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은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국내 최초의 제약사가 됐다. 최태원 회장이 ‘제2의 반도체'로 밀고 있는 ‘바이오 사업’ 투자가 자체 개발한 신약 허가를 기점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기술 수출 또는 파트너십 체결 없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글로벌 임상, 미국 FDA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은 엑스코프리가 처음이다. SK바이오팜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는 엑스코프리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맡아 2020년 2분기에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을 투입해 후보물질 하나를 만드는데,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필요하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았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제약 사업은 고부가 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 큰 결단이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까지 8년간 연구개발비 등에 약 4800억을 투입했다.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