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델타항공은 자사 홈페이지 ‘뉴스 허브’ 코너에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국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드워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로 JV 가치를 기반으로 한 대한항공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의 가장 위에 있는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진에어 등 계열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약 16%까지 사들이며 조 회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델타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은 조 회장 측에는 호재다. 델타가 자신의 지분을 조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명확히 밝히지 않더라도 대한항공과 깊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경영을 맡은 조 회장을 흔드는 방향의 의결권 행사는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고, KCGI가 15.98%로 뒤를 쫓고 있다. 앞으로 델타가 예고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면 조 회장 측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에 육박해져 사실상 경영권 논란이 일기 어려운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과 탄탄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 대한항공이 주도해 2000년 창설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멤버로 참여했고, 작년 5월에는 항공사 간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JV를 출범시키며 ‘공동운명체’가 됐다. 바스티안 CEO는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한항공과 조원태 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신뢰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