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할아버지인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과 아버지인 고 조양호 회장 뒤를 이어 ‘3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한 것이다. 행동주의펀드 KCGI 등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등 노골적인 경영권 위협이 지속되는 만큼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하는 것이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지난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조 신임 회장은 한진그룹 대표로 경영을 이끌게 됐다. 별도 취임 행사는 갖지 않기로 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원태 신임 대표이사 회장 선임은 고 조양호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그룹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계승·발전시키고, 한진그룹 비전 달성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을 막아내려면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선임이 시급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 보유 비율이 종전 12.80%에서 14.98%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4.11%로 낮아진 상황에서 KCGI의 견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현재 고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17.84%(보통주 기준)이다. 조 신임회장은 한진칼 지분이 2.34%밖에 없다. 때문에 조양호 회장 타계 이후 조 신임회장이 조부인 조중훈 창업주로부터 내려온 한진가의 한진칼 경영권을 지켜내려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과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2.30%)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 신임 회장은 미국 남가주 대학교(USCㆍ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3년 8월 한진그룹의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담당으로 입사했다.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기획,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경영전략본부, 화물사업본부 등 항공 전반에 대한 실무를 쌓았다. 2016년 총괄 부사장과 대표이사에 이어 2017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난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한 이후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출범, 아시아·태평양항공사협회(AAPA, Association of Asia Pacific Airlines) 사장단회의 개최 등을 진행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