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국적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전이 본격 시작됐다. 매각 가격이 최대 2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될 만큼 ‘대형 매물’이다. SK, 롯데, 한화, CJ, GS, 신세계, 애경 등 대기업들이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애경을 제외한 다른 기업은 여전히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긋거나 말을 아끼고 있다.

금호산업은 25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을 통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9만주(31%)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보통주 6868만8063주(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를 잠재 투자자가 인수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거래다. 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예비입찰을 통해 쇼트리스트가 추려지는 건 9월쯤이 된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실사 뒤 10월께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연말쯤 주식매매계약을 맺고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이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가게 된다.

매각 방식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까지 묶어 파는 ‘통매각 방식’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남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일괄 매각이 원칙이고 다른 옵션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그것이 매각 작업을 순조롭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자회사까지 한꺼번에 인수하려면 인수자 부담이 너무 커서 분리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를 일축한 것이다. 앞서 23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도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가 있어서 통매각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가는 1조5000억원 안팎으로 관측된다. 금호산업이 가진 구주(31.0%)를 특정 대기업에 매각하는 동시에 구주를 사들인 대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주도 인수하는 식이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주가(6520원)를 감안하면 구주 인수대금은 45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신주 인수가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예측이다. 채권단 등에 따르면 인수 의향기업은 예비입찰 때 구주와 신주에 대한 인수가를 각각 적어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많게는 2조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항공사다. 면허사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항공업계 진출을 노리는 기업에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흥행을 자신하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이동걸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같은 매물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 아파트는 또 나오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몇 가지 면에서 괜찮은데 한 두 가지가 부족한 원매자가 있다면 보완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인수 가격에 더해 경영 능력도 중요한 요소로 보겠다는 것이다.

최대 관심사는 누가 인수전에 참전할 지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애경이 유일하다. 다른 대기업들은 모두 “관심이 없다”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최태원 회장이 카타르항공을 보유한 카타르 투자청 고위관계자를 만났다는 보도로 인수설이 불거지자 반박 자료를 내며 부인했다. 한화와 CJ도 아직까진 관심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25일 “여러 경로를 통해 아시아나 매각 관련 (관심 있다고) 들은 곳도 있고, 사적으로 연락 온 곳도 있다”며 “이제 매각이 시작됐으니 (인수희망 기업이) 보다 구체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박 사장은 “이번 딜은 진성 매각”이라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특수 관계인 금호석유화학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매각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