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현대제철,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조업정지’ 위기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철강 업계의 환경오염 논란이 거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대기 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찝찝하기만 하다.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나온 조업정지 등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행정제재를 받은 기업들 역시 대책 마련에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와 산업발전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나란히 대기오염물질 배출 등을 이유로 환경부와 지자체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이 우려되는 탓에, 양측 모두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어떻든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

발단은 블리더(bleeder)다. 고로(용광로) 점검·보수 시 쓰이는 설비인데, 공정 중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고로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장치다. 문제는 이 장치를 개방하는 동안 일산화탄소와 분진 등 유해한 대기물질이 배출된다는 점이다. 가급적 사용을 안 하는 게 최선인데, 해당 장치가 ‘안전설비’로서 이용이 불가피한 데다 대체재도 없다.

포스코의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정비작업 중 블리더를 개방했다. 환경부는 이들 기업이 방지시설 없이, 불필요하게 설비를 개방하며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전남도와 경북도 및 충남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에 열흘간의 조업정지 처분을 최근 사전 통보했다.

이 같은 제재가 현실화하면 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표면상의 제재 기간은 열흘이지만, 실제로는 수개월간의 조업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고로는 5일 이상 멈출 시 쇳물이 굳어져서, 재가동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 경우 경제적 피해는 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 “사실상 문 닫으란 소리”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재 강행하면 8000억 피해

동일 규제 적용하는 나라, 전세계적으로 하나도 없어

산업부-환경부 정책조율 필요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철의 날’ 행사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번 조업정치 처분과 관련해) 협회 차원의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철강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도 “현재 기술로서는 블리더를 개방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노조와 광양제철소 협력사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조업 중단은 세계적으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며 “철강생산이 멈추면 후방 산업인 조선, 자동차, 건설, 가전업체 등 모든 산업에 치명적인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파는 업계 전반에 걸쳐 번지고 있다. 제재를 받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외에도 철강업계 전체가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조업정지는 곧 제철소 운영 중단을 의미한다”며 이번 조치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협회는 “조업정지 이후 고로를 재가동한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블리더 개방 외에는 기술적 대안이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제재수위는 세계적 기준에 견줘서도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블리더는 정비 등의 목적으로 개방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고로 잔여가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특별한 해결방안이 없다. 때문에 블리더 개방에 따른 대기배출량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특정한 작업이나 연구를 수행 중인 철강 회원사는 한 곳도 없다.

오히려 독일의 경우는 고로 정비 시 안전밸브 개방을 일반정비 절차로 인정하는 등 고로 안전밸브 개방을 규제하는 관련 법적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밖에 다른 선진국에서도 고로 안전밸브의 개방을 특별히 규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행정처분을 내린 전남도는 오는 18일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그 후 조업정지 여부 등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소재한 경북도도 조만간 청문회를 열어 사측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이 위치한 충남도의 경우 청문회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가 사회적 해결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기업들의 대책 마련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대기오염물질 피해의 당사자인 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지만,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다는 말을 한다”며 “조업정지로 인한 기업의 손실만을 중점에 두고,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기회에 환경보전과 산업발전 사이의 딜레마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과도한 환경규제가 산업발전을 가로막아, 친환경 정책의 취지인 지속가능 사회 실현을 되레 방해하는 역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상시 공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