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감소효과에 저렴한 유지비”

지난달 26일부터 일반인도 모든 LPG(액화석유가스)차량을 사고 팔 수 있고, 휘발유나 경유차를 LPG차량으로 개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미세먼지 줄이기 정책의 하나로 지난달 26일부터 일반인도 액화석유가스(LPG)차량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1982년 이후 37년 만이다. 휘발유 차량이나 경유 차량을 LPG 차량으로 고치는 일도 가능하다. 이 가운데 LPG 차가 휘발유·경유차를 대체하며 '친환경 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5일 “수송용 LPG 연료 사용 제한을 폐지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이 3월 26일 공포, 시행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액화석유가스(LPG) 화물차 신차구매 지원 사업’을 이용한 LPG 신차 구매자에게 올해 1호 차를 전달했다. 개별 용달 자영업자인 이 구매자는 기존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LPG 1톤 트럭을 구매해 보조금 400만 원을 받았다. 이 사업은 오래된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의 새 차 구매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다.

LPG 차량은 지금까지 택시나 렌터카, 장애인용으로만 살 수 있었지만, 정부가 미세먼지 등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만큼 일반인도 LPG 차량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 새 LPG 차량은 물론 중고차 구매도 가능하다. 기존에 보유한 휘발유·경유 차량을 LPG 차량으로 고쳐도 된다. 더불어 이번 법 개정으로 기존 LPG 연료 사용제한을 위반한 사용자에 대해 최고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던 행정처분 관련 법률 조항도 폐지됐다.

휘발유·경유 차량과 비교했을 때 LPG 차량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은 오염물질 배출’과 ‘낮은 유지비’에 있다. LPG의 주성분은 프로판과 부탄으로 색깔·냄새·맛·독성 등이 없다. 또한, 원유 정제 과정이나 유전에서 부산물로 생기는 가스에 압력을 가해 액체로 만든 만큼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LPG 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휘발유나 경유 차량보다 각각 3분의 1, 9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휘발유차 9종, 경유차 32종, LPG차 4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차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경유 차량이 가장 많았다. 경유 차량에서는 1㎞당 0.56g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됐고, 휘발유 차량에서는 0.02g, LPG 차량에서는 0.006g이 배출됐다.

LPG 차량의 또 다른 장점은 저렴한 연료 가격과 유지 비용이다. 전국 평균가 기준 휘발유는 리터당 1385.9원, LPG 가스는 리터당 797.8원이다. 연비로만 따지자면 휘발유의 성능이 더 뛰어나지만 가격 차이가 나는 만큼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LPG 차량의 유지비용이 약 30% 적다.

휘발유·경유 차량보다 정숙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LPG 차량은 엔진 소음이 적고 ‘노킹’(실린더 내부에 이상 연소로 소음이 나는 증상)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만큼 안정적이고 정숙한 주행을 할 수 있다. 또한, 연소 과정에서 그을음이 발생하지 않아 엔진오일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교체 시기 역시 늘어나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LPG 차량은 경유나 휘발유보다 질소산화물이 적게 나오는만큼 미세먼지 감소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이산화탄소가 10~20% 정도 더 나와 지구 온난화 대비 차원에서는 효과가 작고, LPG 충전소는 위험물로 분류돼 학교 근처 200m 내 설치가 안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충전소가 서울 사대문 안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며 “차량 대수 대비 충전소 개념으로 보면 일반 주유소의 7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충전소 확충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규제가 풀리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가 많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LPG 차량은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이 완전한 무공해 자동차로 가기 이전의 과도기적 모델로, 보급이 확산하기 위해선 현대·기아차와 같은 완성차 기업에서 최근 인기를 끄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다양한 차종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PG 차량 판매 흐름에 발맞춰 국내 완성차업계는 LPG 신차 모델 출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아반떼’,’쏘나타’,’그랜저’,’스타렉스’ 등에 이어 최근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 LPG 모델을 추가했으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LPG 모델 추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모닝’,’레이’,’K5’ 등에 이어 ‘K7’,’봉고’ 등의 LPG 차량을 연이어 내놓고 있으며, 르노삼성자동차는 ‘SM6’, ‘SM7’ 외에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 ‘QM6’의 LPG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양산에 돌입해 올해 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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