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수출 어려운데 저가 수입재 유입…내수시장도 타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코로나19 여파는 전 세계 산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예외는 아니며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철강 산업도 국내외 철강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수출보다는 내수시장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무분별한 철강재 수입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저가 물량이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업계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철강업계 위축은 장기적으로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과 같은 국내 대표적인 주력 산업군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전 세계 철강 수요는 전년 대비 6.4% 감소한 16억539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업계, 수입 저가 철강재 모니터링 공동대응

코로나19로 국내 철강재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입 철강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국산 철강재 누적 수출량은 약 942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정도 감소했다. 우선 2월 이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이 더욱 거세지면서 국내 철강업계 해외 자회사들의 가동중단이 발생해 해외 판매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최근 일본 및 중국산 철강재 유입이 국내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내수방어를 위해 수입재 대응에 나서는 가운데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내외 철강수요 감소에 대응, 수출 물량 감소분을 내수 물량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물량이 증가한 것은 일본 내수 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일본제철은 올해만 15기 고로 중 4기를, JFE는 8기 고로 중 2기를 가동중단하면서 지난 5월 일본 전체 조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본이 고로 중단 등 다양한 생산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주요 철강재 수요 자체가 부진해 판매 수주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일본의 자국 내 내수 침체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인해 일본산 밀어내기 물량이 국내에 대거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철강재뿐만 아니라 이미 수년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중국 저가 철강재는 코로나19로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올해 초부터 중국 내 철강 재고량이 높은 상태로 유지돼 왔고 가격 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에 공급과잉 물량이 꾸준히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철강재가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측면에서 이득을 보는 업계도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정상 가격 정착을 교란하게 된다”며 “결국 이 비정상적인 저가 물량 유입이 장기화된다면 내수 시장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철강협회 재료산업인적자원개발위원회가 발간한 ‘코로나19가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망치는 감소폭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한 2009년 감소폭(-6.3%)을 넘어서게 된다. 실제로 국내 철강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수요 침체와 세계 각국 무역장벽 강화로 무분별한 저가 판매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입재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철강협회를 통한 공동 대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철강기업 고강도 감산 잇따라

현대제철은 오는 9~12월 자동차소재용 냉연강판 60만톤을 감산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완성차 공장을 상당기간 멈췄다가 재가동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동차 강판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5~6월 40만톤 감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냉연강판 100만톤을 감산하는 것.

현대제철은 지난 4월에도 전기로 열연박판 생산을 줄인 가운데 결국 수주가 없어 지난달부터 가동을 멈췄고 일부 설비 매각도 추진 중이다. 또한 오는 9월부터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당진 연속용융아연도금설비(CGL) 대수리도 예정돼 있다. 현대제철은 CGL 설비 임시 가동중단과 기존 다른 생산라인에 대한 가동정지 등을 통해 감산 목표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역시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유휴 인력에 대해 창사 이래 첫 유급휴업을 시행했다. 이미 개수를 마친 광양 3고로 가동시점을 한 달가량 미루는 등의 방법으로 생산량을 줄여온 바 있다. 포스코는 철강 업황이 악화하면서 지난달부터 포항과 광양제철소 일부 생산설비를 가동 중단했다.

세아베스틸도 주력인 자동차용 특수강 수주 기근으로 지난 6~7월 초 군산공장 특수강용 전기로 3기 가동을 일주일간 중단했다. 각 전기로마다 가동 중단 시기를 조율해 예정된 납품에는 최대한 차질이 없도록 감축을 추진한 것인데 주력 수요산업인 자동차 생산이 회복되지 않으면 당분간 탄력적 공장 운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실 철강업계만의 부진이 아니라 더 심각한 상황이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산업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철강 산업의 회복시기까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국내 전반적인 산업계의 수익성 자체가 악화일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으로 탄력 생산에 나서고는 있지만 수요산업 회복이 더디고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에 대응이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수요산업 침체로 제품가격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철광석 가격까지 상승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