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섬유 공장 증설·수소차 충전소 마련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전경(사진=효성)

1966년 '동양나이론'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효성이 백년 기업을 향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지주회사 효성홀딩스 산하에 4개 사업회사를 두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효성티앤씨(섬유), 효성첨단소재(화학),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화학(화학) 등이 그룹의 근간을 이루게 됐다. 지주회사 효성은 효성티앤씨의 지분 20.32%, 효성첨단소재의 지분 21.2%, 효성중공업의 지분 32.47%, 효성화학의 지분 20.17%를 가지고 있다.

"승자는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고 끝까지 가지만, 패자는 행동하는 도중에 생각하고 포기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저와 함께 끝까지 가자.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백년 기업 효성을 만들자." 올해 신년사에서 조현준 효성 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조 회장이 부르짖고 있는 ‘백년 기업’ 효성의 핵심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친환경이라는 미래 비전 속에 '꿈의 소재' 탄소섬유, 수소차 충전소 등이 주력 사업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가 형태를 갖출 수 있도록 타이어 내부에서 인체의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타이어의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자동차 중량을 지탱하는 기능을 지닌다.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보강재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한편, 자동차용 시트벨트 원사같은 산업용 고부가 첨단소재, 탄소섬유 등 신사업 확대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KOTRA가 인증하는 ‘세계 일류상품’에 타이어보강재용 원사와 안전띠용 폴리에스터 원사 등 2개 제품이 선정되기도 했다.

효성중공업은 산업 에너지의 핵심이면서도 수입에만 의존하던 중전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는 기업으로 진화해 왔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태양광 인버터, 태양광 EPC, 풍력발전시스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건설 분야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세계 시장 점유율 30% 이상의 스판덱스를 기반으로 차별화 제품을 만들고 신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효성화학도 PP(폴리프로필렌, Polypropylene), TPA(고순도 테레프탈산) 등 화학 소재사업의 세계화와 함께 NF3(삼불화질소), 친환경 고분자 신소재인 폴리케톤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전주공장에 468억 원 투자, 연간 4000톤 규모로 2배 증설

효성은 지난 2007년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든 이후 고성능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을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5월부터는 전북 전주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탄소섬유 공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탄소섬유는 철의 4분의 1 무게에 10배 더 강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주로 연료용 CNG(Compressed Natural Gas, 압축천연가스) 고압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풍력, 우주항공용 소재와 스포츠 레저용 제품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다. 연간 13% 이상 급성장하면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13년 탄소섬유를 처음 양산한 효성첨단소재는 올해 468억 원을 투자해 전주 탄소섬유 생산공장을 증설한다. 연간 2000톤에서 4000톤 규모로 증설하며 2020년 완공 예정이다.

이번 공장 증설은 탄소섬유 수요 증가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탄소섬유는 미래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CNG차, '전선심재'의 경량화에 핵심소재이다. 전선심재는 고압 전선을 지지하기 위해 안쪽(core)에 강철을 넣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탄소섬유로 대체할 경우 높은 탄성과 강도로 철탑과 철탑 간의 간격을 늘릴 수 있다. 전기회사로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효성은 2015년부터 시내버스 CNG 고압용기용 탄소섬유를 납품해오고 있다. 탄소섬유 CNG 고압용기는 강철로 만든 용기에 비해 인장강도가 강해 폭발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2배 이상 가벼운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수소차는 경량화가 필수적이라 반드시 탄소섬유 고압용기를 사용해야 한다.

이동욱 키움증권 화학 부문 연구원은 지난달 낸 효성첨단소재에 대한 보고서에서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부문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403억 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2020년에도 공장 증설 효과로 올해보다 60% 수준의 매출 증가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효성의 700바급 수소충전시스템이 구축된 양재동 현대자동차 수소충전소(사진=효성)

