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명예의 전당 한국인 최초 헌액…차량 디자인·내구성 인정받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현대차가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 도장을 받았다.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이 최초로 헌액된 데 이어 갖은 차량 모델들이 여러 상을 휩쓸고 있다. ‘품질경영’ 철학을 바탕에 둔 성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아직 정식출시도 안 된 차세대 차량들 역시 외면 품질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업계 관심이 남다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헨리 포드, 에디슨이 받은 상…정몽구도 거머쥐어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오른 최초 한국인은 정몽구 회장이 차지했다. 1939년 설립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은 ▲명예의 전당 헌액 ▲올해의 업계 리더상 ▲자동차산업 공헌상 ▲젊은 리더십 및 우수상 부문에서 수상자를 매년 선정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모빌리티 혁신상’을 추가했다.

이들 가운데서도 명예의 전당 헌액은 가장 권위 있으며 영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그간 수상자들의 이력을 보면 세계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뛰어난 성과와 업적 등을 자랑한 인사가 다수다. 1967년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 1969년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 1984년 벤츠 창립자 칼 벤츠 등이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앞서 2001년 '자동차산업 공헌상'을 수상한 정몽구 회장은 이번 헌액으로 다시 한 번 자동차 산업에서의 공로를 인정받게 됐다. 주최측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공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라며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그의 수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밝혔다.

실제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에 기여한 공로가 상당하다. IMF 외환위기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극심한 위기를 겪을 당시 정몽구 회장은 기아자동차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 나아가 기아차를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육성했고, 2010년 현대·기아자동차를 글로벌 톱 5업체로 성장시켰다.

사업 영역을 해외로 넓혀가는 데에도 진가를 나타냈다. 글로벌 주요 지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보였다. 이처럼 정몽구 회장의 명운을 건 도전은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지형을 바꾼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품질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최고의 품질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고 강조해 왔다고 전해진다. 전 세계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적기에 건설할 수 있는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을 확립,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센터를 구축해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확충했다.

부품 공급망 혁신도 업적이다. 이를 매개로 협력업체의 글로벌 성장을 촉진했다.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건설 시 국내 부품업체 공동 진출은 정몽구 회장의 동반성장 의지의 결과물이었다는 게 업계 일반적인 평이다. 부품업체들의 경쟁력 확대를 통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선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건설, 국내 소재산업 도약도 이끌었다”며 “특히 일관제철소는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세계 최초로 자원순환형 사업구조를 갖춰 기업이 환경에 대한 책임을 갖고 지속가능한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갖도록 했다”고 말했다.

수상 휩쓴 ‘품질경영’ 현대차

‘품질경영’ 철학은 정몽구 회장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념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미래차 개발에 분주한 현대차는 최근까지도 품질성을 인정받아 여러 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품질성은 외관 디자인은 물론 내구성 등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현대차는 기존 차량 모델뿐만 아니라 차세대 차량에 대한 품질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독일 국제포럼디자인이 주관한 ‘2020 iF 디자인상’(International Forum Design Award)의 제품 디자인 분야-수송 디자인 부문에서 다수 상을 쓸었다. 현대차의 ‘쏘나타 센슈어스’, 전기차 콘셉트카 ‘45’와 기아차의 ‘엑씨드’,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가 각각 본상을 수상했다.

iF 디자인상은 레드닷, IDEA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앞서도 현대차는 지난 2014년 2세대 제네시스를 시작으로 ▲2015년 ‘i20’ ▲2016년 ‘아반떼’, ‘투싼’ ▲2017년 ‘i30’ ▲2018년 ‘i30 패스트백’, ‘코나’ ▲2019년 ‘팰리세이드’, 콘셉트카 ‘르 필 루즈’에서도 수상을 거머쥔 바 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은 “iF 디자인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라며 “이를 수상한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대·기아차의 검증된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디자인 가치를 확장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제네시스는 미국 내구품질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년 내구품질조사(VDS)에서다. 제네시스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첫해 전체 브랜드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점수(89점)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이는 현재의 평가방식이 도입된 2015년 이래 가장 뛰어난 점수다.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다른 차종들 역시 품질면에서 압도적 성과지표를 나타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한 충돌 평가에서 가장 안전한 차량 명단에 현대차 모델 총 17개가 선정됐다. 이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가 충돌 안정 성능과 충돌 예방 성능 등 여러 측면에서 높은 안전성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