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성능의 차세대 D램 선봬…프리미엄 메모리 시장 공략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의 필수기술과 다름없는 반도체 신기술들을 속속 내놓아 업계 관심이 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여파로 일부 피해가 불가피해진 삼성전자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 및 빠른 속도의 기술개발이 이뤄지며 기대 이상의 반도체 호황을 기대하는 시각도 따른다. 가장 최근에는 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초고속 D램 ‘플래시볼트(Flashbolt)’를 출시했다.

‘삼성 테크 데이 2019’에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강인엽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영화 82편 1초에 전송

삼성전자가 차세대 슈퍼컴퓨터(HPC)와 인공지능(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초고속 D램 ‘플래시볼트’를 지난 4일 출시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플래시볼트는 16기가바이트(GB) 용량의 3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2E) D램인데, 기존 2세대와 비교해 속도와 용량이 각각 1.3배, 2.0배 향상됐다.

‘플래시볼트’는 1개의 버퍼 칩 위에 16GB D램 칩(10나노급) 8개를 쌓아 16GB 용량을 구현한다. 16GB D램 칩에 5600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총 4만개 이상의 TSV 접합볼로 8개 칩을 수직 연결한 ‘초고집적 TSV 설계 기술’이 이 제품에 적용됐다. 차세대 고객 시스템에서 최고용량, 최고속도, 초절전 등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삼성전자는 강조했다.

앞서도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2단 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3D-TSV)’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이는 기존 금선을 이용해 칩을 연결하는 대신, 반도체 칩 상단과 하단에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수준인 수 마이크로미터 직경 전자 이동 통로(TSV) 6만개를 만드는 첨단 기술이다.

이번 3세대 D램은 전 제품인 2세대 8GB HBM2 D램 ‘아쿠아볼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지 2년 만에 출시된 것이다. 새 제품은 초당 4.2GB까지 데이터 전달 속도를 낼 수 있는데, 향후에는 특정 분야의 차세대 시스템에서 538GB를 1초에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세대 제품과 비교할 경우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가 1.75배 이상 향상되는 것이다.

‘신호전송 최적화 회로 설계’를 활용하면 총 1024개의 데이터 전달 통로에서 초당 3.2기가비트의 속도로 410GB의 데이터를 처리한다고 한다. 이는 풀HD(5기가바이트) 영화 82편을 1초에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세대 D램 제품을 양산, 기존 인공지능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과 고성능 그래픽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슈퍼컴퓨터의 성능 한계를 극복해 차세대 고성능 시스템 적기 개발에 기여할 방침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역대 최고 성능의 차세대 D램 패키지 출시로 빠르게 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더욱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해 독보적인 사업 역량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글로벌 IT 고객들에게 ‘아쿠아볼트’부터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플래시볼트의 경우 차세대 시스템 개발 협력을 더욱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넓혀 나간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기술 개발로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의 수요 확대를 적극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 기술로 미래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력 확보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께 미국 실리콘밸리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당시에도 대거 반도체 기술을 선보였다.

당시 시스템 반도체 부분에서는 2개의 NPU(신경망처리장치) 코어로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고성능 모바일AP ‘엑시노스(Exynos) 990’과 5G 솔루션 신제품 ‘엑시노스 모뎀(Modem) 5123’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최신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차세대 프리미엄 모바일 솔루션으로 ▲2개의 NPU 코어 ▲트라이 클러스터의 효율적 CPU 구조 ▲최신의 그래픽처리장치(GPU) ▲8개 주파수 묶음(CA) 등 다양한 기술이 집약됐다.

메모리 부분에서는 ‘3세대 10나노급(1z) D램’과 ‘7세대(1yy단) V낸드 기술’, ‘PCIe Gen5 SSD 기술’, ’12GB uMCP’ 등 신제품과 개발 중인 차세대 기술의 사업화 전략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7세대 V낸드는 업계 유일 100단 이상의 셀을 한 번에 뚫는 단일 공정을 보다 개선함으로써, 적층 기술과 칩 면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술을 접목한 제품인데 올해 중 출시할 계획이다.

강동구 삼성전자 플래시 개발실 상무는 “2013년 3차원 V낸드 양산을 통해 새로운 메모리 시장을 창출한 이래 세대가 증가할수록 기술 난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7세대 V낸드에는 더욱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속도와 용량을 향상시켜, 사용편의성을 크게 높인 모습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의 여파로 삼성전자 역시 일정 피해를 입게 된 가운데, 반도체 업황은 올해 2분기부터 본격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연간 실적이 영업이익만 수십 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5G 시장 확대 등에 따른 고사양 메모리 채택으로 반도체 사업부의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