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A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MOU 및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한때 ‘자동차 업체’는 제조업계의 대표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요즘 시대엔 다르다. 첨단 IT기술을 대거 접목시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됐다. 현대차 역시 대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되레 앞서려는 노력에 한창이다. 자동차에 IT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독보적인 디지털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집중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지점은 협력사와의 상생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기조를 장기간 지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의 2019 광저우 국제 모터쇼 전시 당시 모습.
“글로벌 경쟁력 강화, SW 혁신해야”

지난 2015년 12월 10일(현지시간) 현대차는 자동차 업체 최초로 리눅스 기반오픈소스 특허 공유단체(Open Invention Network, OIN)에 가입했다. 구글, IBM, 소니 등이 힘을 합해 2005년 설립한 비영리단체 OIN은 기업 간 특허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을 도모하고자 세워진 곳이다.

당시 현대차가 이곳에 가입한 것은 특허전문회사들의 무차별적인 특허공격과 특허권 남용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는 게 목적이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공유된 특허 기술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차량 간 통신 등 미래 자동차에 대한 기술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지난해 말 증강현실(AR)로 길안내를 돕는 내비게이션 등을 탑재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개발을 완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제네시스 차종에 최초 적용된 해당 시스템은 현대차의 독자적인 차량용 운영체제(OS) 기반으로 개발돼 업계 이목을 끌었다.

터치패드에 손으로 필기해 시스템 조작이 가능한 ‘필기인식’ 기술, 차량 내에서 편리하게 결제가 가능한 ‘차량 내 간편결제’ 기술 등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바탕을 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커넥티드 카 시대에 운전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 혁신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성과를 지속하기 위해 현대차는 최근 여러 협력업체와 콜라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지난 8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관리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도 그래서다. 자동차와 ICT의 실질적인 융복합을 위해 현대차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관리 정책을 협력업체까지 확장, 관련 지원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게 골자다.

이번 MOU를 계기로 현대차는 협력업체에 납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기준을 수립 및 배포하고, 자동차 최신 기술 및 트렌드에 관한 홍보 등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공개된 소스를 기반으로 자유로운 변형 등이 가능하나, 저작권이 분명하므로 라이선스에 대한 숙지를 필요로 한다. 협력업체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협력업체가 공급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저작권 및 계약위반 등 법적 리스크를 저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향후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오픈소스 컴플라이언스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여파…기술 개발도 비대면 “생산성 높일 것”

현대차는 경기도 의왕과 소하리 등 6곳에 IT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IT개발센터 내에는 100여개 협력업체가 위치했고, 1000여명 인원이 상주하며 개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IT 개발 업무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관리 편의성 등을 고려, 발주사가 지정한 장소에 IT 협력사 직원들이 상주하며 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지정 장소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까닭에 협력사는 익숙하지 않은 근무환경, 교통 불편 외에 기존 개발물의 재사용 불가 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이 때문에 일부 개발사가 프로젝트 입찰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 영향에 따른 조치기도 하다. 당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과 함께 협력사와의 동반자적 상생 관계를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마련된 대책이었지만, 현재는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와 PC로 IT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됨으로써 개발 효율성과 업무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안 지침 및 개발 프로세스를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보완하는 동시에 협력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발 시스템을 구성했다”면서 “구축한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와 프로그램 개발 툴을 외부에서 접속이 가능하도록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우선 의왕 IT개발센터의 협력사 인력부터 비대면 개발 체제로 전환하고, 연내 소하리와 양재 등 IT개발센터의 운영을 비대면으로 지속 확대 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대면 IT 개발 플랫폼 구축을 통해 상호 신뢰 기반의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IT 개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협력사 직원들의 물리적, 심리적 부담감을 경감해 더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제도 및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 개선으로 보다 많은 IT 협력사와 상생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