권은 2019년 기업 실적이 2018년에 비해 영업이익 8.0%, 순이익 5.5%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업종별로는 실적 전망치가 엇갈린다. 삼성증권은 2019년 실적 성장을 주도할 업종으로 에너지, 산업재, 경기소비재, 유틸리티 업종 등을 꼽았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정보기술(IT) 업종의 이익은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2019년 국내외 증시는 여러 면에서 불확실성의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런 점에서 구조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종목,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낼 종목, 강한 업황 상승 모멘텀을 가진 종목, 저평가주, 가치주, 고배당주 등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해 국내 증시는 1800~2400p 안에 갇힌 박스권 장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박스> 새해 코스피 ‘지루한 박스권’ 예상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2019년 코스피 지수는 1800~2400p의 긴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 증권사들이 예측한 코스피 지수의 상/하단 밴드는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를 1900~2400p로 내다봤다. 메리츠종금증권도 한국투자증권과 똑같은 예상 밴드를 내놨다. 특히 새해 2분기가 주가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분기 이후 주가가 오름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새해 코스피 지수의 상단을 2400p, 하단을 1950p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주식시장이 상승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프리미엄의 하락이 중요한 가운데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들은 주로 하반기에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새해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를 1950~2360p로 제시했다. 실적 모멘텀 둔화로 코스피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기업 펀더멘털의 개선으로 주가가 하방 경직성을 나타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IBK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 예상 밴드의 상/하단을 다른 증권사들보다 더 낮게 예상했다. 상단은 2260p, 하단은 1840p로 제시했다.

<박스> 주요 증권사가 제시한 2019년 ‘최선호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2019년 주식시장 전망을 통해 투자 대상으로 매우 유망한 ‘최선호주(Top Picks)’들도 제시했다. 전반적인 증시 전망이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으로 가득하지만, 증권사 리서치 전문가들이 비교적 자신 있게 내놓는 추천 종목은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기,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CJ대한통운 등 4개 종목을 최선호주로 언급했다. 우선 삼성전기는 5세대 이동통신(5G), 폴더블폰, 인공지능(AI) 등 전자기기 고도화와 자동차 전장화(전자장치가 대거 탑재되는 현상)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가 급증하며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멀티카메라 장착 추세에 따른 카메라 모듈 이익률 개선도 유리한 대목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 강화로 인해 저유황 연료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정제 마진 확대가 기대된다. 아울러 높은 배당 성향과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 매력을 갖게 되는 포인트다.

SK텔레콤은 높은 배당 수익률과 보안, 미디어, 커머스 등 비(非)통신 분야 사업 성장이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또 5G 시범 서비스 개시와 자회사 상장 계획 등 모멘텀 요인들도 많다. CJ대한통운은 산업 구조조정 확산으로 택배 운임이 오를 가능성이 주목된다. 1위 택배회사의 위상도 확고하다.

삼성증권은 몇 가지 투자 테마별로 최선호주를 제시했다. 먼저 성장산업 테마에서는 삼성SDI가 꼽혔다. 소형 전지와 중대형 전지 사업의 동반 성장에 따라 영업이익이 2019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2020년까지 이익 성장률은 평균 35%를 넘어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실적 턴어라운드 종목 중에서 첫손가락에 꼽혔다. 국내 최대 조선업체로서 가장 다양한 선종을 건조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선종에서 수요 회복이 일어나도 대응이 가능하다. 2018년 기준 LNG선 수주 시장에서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밸류에이션 저평가 종목으로 롯데쇼핑과 삼성전자를 추천했다. 롯데쇼핑은 실적 증가 모멘텀이 강할 전망이고,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2019년 하반기 가격 안정화 이후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게 포인트다.

이밖에 삼성증권은 SK텔레콤(가치주/고배당주), SK이노베이션(IMO 규제 강화 수혜주), 삼성화재(금리상승 수혜주) 등을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NH투자증권은 새해 추천 투자 업종으로 5G/콘텐츠, 2차전지, 게임, 소재/산업재, 사회책임투자(SRI) 등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 SK텔레콤, 삼성SDI, 롯데케미칼, 스튜디오드래곤, 펄어비스, OCI, 파라다이스, 와이엠씨, 비즈니스온 등을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업황 상승 모멘텀이 강한 종목 중에서 삼성SDI, 호텔신라, LG생활건강을 특히 유망하게 봤고, 실적 재도약 종목으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를 거명했다. 또 유가 상승 관련 및 실적 턴어라운드 종목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 GS건설, 삼성중공업, 카카오를 제시했다.



김윤현 기자 unyon21@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