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본사 사진=연합

하나금융지주가 옛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Loanstar)에서 제기한 1조600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재에서 전부 승소했다. 하나금융은 지난 15일 “사건을 맡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완전 승소했다는 공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국제중재재판소에서 협의 형태가 아니라, 한 쪽이 완전 승소한 판결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LSF-KEB홀딩스(LSF-KEB Holdings SCA)가 국제중재재판소(ICA,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제기한 ICC 중재신청에서 전부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LSF-KEF홀딩스는 론스타가 벨기에에 설립한 회사로 지난 2000년대 중반 론스타가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징수를 피하기 위해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국제중재재판소 판결로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제기한 14억43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에서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앞서 외환은행의 최대주주였던 론스타는 지난 2012년 2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당국의 매각 승인을 받으려면 인수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2010년 11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3억2904만주)를 주당 1만4250원(총 4조6888억원)에 거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위원회는 1년 2개월이 지난 2012년 1월에서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그 사이 몇 차례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2012년 12월 최종 매각대금은 7732억원 줄어든 3조9156억원으로 결정됐다. 매매가격 인하는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합의한 사항이다.

당시 지불액은 계약금액 3조9157억원 가운데 국세청이 원천징수하기로 한 세금(3916억원)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담보로 받아간 대출금(1조5000억원)을 제외한 2조240억원이었다.

그리고 약 4년 뒤인 2016년 8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14억43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에 따르면 당초 하나금융에 넘길 외환은행 발행주식 3억2904만주에 대한 매각 대금은 4조6888억원인데,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면서 최종적으로 이보다 낮은 3조9156억원에 매각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특히 론스타는 당시 하나금융이 정부와 짜고 부당하게 가격을 낮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는데도 하나금융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등 계약을 위반해 손해를 봤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국제중재재판소는 론스타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정문에 따르면 판정부는 원고 청구내역을 전부 기각하고 “원고(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가 부담한 중재판정 비용 및 법률 비용을 지급하라”고 했다.

또 “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의 기망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판단했다.

론스타가 ‘가격인하 없으면 승인 없다’는 식으로 강박하였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해 보면, 이를 협박(threat)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판정부는 “피고는 계약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론스타와 충분히 협력·협의하였으므로,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하나금융이 론스타를 기망 또는 강박했다는 주장의 이유가 없기 때문에 론스타에 착오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도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론스타가 판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판정 결과에 불복해 취소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전례 상 기존 판정이 바뀐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휘호 기자

ICC 중재 승리에 ISD 결과도 청신호?

론스타와 하나금융간 싸움은 하나금융의 승리로 일단락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결과가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ISD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론스타는 같은 논리선상에서 지난 2012년 미국 워싱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이 넘는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제기한 바 있다.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ISD, 하나금융에는 ICC 중재를 청구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 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론스타는 ISD를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와 매각시점 지연, 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을 팔려 했지만 한국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고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넘겼지만, 매각이 늦어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ISD 재판은 2015년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열린 이후 이듬해 6월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제4차 심리를 사실상 마무리됐다. ICC 중재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최종 판결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ISD 재판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이 없다고 볼지, 아니면 책임을 물어 배상 판결을 내릴지는 예측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SD 결과는 4~5개월 뒤인 올해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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