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대신 일시 휴직…기업들 노력 중이지만 ‘고용재조정’ 고민해야 할 현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흔히 기업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이라고 말한다. 과도한 부채 내지 적자 등의 문제는 재무구조 개선 및 상품성 강화와 같은 조치로 돌파구를 고민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마땅한 묘수를 찾아내기가 어려워서다. 코로나19가 경제 위기를 가중시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개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정한 급여를 수령하는 임금노동자들의 경우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 가계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세가 재차 속도를 붙였다. 기업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 커가면서, 그에 속한 노동자들 역시 불확실성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다수 기업들이 고용 유지를 약속 중이긴 하나, 업계에서는 기업이 실제 직면한 현실을 감안한 정부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고용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다른 형태 고용위기…개인도 불확실성 문제

코로나19 확산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우려가 크다. 시민들의 감염경로 확대도 그렇지만,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나라 경제에 재차 찬물을 끼얹은 격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인구유동성 감소는 즉 자본유동성 축소임을 최근 수개월 간 경험한 바,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은 기업들의 위기상황을 연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크게 한숨 내쉬는 이들은 임금노동자들이다. 기업 위기가 일으키는 노동자 피해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먹고 살 걱정부터 나온다. 특히 임시직 등 취약계층으로 불리는 노동자들 상황이 심각하다. 이들은 실제로 지난 약 6개월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피해를 겪은 바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노동리뷰 8월호’는 올해 상반기 노동계 현실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 코로나19가 본격 창궐하기 시작한 지난 3~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2만 명 감소했다. 반면 일시휴직에 들어간 이들은 99만 명 증가했다. 이 두 수치를 단순 합산만 해도 200만 개의 일자리가 60일새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포함됐다. 경제위기 때 일자리가 감소하는 현상은 반복돼 왔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자본구조가 아닌 자연현상과 유사한 성격을 띤 게 특징이다. 때문에 위기 속성이 이전과 다르다. 코로나19 노동위기의 최대 특징 중 하나는 해고 대신 일시휴직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처럼 개인도 불확실성에 가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연구원은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상황의 노동 시장을 비교해봤다. 여기서 코로나19는 외환위기, 금융위기 때보다 빠른 속도로 고용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통계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까지 IMF 때에는 16개월, 금융위기 때에는 14개월이 소요됐으나 올해는 5월에 접어들며 우상향(60만개 회복)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국면에서는 고용회복이 60일 만에 이뤄진 셈인데 이를 좋게 바라보기는 어렵다. 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일시휴직 급증이 기존 위기 때와 크게 다른 점”이라며 “일시 휴직자 최대 증가치가 외환위기 때 16만3000명, 금융위기 때 16만5000명인 데 반해,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에는 99만 명”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은 고용형태와 관련있다”며 “1998년 외환위기 때에는 상용직 대량 실직이 이뤄졌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일시 휴직이 용이한 임시직이 집중 충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많은 임시직은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 신청 자격이 없는데, 이로써 고용보험 사각지대 문제가 더욱 도드라지게 부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 안간힘 쓰지만…정부 ‘신뢰감’ 조건부

언뜻 봤을 때 이는 마치 기업들의 비용감축을 위한 단순조치로 비친다. 실업급여 안 주고 인력 감축에 나선 듯 오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실은 다르다. 기업들은 오히려 가능한 선 안에서 고통을 떠안은 모습이다. 현 상황을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시기로 진단했음에도, 인원 감축을 단행한 곳은 10곳 중 1곳 정도에 불과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및 임금에 대한 기업인식 조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조사 참여기업의 40.5%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 업무량이 줄어 고용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인원을 감축한 기업은 9.0%에 그쳤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실제 일감이 줄어들면서 회사 상황이 악화됐지만 직원을 줄이지 않은 기업들이 많았다”면서 “기업들도 상황이 좋아졌을 때 숙련인력이 부족하면 업무처리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시 휴직자에 대해서는 “직원들도 회사 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일시휴업 등에 기꺼이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은 눈에 띄는 편이다. 각종 통계를 종합하면 선진국들은 대개 10% 안팎의 실업률을 현재 보이고 있다. 미국은 당초 4%대 수준이었던 실업률이 코로나19가 본격화하자 4월부터 10% 이상을 지속 중이다. 프랑스(8.1%), 이탈리아(7.8%) 등도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런 상황도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국책은행인 한국은행마저 최근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향후 고용회복 과정이 따라도 장기적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 부진은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별·직업별 고용재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장 대한상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하반기에도 확산할 시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기업은 6.0% 정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업 현실에 기반한 조건부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의 하반기 고용 유지 뜻은 정부가 그간의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정부 정책’이 의미하는 사항은 지난달 합의를 이룬 ‘노사정 협약사항’을 뜻한다. 해당 협약에는 기업의 고용유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기간 연장이나 지원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전인식 팀장은 “정부가 고용유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정책으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