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경제에 어떤 영향?

미국과 이란의 군사갈등이 고조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난 7일 정부는 “국내 원유 수급에 대한 영향이 단기적으로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7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중동산 원유의 선적 물량과 일정에 아직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현재 국내에 도입 중인 이란산 원유가 없고 중동지역 석유 가스시설이나 유조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며 “국제적으로 초과 생산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은 국제유가에 미칠 파급효과를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이란 갈등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경계

정부는 금융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의 순대외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 4798억 달러,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4088억 달러를 갖고 있다. 김 차관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습 등 중동 관련 불안에도 금융시장은 강한 복원력을 보였다”며 “순대외채권과 외환보유액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경고한 대외건전성이 안정망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지역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며 “석유 수급 위기 발생 시에는 대체 도입선 확보 등을 통해 추가 물량을 조속히 확보하고 비상시 매뉴얼에 따라 비축유 방출 등 비상 대응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지역의 건설 노동자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 등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김 차관은 “유사시 대책반을 중심으로 안전 확보 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9650만 배럴의 석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민간 비축유와 재고까지 더하면 약 2억 배럴을 확보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새벽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미사일 공격직후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불상의 폭발 장면. 이날 사태로 세계 증시가 하락했지만 전면전으로 번지지 않아 안정세를 찾았다. 연합

중동발 악재로 항공업계 ‘비상’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로 항공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항공사들은 중동 노선을 연이어 중단하거나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동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상황을 지켜보며 항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두바이 노선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지나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될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항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 텔아비브, 이스탄불 노선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 항로가 변경될 수도 있다.

해외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에어프랑스는 이번 중동사태로 관련 노선 운항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하게 이란 노선을 운항하는 중국의 남방항공도 테헤란행 항공편을 전격 취소하고 항로 안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과 싱가포르 항공도 이란 영공과 영해를 우회해 운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사들은 중동사태로 여행 심리가 위축되고 항공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한항공의 경우 중동 노선의 예약 취소는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향후 사태 악화에 따른 수익 감소도 문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유류비가 크게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류비는 항공사 영업 비용의 25%를 차지할 만큼 막중한 비중을 차지한다. 유가상승과 더불어 환율 불안도 항공사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달러로 환산하는 유류비 지급액이 올라갈수록 수익이 감소하면서 항공사 실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군사적 대응 없다는 말에 시장 ‘안정’

지난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군사력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출렁거렸던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면서 “하지만 이 위대한 군대와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게 이를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에게 확전은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며 군사적 대응은 자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시장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았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폭격하면서 폭등한 국제유가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5% 넘게 폭등한 유가가 오른 만큼 떨어지며 회복했다.

뉴욕증시도 다시 오르며 장을 마감했다. 이란 사태가 더 이상의 군사 충돌로 번지지 않으면서 시장이 단기적인 변수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은 셈이다. 뉴욕증시는 이란이 미군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 후 오름세를 보였다. 이란이 미사일을 10발 이상 쐈음에도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면서 시장은 더욱 안정세를 찾았다. 8일(미 동부 시각) 뉴욕증권거래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61.41포인트(0.56%) 상승한 2만8745.09에 마감됐다. 나스닥은 60.66포인트(0.67%) 오른 9129.24에 장을 마쳤다.

우리 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란의 공격 소식이 전해진 후 코스피 지수는 1% 넘게 빠져 나갔지만 장초에 비하면 낙폭을 상당히 줄였다는 평가다. 이란 사태가 안정을 찾으면서 외국인들도 다시 매수하면서 장이 마감됐다. 특히 지난 4분기에 좋은 실적을 보인 반도체 시장에 매수가 집중되면서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급격히 빠져나가지는 않았다. 실제 중동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지난 9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35.14포인트(1.63%) 오른 2186.45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11.7원 하락하며 1159.1원을 나타냈다. 미 증시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한국 증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중동 정세가 악화되며 국내외 증시가 하락하고 국제유가와 금값이 급등한 것에 비하면 빠른 안정세를 찾은 것이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