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반도체 제외 전 분야 타격… 4월 BSI지수 59.3에 불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코로나19에 의한 한국의 경제피해 규모가 처음으로 지표로 확인 됐다. 예상대로 지난 2월 주요 산업 영역은 가파른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더 암울해서 문제다. 감염병 리스크 초기라 할 수 있는 2월의 성과가 이렇다면, 글로벌 팬데믹 선언 등이 이뤄진 그 다음 성적표는 더욱 심각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생존불능 업종 구제 및 체계적인 국제공조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사진)이 지난달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 브리핑을 진행했다.
피해 가시화 ‘반도체 빼고 전부 후퇴’

통계청은 최근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했다. 감염병 유행 초반의 국내 경제 상황을 담은 보고서로, 코로나19의 피해 규모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첫 결과물이다. 물론 내용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산업 분야가 대부분 전년·전월 대비 크게 후퇴했다. 내수 역시 큰 폭 하향세를 나타냈다.

사실상 반도체 빼고 전 영역이 마이너스를 그렸다고 보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3.1%, 전년 동월 대비 46.6% 늘었다. 하지만 그 외 산업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보였는데 자동차 산업이 가장 아팠다. 차량부품 와이어링하니스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전달에 비해 생산량이 27.8% 하락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5.4% 감소했다.

차량 배선뭉치인 와이어링하니스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에서 공급이 이뤄지지 못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의 공장을 일시 가동 중지시킨 주범이다. 자연히 생산은 물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는데, 이달 자동차 출하수치를 보면 전월 대비 23.7% 줄었고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1% 축소했다. 수출 감소 규모도 전달에 비해 19.9%에 달했다.

내수 타격도 치명적이었다. 숙박·음식점은 물론 예술과 스포츠 및 여가부분 생산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구체적으로 숙박·음식점은 전월에 비해 18.1% 줄었고, 작년에 비해서는 14.1% 떨어졌다. 예술·스포츠·여가 부분은 1월에 비해 27.2%, 작년과 비교하면 17.9% 낮아졌다. 이밖에 시설관리와 임대 등의 사업도 5~6%가량 하락했다.

이밖에 전 분야 통계치를 종합하면 이렇다. 코로나19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광공업 및 서비스업 생산이 모두 줄어들어 5개월 만에 감소 전환됐다. 현재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99.8포인트를 기록해 2009년 1월 이후 134개월 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 감염병 리스크에 따른 경제 충격이 실물지표로 본격 가시화됐다고 보면 된다.

다만 수출은 비교적 선방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469억10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현실에 견줘보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달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1.5일 많았음에도 하루 평균 수출이 6.4% 감소한 대목을 보면 암담한 현실은 그대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수요 위축 등으로 향후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태”라며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해극복 지원을 위해 기존 1~3단계 대책과 긴급재난지원금 등 최근 발표된 특단의 대책들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시작…경기 전망 최악

최근 발표된 수치들은 위기의 시작을 알린 것뿐이다. 대외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 특성상 진짜 피해는 글로벌 팬데믹 선언 등이 이뤄진 3월 이후를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경제인들은 현 상태를 ‘패닉’으로 규정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에 경기 전망을 물어본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한경연은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4월 BSI지수(100이하 부정 전망)가 5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 52.0 기록 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한 3월에 비해서도 25.1p 하락한 수치다.

전월 대비 낙폭 수준인 ‘25.1p’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 BSI지수가 28.0이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총 5개월(2008.09~2009.01)에 걸쳐 46.3p 하락한 바 있다. 반면 코로나19 경제위기에는 2월부터 따졌을 시 불과 두 달 만에 32.7p가 떨어진 것이다. 하강속도가 굉장히 빨라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보여준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례 없는 경제위기로 기업들은 실적악화에 이어 자금시장 위축으로 인한 신용경색을 겪으며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피해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가 상당한 경제 피해를 줄 것이란 데 대한 이견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은 물론 완화된 후에도 문제가 더 클 수 있음을 우려한다. 예컨대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당시에는 여럿 측면에서 국제적 공조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보호무역주의에 겹쳐 국경까지 봉쇄해 돌파구 마련이 어렵다. 또 매출회복이 어려운 업종들이 적지 않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G20이라는 새로운 국제공조 틀이 만들어졌고 각국이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면서 “반면 최근에는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안정대책이 사실상 개별 국가 내지 G7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어 경제회복 측면에서 10여 년 전보다 불리하다”고 바라봤다.

그나마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 감독 및 규제가 강화된 점은 다행이다. 가계부채가 문제였던 그 시기와 달리 최근에는 기업부채가 문제로 작용 하는 형태인데, 그렇더라도 금융권을 비롯한 기업들의 연쇄도산 등은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피해가 지속 중인 점을 감안해 이번 사태는 금융위기 다음으로 큰 위험을 내포했다는 전망도 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각 분야 피해를 어느 정도는 막아줄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 위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므로 현 시점에서 최종 피해 수준을 추정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여행업과 일부 광공업 등 코로나 지속 시 매출회복이 힘든 업종들이 있어 이들의 부도 등 최악의 사태가 없을 것으로 장담할 상황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