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돋보였던 한 주였다. 나스닥이 주중 계속 올라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자 우리시장도 덩달아 상승했다. 주가가 올랐지만 이슈와 테마가 매일 바뀌는 등 연속성이 강하지는 않았다. 기존 주도주가 가격 부담으로 주춤한 사이 새로운 상승 주자도 나타나지 않아 상승 종목이 종잡을 수 없이 왔다갔다했다. SK바이오팜 상장으로 바이오주식이 강세를 기록했지만 업종내 상승 종목이 계속 바뀌었다. 코스피가 한 달 가까이 210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횡보하는 건 에너지를 쌓거나 소모하는 과정 둘 중 하나인데 1800대에서 에너지 축적과정이 있었던 만큼 이번은 소모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2분기 국내외 이익 30% 가까이 감소 전망

데이터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기업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감소할 걸로 전망된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에 41% 줄어든 후 최대 감소 폭이다. 1분기 역시 순이익이 14% 줄었으니까 연속 2분기에 걸쳐 이익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미국 기업실적은 전체 수치이상으로 그룹별 실적이 중요하다. 그 중 특히 FAANG으로 별칭되는 5개 기업의 이익이 시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체 숫자가 좋지 않아도 5개기업의 이익이 좋으면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걸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는 투자 심리가 FANNG기업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하나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 인텔과 마이크론을 포함한 반도체 기업들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에 주는 영향이 커서인데 지난주 미국에서 2분기에 마이크론이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얘기가 나오자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2분기 국내 기업 영업이익은 27조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6%, 1분기와 비교해서 0.7% 감소했을 걸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27조원대에 머물고 있는데 작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참고로 작년 1~3분기 영업이익 평균은 37.3조였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실적 감소가 좀 더 커진다. 영업이익이 20조8천억원으로 작년 2분기에 비해 33% 줄어든다. 다행인 점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확산됐을 때만 해도 2분기 실적이 더 나쁠 걸로 예상됐었는데 우려보다는 양호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장이 계속 올라 주가가 이미 확인된 1분기 실적은 물론 앞으로 나올 2분기 이후 실적과도 동떨어진 상태가 됐다. 연초만 해도 2분기 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할 걸로 전망됐으니까 주당순이익(EPS) 예상치와 실제치 사이에 격차가 25%p로 벌어진 셈이 된다. 그 결과 1년후 이익을 기준으로 한 코스피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3배가 됐다. 주가를 평가하는 지표가 너무 높아 경제 상황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주가가 갑자기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BBIG업종이 시장을 주도하지만 주가가 계속 오를지는 미지수

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업종의 주가가 급등했다. 각 업종의 대표주식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SDI, 네이버,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7개 종목의 상승이 특히 컸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이들을 모두 모아 BBIG7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런 얘기가 나올 만도 한 게 올 들어 7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이 67%로 코스피 등락률 -3.9%와 삼성전자 등락률 -7%와 너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들에 대한 기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생각해 봐야 할 부분도 있다.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변화가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코로나19의 한복판에 있어 모든 사고가 코로나19 위주로 짜여있기 때문에 지금은 ‘당연히’라고 일어날 것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를 보면 다른 결론이 나온다. 질병이 세상을 바꾼 사례는 중세 때 페스트 외에 없었다.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으로 전세계에서 5천만명 이상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 1968년 발생한 홍콩 독감으로 백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세상은 역시 그대로였다.

앞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나오더라도 이는 코로나19보다 기술의 발전 과정상 자연스럽게 나온 것일 가능성이 높다. 질병 때문에 특별히 빨라진 게 아니라는 의미다. 1990년에 PC가 본격 보급된 후 30년만에 정보통신기술이 일반화됐다. 해당 기간을 3차 산업혁명기라고 얘기하는데 규모가 큰 기업도 286 PC 몇 대를 가지고 있던 때에서 사람들이 손에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상황으로 발전했지만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은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했다. 변화가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이 기술의 진보에 둔감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1990년 특정 시점과 지금을 1대1로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란 믿음도 이런 단절적인 역사를 가정하고 하는 말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BBIG업종에 속하는 주식을 사기 전에 주가 상승이 코로나19에 기댄 일시적 유행 때문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 주식은 일시적 유행일 가능성이 크다. 게임 역시 구조적 변화로 보기 힘들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에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향후 회복을 가정해 주가가 올랐듯이, 기대가 꺾이면 상황에 관계없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

이종우 전 리서치센터장은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 한화증권, 교보증권, HMC증권, IM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증권시장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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