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이어 퀀텀닷 OLED…차세대 산업 선점 나서는 삼성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진 가운데 삼성이 ‘기술 장벽’ 세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약 13조원가량을 투자해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저가 LCD 공세에 한창인 중국을 초격차로 따돌리고, 차세대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구상에서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조치란 분석과 함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지난달 6일 충남 온양 사업장을 찾고 현장경영에 나섰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퀀텀닷 OLED’ 13조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삼성은 오는 10월 중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에 약 13조원 투입을 골자로 한 공식발표를 진행할 전망이다. 삼성측은 현재로선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으나, 충남도 등의 복수 관계자는 이 같은 투자 계획이 곧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관련 사업계획의 구체 사항들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라인을 ‘퀀텀닷발광다이오드(QD-OLED)’ 필름 시트를 추가한 LCD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부문의 잠재적 시장상황을 염두에 둔 대규모 투자 방침은 진즉에 세워진 사항이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말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총 10조7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뒤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하반기에 (시설투자가)집중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삼성의 탕정공장 투자는 혼탁해진 디스플레이 생태계를 정리하는 한편 대형TV 시장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중국의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26.7%씩이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력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 올려 중국을 따돌리고 글로벌 장악력을 높여가겠단 뜻이다.

지름이 2~12nm에 불과한 단일 결정으로 이뤄진 퀀텀닷은 현재 삼성전자 QLED 8K TV의 핵심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QLED 8K는 고성능 퀀텀닷 필름을 입힘으로써 3300만개의 화소를 촘촘하게 배열했다. 여기에 ‘퀀텀프로세서 8K AI’까지 적용해 98형 기준 5000니트(nit) 밝기의 HDR 영상을 구현해냈다.

다만 이번 투자 계획으로 하여금 삼성전자의 TV제품 전략은 일부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입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방식에 퀀텀닷을 결합하는 데에 힘을 쏟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세계 OLED TV 판매량이 작년의 2배 수준인 300만대에 달하면서 퀀텀닷과 OLED의 결합은 불가피하다는 시각에서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가 OLED에 재진출한 셈이므로 의미가 크다. 삼성은 2005년 세계 최대 크기인 21인치 OLED 개발에 성공했지만, 수익성 등을 이유로 2013년 생산중단을 선언했다. 2016년에는 고위 관계자가 “손익이 맞지 않는 등 여러 배경상 OLED TV 생산을 재개하는 일은 없다”고까지 말했었다.

분위기는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발언으로 반전됐다. 지난달 27일 탕정사업장을 직접 찾은 이 부회장은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며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TV용)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또 승부수’ 차세대 산업 육성 박차

탕정공장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에 비춰 이 부회장의 결단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관련 계획을 공식화하는 자리에 직접 참석할지 여부도 커다란 관심사다. 업계에서는 퀀텀닷 올레드 투자 관련 행사장에 이 부회장을 포함한 각계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할 것이란 말이 나돈다.

지난 1월 삼성 투자유치를 올해 주력 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던 강훈식(충남 아산시을) 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기업을 하나로 잇는 그간의 노력이 성과로 도출돼 정말 기쁘다”며 “오는 10월 삼성 투자 발표에서 확인되겠지만 아산에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을 미래먹거리 산업육성으로 타개하려는 모습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출시한 폴더블폰이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오는 2030년까지는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목표로 133조원 규모의 투자가 단행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지난달에는 세계 최초로 반도체의 공정 미세화 한계를 극복한 '6세대(1xx단) 256Gb(기가비트) 3비트 V낸드' 양산에 나섰고, 이번 달 24일에는 업계 최초로 0.7㎛(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1미터) 픽셀 크기를 구현한 모바일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슬림 GH1'을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퀀텀닷 OLED 투자의 경우 삼성의 공식입장이 아직 안 나온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삼성의 근래 행보에 견줘 머지않은 시기에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점은 이견이 드물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8세대 이하 LCD 생산시설 재정비, QD-OLED 파일럿 라인 구축 등 행보를 감안할 시 QD-OLED 투자 전망은 지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영산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도 “탕정공장에 대한 대규모 투자 전망이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면서 “실제로 이곳 LCD라인 일부가 셧다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