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해명에 올빼미 공시 논란…비판 거세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밀 조사 발표로 잠잠해질 듯했던 문제가 사측의 도덕성 논란과 함께 업계 전반에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라지만, 시장은 물론 사회적 여론이 워낙 싸늘한 탓에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판매중단 기자간담회에서 이우석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거짓해명 논란 불거져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3일 기재정정공시를 냈다. 내용을 보면 2017년 3월 미국 위탁생산업체인 론자가 인보사를 대상으로 STR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인보사 2액의 주성분이 신장세포임로 확인돼 이를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에 알렸다. 이에 따르면 인보사 사태가 터지기 2년 전부터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 주성분이 신장세포임을 알았다는 것이다.

이는 사측의 지난번 해명이 거짓이었음을 보여준 셈이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2액 주성분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제품 개발 초기인 2004년에는 없었던 STR 테스트가 나중에 도입되면서 관련 성분의 정체를 뒤늦게 알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면서 제품의 자발적 판매중단을 조치, 모든 인보사 투여 환자를 대상으로 15년간 안전성 추적관찰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번 기재정정공시로 사측 해명의 신뢰성은 금이 갔다. 아울러 ‘올빼미 공시’에 따른 비판 여론이 더해진 모습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2액 주성분과 관련한 공시를 휴일 하루 전 늦은 오후(5시38분)에 슬그머니 기재했다. 그런데다 해당 사실을 공개한 것 역시 불가피한 사유 때문으로 보여 시선이 차갑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이번 일을 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 제약과 진행 중인 소송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6년 미쓰비시다나베와 총 5000억 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이듬해 12월 미쓰비시다나베가 계약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미쓰비시다나베는 이어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계약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인보사의 주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과거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통보받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에 코오롱생명과학은 공시 의무에 따라 “2년 전 변경 사실을 확인했지만 생산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3일 새벽 미국 FDA의 인보사 임상중지 공문을 수령한 후 번역 등의 과정을 거쳐 가급적 빨리 공시한 것으로 결코 올빼미 공시가 아니다”라며 “우선 현재 논란에 대해서는 사태가 조속히 수습될 수 있도록 회사 입장에서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여파 곳곳 확산

이번 사태를 다수가 눈 여겨 보는 이유는 여파가 코오롱생명과학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제품을 허가한 식약처로서는 부실한 절차에 따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오 업계를 포함한 업계 전체가 이번 일로 강화된 규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당장 식약처는 논란 초기와 같은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일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미국 현지실사를 통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사항은 논의 중으로, 오는 20일쯤 미국 코오롱티슈진과 우시 및 피셔 등을 방문해 세포가 바뀌게 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여기서 우시는 제조용세포주 제조소, 피셔는 세포은행 보관소다.

바이오 업계도 걱정이 크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첨단바이오법’의 통과가 더욱 어려워질까 우려 중이다. 이 법은 바이오의약품 심사o허가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가 골자다.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 ▲개발사 일정에 맞춘 단계별 사전 심사 ▲유효성o안전성 입증 시 임상 2상만으로도 의약품 시판 조건부 허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첨단바이오법의 통과는 바이오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하지만 인보사 사태로 말미암아 해당 법안의 통과는 반대 여론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인보사 논란 초반에도 이 법은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로 암초를 만났다. 오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제적 효과와 별도로 조건부 허가가 남용될 수도 있다”며 이런 뜻을 밝혔다.

시민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료NGO 단체인 ‘무상의료본부’는 “식약처가 식품의약품‘산업’처로 변질되면서, 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효용성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해, 기업이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면 넘어가는 식의 특례가 도입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업계는 첨단바이오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인보사 논란으로 법률 제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면서 “국내의 첨단바이오 의약품 경쟁력을 높이려면 첨단바이오 의약품의 신속한 인허가 절차와 기업지원 규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지원 등 이 법안은 바이오의약품의 안전과 유효성을 철저히 관리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보사 사태의 영향은 산업계 전반에 뻗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올빼미 공시를 두고 비판이 잇따르자 한국거래소는 지난 8일 “장 종료 이후 제출된 공시서류의 공시내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악재성 공시로 판단되는 경우 기업의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올빼미 공시를 방지할) 추가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번 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수사를 받게 됐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사건을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가 맡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의 고의성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수사는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달 30일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대표이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이의경 식약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