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산공개, 靑인사 1/3 다주택자…자녀에 마당 쪼개 증여한 강경화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관보에 게재했다. 작년 말 기준 공개 대상자 중 77%의 재산이 늘었다. 고위공직자 1865명이 본인과 가족 명의로 신고한 재산은 1인당 평균 13억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 평균인 12억1700만원보다 8600만원(7.0%)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 인사와 여권 인사들 중 일부는 정책기조와 정반대 행보로 재산을 지키거나 증식해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주진숙 1위, 김종갑은 ‘비즈니스맨’ 탈바꿈

관보에 따르면 재산 1위 고위공직자는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나타났다. 그는 약 179억3000여만 원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이어 ▲김종갑 한국전력사장(137억2979만 원)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133억원942만 원) ▲성중기 서울시의회 의원(132억원3119만 원)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126억7357만 원) 등의 순이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가장 눈에 띤다. 그는 1년 전보다 15억1905만 원의 재산을 늘려 순위를 3단계 끌어 올렸다. 주식 효과가 컸다. 본인 명의 상장주식이 19억6857만 원어치로 작년보다 4억1678만 원, 부인 명의 상장주식은 13억781만원어치로 3억5785만 원 증가했다.

관료 출신인 김 사장은 공직에서 잠시 물러난 2007년부터 10여년 간 비즈니스맨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산업부 1차관 재직 때인 2006년 그가 신고한 재산은 24억8747만원 수준이었다. 당시에도 배우자의 파주 월롱면 영태리 토지 가액이 약 20억 원에 달해 자산가 반열에 속했는데, 이듬해 SK하이닉스 등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사이 110억 원 가량 재산을 늘렸다.

대통령 권고 귓등? ‘다주택자 여전’

이번에도 일부 고위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부 증식 행위가 불법은 아니라지만, 공적책무를 띄고 정책설계 및 시행에 나서는 당사자들이 정작 자신들은 쏙 빠진 사례가 적지 않다. 대통령 권고를 귓등으로 들은 청와대 참모진들도 많다.

앞서 노영민 청와대 실장은 지난해 12월 다주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에게 “실거주 할 1개 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재산공개 대상자 47명 중 16명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3분의 1이 다주택자인 셈이다. 특히 노 실장조차 서울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에 아파트 한 채씩 총 2채를 보유 중이다.

중앙부처 관료들도 비슷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여러 인사가 다주택자로 조사됐다. 국회에서도 여당은 전체 의원의 32%(36명),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전체의 52%(63명)가 다주택자다.

집을 팔았어도 문제 있어 보이는 사례가 있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는 손명수 제2 차관과 김채규 교통물류실장은 주택을 처분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는 꼭 쥐고 세종시 반곡동과 다정동의 아파트를 각각 팔았다.

강경화, 앞마당 쪼개 증여

가장 눈길을 끈 인사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일단 그 역시 다주택자다. 강 장관은 본인 명의의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과 배우자 명의의 서울 서대문구 단독주택 및 종로구 오피스텔 등을 보유 중이다. 전년 대비 재산은 약 2억4000만 원 가량 올랐는데,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만 주의 가치가 상승한 덕을 봤다.

노련한 재테크 실력도 한 몫 했다. 남편 명의로 된 서대문구 단독주택을 3분의 1씩 쪼개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해당 주택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강 장관 남편 이일병 전 연세대 교수는 연희동 임야 301㎡(약 91평)를 장녀와 차녀, 장남에게 각각 100㎡(약 30평)씩 증여했다. 임야를 증여했다는 것은 건물은 놔두고, 마당을 쪼개 나눴다는 의미다.

증여 시점이 절묘하다. 지난해 4월이다. 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작년 5월을 앞두고 소유권을 이전함으로써 세 부담을 낮춘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 주택 건물의 공시가는 15억 원 상당에서 17억 원 대로 올랐다. 마당도 8000만 원가량 상승했다. 강 장관은 지난 2017년 인사청문회 당시 자녀들에 대한 증여세 회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한 세무전문가는 “부모가 집값 내지 보유세 등이 오를 게 분명한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타이밍이 승부수”라며 “증여세의 경우 수증자가 내는 것이므로 자녀 여럿에게 쪼개 나눠줄 때 감세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모가 증여세를 대납해주는 식의 이른바 ‘증여세 증여’ 사례도 경우도 더러 있는데, 공직자들이라면 이는 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