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측 증인 “배기가스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 걸 확인”
피고측 증인 “환경에 대한 영향을 묻는 고객은 드물었다”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관련 소송 1심 판결이 상반기 중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미세먼지가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디젤차가 눈총을 받고 있다. 환경부에 의하면, 대도시에서는 경유차가 국내발생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위다. 수도권에선 초미세먼지 배출 원인의 22%나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유차가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을 23배나 많이 뿜어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디젤차의 수난은 2015년 폴크스바겐 사건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5년 9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에 의해서였다. 경유차는 기본적으로 휘발유차보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훨씬 많다. 폴크스바겐은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배출가스 수치를 고의로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폴크스바겐의 경유차가 도로를 달릴 때 뿜는 가스 중,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의 농도가 미국 기준치의 40배에 달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들은 2015년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그 1심 결과가 올해 상반기중 나올 예정이다.

지난 18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은 간이 의자가 투입될 정도로 많은 관계자들이 몰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관련 재판에 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초반부터 신경전이 상당했다. 폴크스바겐 소비자들의 피해를 대변하고 있는 원고 측은 재판을 한 시간 앞두고 추가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폴크스바겐 측 법률대리인은 “(원고 측이) 변론을 한 시간 앞두고 추가 자료를 제출했다”며 당황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재판에는 원고 측이 증인 1명, 피고 측이 증인 1명이 대동했다. 원고 측 증인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폴크스바겐 차량 12만 5000여 대에 리콜 명령을 내렸을 당시 환경부 직원이었고, 피고 측 증인은 폴크스바겐아우디코리아로부터 독립된 한 수입차 판매업체의 직원이었다.

이날 재판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 원고 측 증인으로 나선 환경부 직원은 “2015년 9월 EPA 발표 이후 조사에 나서 11월에 그 결과를 발표했고, 2016년 1월에 검찰에 고발했다”고 정부 조치의 경과를 요약했다.

이 증인은 폴크스바겐의 결함을 파악하고 즉각 폴크스바겐에 결함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또 결함시정계획서 제출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측에 요구했으나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2015년 9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알려진 직후, 국내에서 판매중인 폴크스바겐 경유차 6종을 조사하여 사건 발생 두 달 후인 2015년 11월 26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작 여부 조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째 조사 방식은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사용한 방식과 유사하다. 실외 도로주행 시험을 시행하고, 실내시험도 실외 도로주행과 유사하게 에어컨을 가동하거나, 주행시간을 길게 하거나, 냉각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의 양을 측정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 미국의 조사 결과와 유사하게 배기가스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온 것을 확인했다.

두번째 조사방법은 차량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제어장치(ECU)에서 나오는 출력신호를 분석하는것이었다. 그 결과, 폴크스바겐 경유차의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작동이 중단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날 재판에서 폴크스바겐 측은 수입차량을 직접 판매하는 한 자동차 판매업체의 직원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해당 증인은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판단기준은 주로 가격, 성능, 연비 등이었고 환경에 주는 유해성을 묻는 고객은 극히 드물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젤 게이트가 확산하기 전인 2015년 9월 이전에는 질소산화물 배출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재판은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가진 뒤 올해 상반기 내에 1심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정부세종청사 환경부에서 홍동곤 교통환경과장이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차량 리콜 승인을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독일연방대법원, 폴크스바겐의 하자담보책임 인정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독일연방대법원(BGH, Bundes Gerichthof)은 지난 2월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소송과 관련하여 최종판결의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예비적 결정을 언론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독일연방대법원은 폴크스바겐이 인증 시험할 때에만 배출가스저감장치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실제 도로주행 시에는 이를 끄는 임의설정 조작을 한 것은 하자로 봤다. 또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조항에 따라 위와 같은 임의설정 조작이 된 티구안 차량 차주가 폴크스바겐에 임의설정이 안 된 차량으로 교환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 이른바 원고의 완전물급부청구권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독일연방대법원은 “폴크스바겐이 원고에게 판매한 차량의 경우 이미 모델변경을 하여 같은 차량이 더 생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교환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으며, 폴크스바겐은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한 신형 차량으로 교환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와 같은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시가 나옴으로써 그동안 주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판결에서 임의설정 조작이 하자에 해당하느냐를 놓고 판결이 엇갈렸었던 상황이 정리돼 폴크스바겐은 ‘하자담보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자담보책임이란 매매 기타의 유상계약에서 그 목적물에 하자가 있을 때에 일정한 요건하에 매도인 등 인도자가 부담하는 담보책임을 말한다.

이러한 예비적 결정 내용 공개는 아직 독일 내에서 소송 중인 40만 명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려는 독일 연방대법원의 배려가 담겨 있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미국에선 발 빠른 보상

폴크스바겐은 디젤게이트 파문 이후 수개월이 흐른 2016년 6월, 미국에서 소비자 피해 배상에 147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한화로 약 17조 원에 이르는 돈이다. 배상액은 차량 소유주 47만 5000여 명에게 현금으로 지급할 돈과 차량 환매·수리 비용 등으로 구성됐다. 폴크스바겐은 미국 정부에 거액의 벌금을 별도로 낸다.

배상 규모도 점차 늘었다. 2017년 CNN과 로이터는 “폴크스바겐이 추가 리콜 비용과 민형사상 내야 할 벌금 등으로 배상 규모가 모두 300억 달러(약 34조 원)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15일 CNBC는 “SEC가 폴크스바겐을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법원에 제소했다”고 전했다. 폴크스바겐이 디젤 게이트와 관련해 대규모 사기극을 벌였으며 반복적으로 미국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SEC는 폴크스바겐과 마르틴 빈터코른 전 폴크스바겐 회장을 제소했는데, 이 소송은 빈터코른이 미국 회사의 임원 또는 이사로 일하면서 부당한 소득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SEC는 소장을 통해 “폴크스바겐 고위 경영진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미국에서 생산한 50만 대 이상의 차량이 배출가스 한도를 상당히 초과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채권과 자산유동화증권 130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SEC는 “배출가스 조작을 숨김으로써 폴크스바겐은 유가 증권 발행을 통해 수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폴크스바겐은 “SEC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소장에 결함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폴크스바겐은 “SEC는 채권 발행에 관여한 폴크스바겐 디젤차량이 미국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을 기소하지 않았지만, 폴크스바겐 전 CEO에 관해서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들을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한경석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