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에너지건축 기술 등 ‘눈길’…R&D 투자 지속 늘리며 시장 지배력↑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그린뉴딜’로 선회하면서, 친환경성을 강점으로 둔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 그린뉴딜 수혜기업으로 일컬어지는 곳의 주가는 연일 빨간불을 켠 채 우상향하고 있다. 그런데 몇몇 기업들은 마치 이런 현상이 일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이다. 일찍이 친환경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서며, 현재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해둔 기업들이다. KCC도 그 중 하나다. 5년여 전부터 지속 친환경 투자를 확대해 왔다. 결과적으로 현재는 관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도약했다. 시장에서도 KCC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 커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미래에너지 기술, 세계적인 경쟁력”

올해 KCC를 둘러싼 대외환경은 녹록치 못하다.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부동산 규제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가정용 건자재 등의 판매 여건이 다소 불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럼에도 KCC에 대한 업계 주목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간 역량을 비축해 둔 친환경 기술력이 그린뉴딜 바람 속에서 역할을 해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15일 ‘2020 대한민국기계설비전시회’에서 선보인 KCC 창호의 ‘MBR88Z’는 그 방증이다. 이는 패시브하우스의 창호다. 패시브하우스는 첨단 단열공법을 이용하여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한 건축물을 말한다. MBR88Z는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로부터 Z1 등급을 국내 최초로 획득한 제품이다.

언뜻 단순 신기술을 입힌 제품으로도 비치지만 그 이상이다. 업계 관심이 남다르다. 당시 홍보관을 마련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외적으로 해당 KCC 제품을 우수 창호재로 꼽았다. 행사의 한 방문자는 “LH가 추천하는 제품이라고 하니 품질에 더욱 믿음이 간다”는 관람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CC가 해당 기술을 토대로 시장 지배력을 본격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정부가 ‘그린 뉴딜‘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사업 분야인 제로에너지 건축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1000㎡ 이상 공공건축물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모든 건축물의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단계적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KCC 관계자는 “제로에너지건축의 패시브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자재 적용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창호를 비롯한 건축자재 업계에서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시대가 주는 의미는 작지 않다”면서 “그린리모델링, 제로에너지 주택 등 제로에너지건축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단열성과 기능성을 두루 갖춘 고효율 제품 개발에 앞장서 나가겠다”고 전했다.

미래경제 ‘협력’ 트렌드 발맞추기

최근 전기차 등 미래경제 핵심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내 기업들의 트렌드는 산학협력 및 기업 간의 협업이다. 현대차 등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빅텐트론’ 등도 그 일환이다. 이런 흐름은 미래에너지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KCC의 경우 최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포스텍)과 협업해 국내 최초로 폐열 기반 전기에너지를 개발해냈다.

구체적으로 KCC는 이달 초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친환경 기술 실험을 성공했다. 국내 최초다. 이처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진행한 열전발전 실증 실험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다. KCC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가동 중인 생산라인을 실험 환경으로 적극 지원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과의 협력도 눈길을 끌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이 발주한 32만5000톤급 초대형 광석선(VLOC)에는 KCC와 현대중공업 등이 공동 개발한 친환경 ‘무용제 도료’가 적용됐다. 그동안 무용제 도료는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각종 기술적 한계로 흔히 쓰이지 못했었다. 하지만 KCC와 현대중공업의 긴밀한 기술협력이 상용화를 앞당겼다.

KCC 등이 개발한 무용제 도료는 대기오염 및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친환경 도료다. 유기 용제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대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밀폐 구역에서 도장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질식, 폭발, 화재 등 사고 위험 역시 현저히 줄일 수 있다.

R&D가 살길 “세계적 기업 될 것”

이처럼 KCC가 친환경 관련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R&D) 전진기지 격인 ‘KCC 중앙연구소’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에 위치한 이 연구소는 KCC가 무기와 유기 분야를 아우르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및 미래 에너지 기술 연구 등에 집중하는 곳이다. 지난 2018년 준공됐다.

KCC에 따르면 연구소는 최적의 발전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초기 설계 단계부터 태양광발전소를 염두에 두고 건설됐다고 한다. KCC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R&D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친환경 첨단미래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연구소는 미래 기술 확보와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CC의 친환경소재와 에너지제로화 등 친환경 첨단미래기술 연구에 대한 R&D 투자비용은 ▲2015년 704억 원 ▲2016년 751억 원 ▲2017년 759억 원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이후부터는 회사 내부 사정에 따라 구채 액수를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KCC 관계자는 “R&D 투자비용의 지속 증가추세는 여전하다”며 “작년에는 800억 원 대”라고 부연했다.

한편 KCC에서 지난 1월 인적분할로 설립된 KCC글라스도 기분 좋게 출발했다. 올해 1분기 80억73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시장에선 KCC글라스 가치가 앞으로도 지속 성장 가능하다고 바라본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테리어 부문의 선전과 그린 리모델링 수혜 등이 기대된다”며 “건자재 B2C 시장 확장과 함께 매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