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오염물질 논란 1년, 포스코 방향성 대전환 …4000억 원·23만 명 투입

포스코 광양 3고로가 초대형·스마트·친환경 고로로 재탄생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점화봉에 불을 붙여 3고로 풍구에 화입하고 있다. (사진 포스코)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 철강업계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저감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설비투자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부 기준 대기오염물질 배출 3위(광양제철소)와 4위(포항제철소)에 각각 이름을 올린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들은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의 저감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특히 지난해 고로 오염물질 배출로 몸살을 앓은 포스코는 철강기업 경영의 방향성 자체를 대대적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좀 더 스마트하고 친환경적인 생산환경 조성을 위해 자금과 인력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것.

포스코, 스마트 고로 4기·초대형 고로 6기 보유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효자산업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철강산업인데, 당장 지난해만 해도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하는 국내 주요 철강기업들이 고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로 각계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미 철강기업들은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의 저감기술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해당 철강기업들이 고로 조업정지라는 강력한 행정처분까지 받자 철강업계는 공동으로 “고로 조업정지를 이행한다고 했을 때 재가동 후 상황이 더 좋아질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세계 철강협회·고로사들과 머리를 맞대 개선책을 찾아내려 하겠지만 여전히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세계철강협회(WSA) 역시 “한국 철강업체들과 동일하게 전 세계 모든 철강업체는 모두 고로 브리더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원사격을 했지만 워낙 국가적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이슈가 되던 시기라 철강업계와 관련 당국의 갈등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확실히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철강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사실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미 철강업계도 이 점에 대해 인지하고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이행 중이다.

한국철강협회는 “통상마찰과 더불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로 인해 철강산업에 대한 환경개선 요구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우리 철강업계는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적극 동참해 내년까지 대기방지시설에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실제로 철강기업들은 미세먼지, 온실가스 등의 저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미 포스코그룹의 기술연구소 역할을 하고 있는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세먼지연구센터’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포스코 광양제철소 3고로는 이번 2차 개수를 통해 초대형, 스마트, 친환경 고로로 혁신했다. 내용적을 4600㎥에서 5500㎥로 초대형화함으로써 생산성이 25% 향상돼 연간 460만톤을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적정 출선비 조업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설비수명 연장, 탄소 배출 저감과 원료비 절감까지 거둘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기술을 도입해 조업과 품질 안정성을 한 단계 더 높였고 가스청정설비 및 슬래그 수재설비 투자를 통해 고로에서 발생하는 분진 제거 효율과 부생에너지 회수율을 높이는 등 친환경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광양 3고로 개수공사에는 쇳물 생산을 중단한 5개월을 포함해 총 1년 8개월 간 약 4000억원이 투입되고 연인원 23만명이 참여했다. 코로나19에도 감염 사례 없이 계획대로 진행됐고 화입에 맞춰 추가 인력과 장비를 완비해 놓은 협력사들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감으로써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광양 3고로는 1990년 12월 첫 화입 이래 29년 3개월 동안 총 9700만 톤 쇳물을 생산해 포스코 성장과 수요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돼왔다”며 “고로는 산업의 쌀인 철을 생산하는 설비로 화합·융합·도전의 상징이고 이번 화입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조속히 극복해 포스코,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제조업의 리스타트(Restart)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경영이념 ‘기업시민’ 본격 구현

포스코는 지난 봄 해양수산부에서 인공어초(魚礁)로 승인받은 트리톤(Triton) 100기와 트리톤 블록 750개를 울릉도 남부 남양리 앞바다에 수중 설치해 약 0.4ha 규모 바다숲을 조성했다. 이미 포스코는 2000년에 RIST와 함께 철강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인 철강슬래그를 재료로 한 인공어초 트리톤을 개발하고 국내 30여곳 바다숲에 트리톤 총 6559기 제작 분량 철강슬래그를 무상 제공한 바 있다. 이번에 진행된 울릉도 바다숲 조성은 포스코가 철강슬래그 제공뿐만 아니라 트리톤 제작, 설치까지 완료한 것이다.

아울러 최근 포항제철소는 환경·보건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연 협의체를 발족했다. 산·학·연 협의체는 환경 법률·제도 변화에 발맞춰 기업시민 포스코가 지향해야 할 역할과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됐고 매달 지역사회 환경 현안과 이슈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산·학·연 협의체는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포스코 환경 분야 임직원 4명을 비롯해 포스텍(환경·화공), 동국대(의학), 위덕대(보건) 교수 7명이 학계 전문가로 자문하며 RIST 환경에너지연구소장과 연구원 등이 참여한다.

현재 포항제철소는 환경개선을 위해 1조원 규모 투자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산·학·연 협의체를 통해 환경 투자사업이 객관적이고 올바로 진행되는지 평가하고 환경 개선 실효성과 미진한 부분 등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역 환경 현안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과 건전한 담론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최정우 회장은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기업은 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이념 아래 글로벌 철강사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거나 지배구조가 불건전한 기업의 재무성과가 갑자기 악화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고 경영이념인 ‘기업시민’의 활동영역(Business, Society, People)별로 주요 성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