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넉 달 만에 한 자릿수 감소…”기술개발 촉진·규제완화.재정지출 건전화 필요”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국내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일부 지표가 청신호를 켠 듯 비치지만, 희망 섞인 목소리는 정작 들려오질 않고 있다. 되레 코로나19 확산세가 특히 매섭던 때 최악의 시나리오로 거론됐던 모습들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흔하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기대는 접어두되 먼 미래를 내다본 대책마련 필요성을 제언한다. 나아가 재정집행 및 규제개혁 등을 통해 산업계 관련 정부 기조도 대대적 변화를 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국 경제가 기적같이 선방했다고 밝혔다.
文 “기적같이 선방”…경제 청신호?

“세계 경제의 대침체 속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성장이 매우 큰 폭으로 후퇴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 경제는 기적같이 선방했다. 3분기를 경기 반등을 이룰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본다.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더해지면 3분기부터 경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이 말했다. 언택트 등 극소수 분야를 제외한 산업계 전반이 신음 중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비판이 없지 않았다. 다만 최근 정부 등이 내놓은 일부 지표를 살펴보면 문 대통령은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이달 수출 규모는 428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수치긴 하나, 낙폭이 한 자릿수 %에 접어든 것은 넉 달 만이다. 코로나19발 수출 직격탄이 본격화한 4~6월 국내 수출규모는 25.5%, 23.7%, 10.9% 순으로 감소해 왔다.

이밖에도 경제 선방을 암시하는 듯한 통계가 일부 있다. 증시 상승도 그 예다. 지난 4~6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2300선을 돌파하며 연고점에 도달했다. 2300선 회복은 1년 10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도 835선을 넘으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언뜻 보면 코로나19 국면 완화 및 기업들의 활력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상황들이다.

끊임없는 ‘괴리’, 현실은 ‘먹구름’

하지만 이를 ‘기적 같은 선방’으로 묘사하는 건 과하다는 말이 많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현실은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는 진단이 대체적이다. 일련의 현상들이 산업계에 관한 한 코로나19의 명과 암을 또렷이 보여준 것과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각종 지표를 끌어올린 견인차는 코로나19 수혜주로 불리는 이들이 주도했다.

지난달 수출동향의 경우 이른바 ‘홈코노미’ 등 비대면 활성화에 따른 결과가 명확했다. 무선통신기기와 가전 수출이 플러스 전환한 한편, 바이오헬스 분야는 두 자릿수 대 증가율을 이어가며 크게 도약했다. 반면 저유가 등 겹악재를 마주한 석유제품 및 국내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련 제품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구체적으로 이 기간 컴퓨터(77.1%), 바이오헬스(47.0%), 선박(18.0%), 가전(6.2%), 반도체(5.6%), 무선통신(4.5%) 등은 전년 대비 수출이 상승했다. 반면 석유제품(-43.2%), 디스플레이(-28.4%), 차부품(-27.7%), 철강(-18.7%), 일반기계(-15.5%), 섬유(-15.0%), 자동차(-4.2%), 이차전지(-3.6%) 등은 후퇴했다.

증시 호조의 경우 해석이 모호하다. 향후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는 시각도 있으나, 부동산 규제 및 저금리 등의 여파로 투자처가 축소된 개인들이 위험자산 시장에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코스피 연고점을 찍은 당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약 950억 원, 2230억 원씩 순매도했다. 개인 매수가 약 3400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비관적인 진단이 함께 거론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주식과 달리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金) 시장도 과열된 상태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연고점에 달한 날 국제 금값도 사상 처음으로 20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1g당 7만7000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금값의 가파른 상승은 경제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가 많다는 방증으로 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투자의 경우 지난 7월 24일 이후 6거래일 동안 2조 원 넘게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했으나 삼성전자에 국한됐다”며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 간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경기도 빠르게 정상화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 그럼에도 위험자산 선호가 여전하다”고 바라봤다.

V자 반등 힘들 듯…규제개혁·재정준칙 확립해야

현실이 이렇다보니 코앞의 문제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본 정책기조를 새로 수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해 상반기를 이미 넘긴 가운데 코로나19 완화조짐 또한 포착되지 않는 점에 견줘, 하반기 V자 반등을 노리는 것도 역부족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개혁 및 국가재정집행 준칙 등 정부의 역할론이 거듭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현재 국내 경기상황을 ‘침체’로 규정, 장기간 느린 회복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런데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진이 다시 가속화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주요국의 경제 활동 제약에 다른 국내 제조업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마저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현경연은 정부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현경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의 대부분이 정부 재정지출에 기인하고, 민간의 기여도는 축소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취약점 중 하나인 핵심기술의 부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초와 원천 연구 부문에서의 정부 역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규제개혁도 주요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경연측은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언제 안정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 경제 주체의 생존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시장 선점 등을 위해서는 기존 사전규 패러다임을 자율, 사후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역할론은 재계에서도 강조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조언했다. 이는 국가채무비율 올해 4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요구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전년대비 111조4000억 원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이 5.4%p 상승할 전망이다. 1998년 외환위기(3.9%p) 때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재정지출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핀셋재정이 필요하다”면서 “평상시 수입 내 지출과 같은 재정준칙을 법제화하고 이를 준수해야 지금과 같은 이례적 시기에 늘어난 재정지출이 경제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