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부동산 규제책에도 서울 집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홍콩, 뉴욕, 도쿄 등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 집값 수준이 상당히 높아 버블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어서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 집값을 해외와 비교할 때 자주 사용되는 지표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다. PIR는 주택가격을 가구당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연 소득을 모두 모을 경우 주택을 사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PIR가 10이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각 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산출한 PIR 수치가 제각각이어서 이를 기반으로 상반된 분석이 나온다는 점이다. 세계도시, 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의 PIR 통계를 언론이나 업계에서 왕왕 인용한다. 하지만 이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보고서와 차이가 크다.

세계 국가·도시 비교 사이트인 ‘넘베오’에 따르면 서울의 PIR은 23.75(2019년 11월 기준)로 전체 332개 국가 중 26위를 차지했다. 서울보다 높은 곳은 타이베이(33.10/대만), 방콕(27.08/태국), 호찌민(24.64/베트남), 파리(21,80/프랑스), 런던(21.73/영국) 등이 있다.

반대로 서울의 PIR보다 낮은 국가는 뮌헨(16.45/독일), 로마(16.16/이탈리아), 밴쿠버(14.00/캐나다), 토론토(14.61/캐나다), 도쿄(14.17/일본), 뉴욕(10.61/미국) 등이 있다.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영식 연구원이 등이 발표한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서울의 PIR는 11.2였다. 홍콩(19.4), 베이징(17.1), 상하이(16.4), 시드니(12.9), 밴쿠버(12.6)보다 낮지만, 런던(8.5), 뉴욕(5.7), 도쿄(4.8)보다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서울의 PIR는 홍콩,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과 함께 다른 국가 대도시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전국 차원에서의 부동산 버블 위험성은 낮으나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의 버블 위험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PIR 수치가 제각각인 이유는 이를 산정하는 방식이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득 지표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수치가 달라지는 구조다. 예를 들어 국가가 아닌 특정 도시의 PIR를 산출할 경우에는 전국의 가구당 연 소득을 쓰느냐, 해당 지역의 연 소득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집값 또한 시세를 기준으로 하느냐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느냐, 전체 주택을 기준으로 하느냐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느냐 등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시세에 기반을 둔 가격 정보가 주로 이용되지만, 해외에서는 실거래가에 기반한 지표가 주로 이용된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