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도입 전망…부작용 우려 잇따라

정부가 또 다시 ‘집값 잡기’에 나설 조짐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 도입할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은 벌써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정책의 실효성은 물론 시기상 적정성을 고려해 신중한 정책 추진을 요구한다. 국토교통부는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에 공공택지에 적용한 이 제도에 민간택지도 포함하는 게 골자다.
정부의 ‘의지’

논란의 불씨는 지난 10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폈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틀 뒤인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이제는 때가 됐다”며 제도 도입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을 물샐 틈 없이 틀어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제도가 시행된다면 벌써 현 정부의 9번째 부동산 대책이 된다. 종합부동산세 대폭 강화, 임대사업자 혜택의 대폭 축소를 뼈대로 한 ‘9·13 대책’을 발표한 때가 불과 10개월 전이다.

정부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2017년 ‘6·19 대책’을 필두로 각종 정책들을 보따리 풀 듯 쏟아냈지만 효과는 일시에 그쳐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해 7월1주, 34주만에 상승세에 진입했다. 이달 상승세는 3주째 0.01~0.02%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민간기관인 부동산114의 조사 결과는 상승률이 0.10%까지 나타났다.

취지는 ‘공감’ 방법론은 ‘글쎄’

정부는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과열’ 단계는 아직이지만 그 전에 팔을 걷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집값이 이미 오를 만큼 오른 데다, 한 번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하면 걷잡기 힘든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택지만을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말 그대로 분양 가격을 제도로써 제한하는 제도다. 그간 부동산 대책이 대출 요건 강화 및 세 부담 확대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쪽이었다면, 이번 규제는 직접적 가격통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언뜻 보면 가장 확실한 방법인 까닭에 해당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놓고는 당정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최종 수단 격으로 불려왔다. 그런 만큼 중장기적 효과를 내야만 하고, 부작용에 대한 대비도 철저해야 한다. 섣불리 추진했다가는 되레 돌이키기 힘든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벌써부터 로또분양 등 제도의 취지를 벗어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로 주택시장에서의 가격조절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분양주택의 가격 억제를 통해 주변의 주택가격에 하향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데 중점이 있다”면서 “주택 가격 상승률은 대체로 주변의 시세를 따라가는 흐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7~2019년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 대부분의 시세는 당초 분양가 대비 최대 100% 안팎으로 상승했다. HUG가 분양가 심사에 나섰음에도 인위적 가격 억제 효과는 잠시일 뿐, 결과적으로는 수분양자의 시세 차익만 키워 서민의 주거안정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로또 분양 논란이 재점화 할 수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 시행하면 신규 단지는 물론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른 분양 단지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입지가 좋은 지역의 신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로또분양 논란이 또 불거질 수 있어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의 직격탄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로 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확대 적용되면 이들 단지의 일반 분양분 가격이 시세 대비 20~30%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 경우 수익 감소에 따른 사업성 추락, 조합원의 부담 증가로 인해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전매 제한 강화 및 주택채권입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주택채권입찰제는 분양가와 주변 아파트의 시세차이가 크게 발생할 경우 계약자가 채권을 사게 해 이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다. 도입하게 되면 분양 수요자들은 채권매입 예정액을 많이 써낸 순서대로 분양권을 부여받을 전망이다. 2006년 참여정부가 도입한 적 있다.

우선 타깃은 강남3구

제도의 최우선 타깃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3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장 분양가 상한제 엄포에 이들 지역 집값도 주춤했다. 지난 18일 한국감정원 발표를 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집값은 0.01% 상승했다. 3주 연속 오른 셈이지만, 상승폭은 전주(0.02%) 보다 낮아졌다. 강남구와 서초구의 상승률은 전주 대비 각각 0.01% 하락한 0.04%, 0.02%를 기록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서울 24개구 중에서 강남,서초,송파는 이미 3~6월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를 2배 이상 초과 상승했다”며 “대책이 나와 봐야 하겠지만 강남3구는 (분양가상한제)무조건 적용, 광진구와 중랑구 등 투기가 활발한 나머지 지역은 시점에 달린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의 세부사항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이르면 이달 말쯤 입법예고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법 시행령은 40일의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규제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치면 바로 공포·시행된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