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투자가 과열됐다는 증거가 여러 곳에서 나와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65포인트(0.81%) 내린 2,150.25에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0.01%) 내린 772.81에 마감했다.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KBo신한o하나o우리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기업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등 다른 주요 금융사 시가총액을 다 합쳐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더한 액수 75조보다 23조나 작다. 금융업이 IT와 함께 우리 시장의 2대 핵심 업종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의 관심이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언텍트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몇 번 있었다. 2014년 화장품 주식이 대표적이다. 한창 좋을 때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우리나라 백화점 모두를 모은 것보다 컸었는데 그 때문에 주가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생겼고, 아모레퍼시픽 주가를 끌어내리는 원인이 됐다.

미국에 수소전기트럭을 만드는 스타트업 기업 니콜라모터스가 있다. 상장되자마자 포드자동차의 시가총액을 넘었고 지난달 24일 주가가 74.19달러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지금은 40% 넘게 떨어졌다 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니콜라는 아직 한 대의 수소차도 만들지 못했다. 니콜라모터스가 2016년 공개한 수소차 생산 계획 ‘니콜라 원’을 봐도 수소차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들어 있지 않았다. 내년에 양산 계획을 짜놓았지만 상당 부분 아웃 소싱에 의존하고 있어 계획대로 될지 의문이다. 2023년 이후 양산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생산시설을 공개한 적도 없다.

사람들이 성장성에 너무 많은 점수를 주면서 그릇된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투자는 상식에 기초해야 한다. 가격이 상식과 크게 벗어나면 언젠가 격렬한 조정과정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가격이 정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많은 증거가 시장에서 많이 관찰되지만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주가 상승에 도취돼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고점이 어디인지 몰라서다. 그래도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시가총액에 의한 분석이든, 밸류에이션을 통한 분석이든 아니면 경험이든 관계없이 어떤 지표로 판단하더라도 지금 일부 주식의 가격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에 있다는 점이다.

성장주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대세 상승이 명확해지면 개별 주식은 공통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주가가 과거 실적에 의해 상승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1~2년 후 이익이 역할을 하고, 마지막이 되면 상상에 의해 주가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종 시점에 성장주가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는데 지금 우리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업종이 언택트를 기반으로 크게 상승하고 있는데 타당성이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특정 종목군의 주가가 오를 때, 그 강도가 세면 셀수록 판이 바뀌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바뀐 판을 경험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높은 주가를 설명할 때 세상이 바뀌어서라고 얘기하면 투자자들을 쉽게 설득할 수 있어서다.

세상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 않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논리로 네이버와 다음의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이들이 속해 있는 플랫폼 사업은 한두 기업이 세계 시장 모두를 지배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국내시장을 7대 3으로 나누고 있던 포털 업계 역시 구글이 참가하면서 시장 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에는 모든 것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생각과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 성장주에 흥분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저금리의 영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3월에 팬데믹이 선언된 후 연준이 한 달 사이에 기준금리를 1.5%p 인하했다. 한국은행도 사상 최초로 금리를 0%대로 끌어내렸다. 이 영향이 지금 자산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이미 50% 넘게 올랐고, 부동산도 상승 중이다. 경제 폐쇄조치에도 불구하고 3~4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2.1% 상승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12%가 넘는 상승률이다. 작년 한해 미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3.9%에 지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문제는 경기의 영향이다. 저금리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경기가 나쁘면 상승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의 주택가격이 50% 오른 동안 유럽은 20% 상승에 그쳤다. 이태리와 스페인은 아예 16%와 7% 하락했다. 유럽의 부동산이 낮은 상승에 그친 이유가 있다. 저금리가 오래 지속돼 금리의 역할이 줄어든 상태에서 유럽의 경기가 미국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유럽 국가라도 경제가 좋았던 독일의 경우 주택가격이 63% 상승한 걸 보면 저금리 때에 경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다.

앞으로 경제가 주가와 부동산가격 상승에 부응할 만큼 빠르게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V자 반등 이후 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거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어떤 시점부터 저금리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가격이라도 낮으면 그 힘으로 주가를 밀어 올릴 텐데 이미 가격은 굉장히 높은 상태가 됐다. 가격이 오를 때 하락을 상상하기 힘들다. 모두가 상승 논리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주가를 영원히 끌어올릴 것 같지만 그것도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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