효성중공업, 친환경 수소차 충전소 마련

환경오염과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배기가스 배출이 전혀 없어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게 수소차(수소전기차)다. 전기차가 배터리를 충전한 뒤 전기의 힘으로 달린다면,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해 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의 힘으로 달린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충전 비용은 더 들지만 충전 시간이 5분 이내로 짧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0km 이상이라는 점에서 편리하다. 수소차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료전지 작동을 위해 흡입되는 공기 중에 포함된 미세먼지 등 공해물질을 정화한다. 이러한 점에서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한 발 더 앞서가는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우선 수소차 보급을 지난해 약 2000대 수준(내수 900대, 수출 900대)에서 2022년까지 약 8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기차의 확산에 충전소의 뒷받침이 있었던 것처럼, 수소차도 충전소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국내 수소충전소를 2019년 86곳으로 확대하고, 2022년까지 310곳, 2030년까지 660곳, 2040년까지 1200곳으로 늘리겠다는 수소충전소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효성중공업은 바로 수소차 충전소 건설에서 강점을 지난 기업이다.

효성중공업은 크게 중공업 부문과 건설 부문으로 나뉘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지난 50년간 회전기와 압축기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쌓아왔다. 2000년부터는 정부의 친환경 차 보급사업(CNG)에 참여해 200여 기의 압축천연가스(CNG) 압축시스템과 6기의 수소가스 압축 시스템을 만든 경험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충전소 구축사업에 많은 기술과 조직을 갖추게 됐다.

효성중공업은 현재까지 국내 수소충전소 공사 실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8개 충전소 중 12개가 효성중공업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2017년 울산시에 수소충전소 3개소 건설을 위한 충전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국내 최초로 LPG-수소 복합충전소인 울산 남구의 옥동LPG-수소복합충전소를 준공했다.

특히, 옥동LPG-수소복합충전소에서는 국내 최초로 3분 급속 충전 시스템을 구현해 주목을 받았다. 2016년에는 서울에서 첫 번째로 700바(Bar, 미터 단위에서 압력이나 강도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단위)급의 수소 충전시스템을 양재동 현대자동차 수소충전소에 공급하기도 했다.

세계 수소충전소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국산화가 필수다. 효성중공업은 국산화 개발을 통해 구축비용 절감, 납품기간 단축, 신속한 A/S를 가능케 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외국 시장 진출을 도모할 예정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 15년간 3배 이상 성장" 전망

수소차 모듈(Module, 조립 부품 단위)은 크게 연료전지시스템, 수소저장장치, 전장장치의 3가지로 구분된다. 수소차 가격을 올리는 요소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소저장장치다. 미국 에너지국 자료를 보면 수소저장용량 5kg 기준 가격은 대략 4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쓰이는 것이 탄소섬유다.

일본 후지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18 탄소섬유복합재료 관련 기술 및 용도시장전망’ 자료에 의하면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판매량 기준 약 383%, 금액 기준으로는 약 211% 성장할 전망이다. 그 중 수소탱크와 압축천연가스(CNG) 고압용기에 쓰이는 탄소섬유 시장은 같은 기간 판매량 기준 937%, 금액 기준으로는 691%가량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의 세계 최초 수소차 'Tucson(투싼) ix35'와 일본 도요타의 수소차 'Mirai(미라이)'는 저장탱크 2개를 탑재했고, 현대차가 지난 CES2018에서 공개한 차세대 수소차 Nexo(넥쏘)는 저장탱크 3개를 탑재했다. 탱크 개수가 늘어날수록 금속제 탱크보다 60%가량 가벼운 탄소섬유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소연료탱크에 쓰이는 탄소섬유에 대한 국내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큰 성장이 예상되는 수소 경제시장에서 소재부문 기술 발전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부터 친환경 아이디어 공모전 진행

효성은 이 밖에도 2017년부터 매년 친환경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효성의 친환경 공모전은 환경 문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을 높이고 차세대를 이끌어 나갈 젊은 인재들과의 소통을 늘려 효성의 기술 경영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됐다.

효성은 친환경 경영 방침 실현을 위해 ‘그린 경영 Vision 2020’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각 사업장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배출권 거래를 하고 있다. 더불어 효성의 자원재활용 생산품인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Regen)’은 폐페트병을, 폴리케톤은 일산화탄소를 활용해 만들어져 환경오염 물질 감축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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