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와 매각을 위해 총 1조7300억원을 투입한다. 1조6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에 직접 지원하고, 나머지 1300억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에 지원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실사가 끝나는 대로 6월 중 입찰공고가 이뤄지면 올 여름에 아시아나항공의 새 인수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아시아나항공에 1조6000억원, 금호고속에도 1300억원 지원

산은 등 채권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가는 1조6000억 원은 ▲영구채 매입 5000억 원 ▲신용한도 8000억 원 ▲항공기 도입 시 리스금융에 대한 신용보증(스탠바이 L/C) 3000억 원이다. 영구채는 만기가 따로 없이 이자만 받는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재무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영구채 5000억 원어치를 발행하면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7대 3의 비율로 인수할 계획이다.

지원의 핵심은 영구채 매입 5000억원을 제외한 ‘1조1000억원’이다. 신용한도는 마이너스 통장의 개념이다. 아시아나항공에 자금난이 발생하면 8000억 원 한도 내에서 바로 현금이 지원된다. 즉 1조1000억원은 필요 시 유동성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예비적 성격’을 띤다. 그만큼 채권단의 직접 지출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다. 경영 정상화만 이루면 아시아나항공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통 큰 지원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다.

이와 함께 채권단은 금호고속에도 금호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에도 1300억원을 지원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원활한 매각을 위한 조치라는 평이다. 금호고속의 대주주는 박삼구 전 회장이다. 금호고속이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으면 박 전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리게 되고, 원활한 매각 작업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13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전제로 금호산업 주식(45.3%) 담보부 대출 지원(브리지론)이다. 산은 측은 이를 금호고속의 공공적 교통 인프라 기능을 고려한 지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브리지론은 자금난에 빠졌을 때 일시적으로 자금을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는 대출(Loan), 다시 말해 임시방편적 자금 대출이다. 금호고속에 대한 브리지론이 지원되는 것은 금호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고속의 현 상황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에 지원 요청한 5000억원의 3배가 넘는 1조6000억원 규모의 통 큰 지원이 이뤄진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흥행을 위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매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안 요소를 최소화해 인수 후보를 더 모으려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이 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33.5%)을 채권단이 나중에라도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할 수 있도록 금호그룹과 특별약정을 맺었다. 또 아시아나항공 상표권을 확보해 향후 매각 지연 가능성을 차단했다. 앞서 산은이 중국계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상표권을 빌미로 M&A를 방해했던 전례를 고려한 조치다.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곧 재무구조 개선약정(MOU)을 맺고 이번 주에 매각 주간사회사 선정 등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한다. 6월 입찰공고를 내고, 7∼8월 예비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올해 안에 인수자와 본 계약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한화, SK, CJ, 애경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 M&A는 국내에서 처음 해보는 것이고 유가, 항공업황 등 변수가 적지 않고,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을 치솟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물밑에서 탐색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며 “실사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후보군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직 슬림화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채권단 자금지원 방안을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매각절차를 완료할 수 있도록 금호산업과 협조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오는 9월말까지 인천~러시아 하바롭스크·사할린 노선을 폐지하고, 10월 말까지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사할린 노선은 평균 50~60%대 탑승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항공기 축소도 한다. ‘하늘 위 호텔’로 불리는 A380 등 대형 항공기를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에어버스 A380 6기를 도입하는데 2조원을 투입했다. 4개의 엔진을 장착한 A380은 한번에 500명에서 최대 800명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대형기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장거리 노선인 미국, 유럽 지역에 투입됐다. 중국ㆍ동남아 노선 비중이 컸던 기존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서면서 단행한 투자였다. 그런데 이미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총 부채가 5조원에 달할 정도여서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이 많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A380을 들여올 때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대형항공기 주문이 감소하던 때였는데, 아시아나항공이 그 흐름을 읽지 못했던 것”이라며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중형기들 위주로 인력도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