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수주…‘반쪽짜리’ 비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 정비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반쪽짜리’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계약의 규모와 내용이 당초의 기대를 크게 하회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탈원전 기조가 지속 중인 가운데 최근 벌어진 한빛 1호기 사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계약을 디딤돌 삼아 해외 원전 사업에서 성과를 내려던 정부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배경이다. ‘원전 강국’이란 명성이 무색해졌다는 말도 나온다.
한국이 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을 수주했으나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간·금액 ‘반토막’ 수주

지난 23일 UAE 아부다비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한전KPS컨소시엄, 두산중공업은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와 정비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한수원 등은 향후 바라카 원전 4기의 정비 서비스를 담당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한수원·한전KPS는 정비 분야 고위직을 나와에너지에 파견, 바라카 원전의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등 전문분야 정비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이번 정비계약 발주사인 나와에너지는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품질기준에 따라 한수원·KPS 및 두산중공업을 정비계약 파트너로 선정했다”며 “한국과의 정비계약 체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선 기대치 이하의 성과란 지적이 거세다. ‘팀코리아’로 불린 한수원 등은 바라카 원전에 대한 정비 서비스를 5년간 제공하기로 했다. 나와에너지 측과 합의에 따라 계약기간 연장이 가능하단 단서가 붙었지만, 반대로 5년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5년으로 끝이 난다면 수주 규모는 수천억원 대에 그칠 전망이다.

수주에 성공하고도 곳곳서 실망감이 터져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바라카원전은 한국에게 의미가 깊다. 지난 2009년 프랑스, 일본 등과 경합한 끝에 건설 입찰에 성공한 곳이다. 한국이 최초로 수출한 원전이자 중동에 처음 건설된 원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정부와 업계는 15년가량 원전 정비 업무를 일괄 수주, 인력 파견은 물론 국산 설비 도입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지난 2016년 한수원이 이 원전에 대한 핵심 운영권으로 꼽히는 운영지원계약(OSSA)을 체결할 당시에는 비전이 꽤 구체적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정부는 일괄 수주를 통해 향후 60년간 22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출 효과는 21조원, 후속 효과는 72조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분위기는 2017년 급변했다. UAE측이 돌연 계약 방식을 수의 대신 경쟁 입찰로 바꾸면서다. 또한 계약 내용 역시 기존 장기정비계약(LTMA)에서 장기서비스계약(LTMSA)으로 변했다. 단독으로 10년 이상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단기간 복수 업체 진행으로 바뀐 것이다.

탈원전·원전사고 영향

상황이 이 같이 전개된 표면상의 배경은 UAE 정부가 자국의 여론 및 이익 등을 고려해 입장을 전환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UAE측은 자국 원전규제를 들어 나와에너지가 정비를 포함한 바라카 원전 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정비계약 체결은 양국 간 원전협력이 건설뿐만 아니라 설계·운영·핵연료·정비 등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UAE의 입장 변화를 초래한 요인은 한국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지속 중이고,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재에 따른 한빛1호기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원전 사업을 수주하겠다고 나선 한국이 정작 자국에선 원전 정책을 후퇴시키며 시설관리조차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달 10일 한빛1호기의 열 출력이 제한치인 5%의 3배를 넘는 18%까지 치솟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수원은 규정에 따라 한빛1호기를 즉각 멈춰야 했지만 12시간가량 가동을 지속했다. 열 출력이 더욱 높아졌다면 최악의 경우 ‘폭발’ 혹은 ‘방사능 유출’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조사에 나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이 사고의 원인을 근무자의 계산 오류 등 인재로 판명했다.

다음으로 UAE측이 ‘이른 시일 내에 바라카원전을 알아서 관리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바라카원전 건설 당시 UAE가 현장에 투입된 국내 전문 인력을 통해 정비나 서비스 등에 대한 노하우를 상당수 전수받은 데 따른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감사원은 국내 민간기업과 전직 원전 공기업 간부가 한국형 경수로 기술을 해외에 빼돌렸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UAE가 사업의 주도권을 먼저 쥔 다음, 향후 기술자립을 위한 연구에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확연히 다른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보수야당은 원전 강국이란 이름이 무색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내고 “우리가 만든 원전을 우리가 정비하지 못하고 하도급을 받는 신세가 됐다”며 “원전 강국이라는 우리 위상의 급격한 추락 실상을 또 보게 됐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산업부는 “두산중공업 등 우리 원전기업이 그간의 해외 대형원전사업 참여뿐만 아니라 해외원전 서비스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평가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UAE 바라카원전의 성공적 준공과 안전한 운영을 위해 양국 정부와 원전업계는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