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단축근무 등 비상체제 뚫고 호실적…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성과 눈길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코로나19 직격탄에 비상경영에 돌입하고도 역량을 과시 중인 기업이 있다. 유진기업이다. 건설 업황 악화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처했으나, 유진기업은 주요 자회사 실적 상승 및 내실 있는 재무구조 수립으로 되레 전년보다 나은 성과를 속속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유진기업의 성과가 빛을 발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산 여부가 깜깜인 현실이지만 일찍이 입증된 실력에 더해 일부 분야는 호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진기업 또한 수익성 중심 성장에 만전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영등포구 유진기업 사옥.
갖은 악재…뚜껑 열어보니 달랐다

올해 초부터 줄곧 유진그룹의 안과 바깥은 다소 괴리가 있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먼저 바깥에 비친 단면은 ‘암울’ 그 자체였다. 코로나19 확산 피해를 유진기업이라고 비껴가지 못했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최근에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단축근무 시행 및 부서별 인원 20% 이상 재택근무 시행 등에 나섰다.

레미콘과 같은 ‘정통’ 제조업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유진기업에 재택근무 등은 생산성 제고에 쥐약일 수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마저 상당수가 제조업체인 게 현실인 까닭에 코로나19로 인한 유진기업 피해는 언뜻 상식처럼 비치기도 한다. 지난해까지 5000원 수준의 주가가 올해 2월 2000원 대까지 하락했던 것도 이 같은 통념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를 뜯어본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내실경영을 통해 오히려 작년보다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지난 1분기 유진기업은 연결기준 매출액 3221억 원과 영업이익 224억 원, 순이익 174억 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이들 가운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와 130% 증가한 수치다.

지난 1~2월은 코로나19 초기였으므로 관련 피해가 일부만 반영된 것은 아닐까. 2분기 실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이 기간 유진기업은 매출액 3757억 원과 영업이익 481억 원, 순이익은 339억 원을 기록했다. 역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1%와 29.3%씩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대해 유진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도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선방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계열사 호실적을 성과의 바탕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개별기준만 봐도 유진기업은 매출액은 2063억 원, 영업이익은 186억 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22.1% 오른 액수다.

세세한 재무구조 개선

매출이 줄었음에도 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원만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유진기업도 이 구조를 벗어나지 않았다. 각종 비용절감을 통한 판매비와 관리비 절감이 수익성을 담보했다. 산업계 전반의 업황과 궤를 같이하는 건자재 회사 유진기업이 나홀로 예외적인 성장세를 잇고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진기업은 판매관리비를 작년 약 345억 원에서 올해 298억 원가량으로 약 10% 줄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판관비 중에서도 유독 하자보수비 감소폭이 컸다는 점인데, 작년 상반기 누적됐던 1억3000여만 원의 비용이 약 4000만 원으로 3분의 1까지 축소했다.

매출원가를 낮춘 것도 실적에 도움이 됐다. 지난 1~6월 유진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8억 원 감소한 수치인데, 매출원가를 약 45억 원 낮췄다. 결과적으로 약 5억 원 수준의 매출총이익이 증가했다. 참고로 지분법이익도 유진투자증권 등의 성과로 약 3배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 약 77억 원을 쌓은 지분법이익이 올해에는 약 224억 원까지 불었다.

이런 배경에 더해 하반기에도 성장을 기대하게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가을철 건설수요 증가를 포함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비교적 나아질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올해는 어느 때보다 태풍피해가 컸다. 이후 수해복구 작업이 본격화하면 유진기업도 일정 수준의 수혜를 볼 것을 관측된다.

또 최근 ‘㈜디디에스’를 인수한 효과가 일찍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도 일부 있다. 디디에스는 의료용폐기물 중간 처리업체인데, 지난 4월 유진기업 자회사인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가 총 235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의료폐기물 증가가 예상되는 까닭에 유진기업 매출도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진기업과 동양이 공동개발한 ‘모듈러 타입 이동식 배처플랜트’는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노트북, 태블릿PC 등으로 설비를 원격 운영할 수 있다.
장기전망 청신호…경쟁력 갖춘 기업과 ‘호흡’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불린다. 때문에 당장은 유진기업도 시야를 멀리 내다보고 있다. 경쟁력 갖춘 협력업체들과의 시너지 발휘에 집중하는 한편, 불가피한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최근까지도 지속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어 업계 관심이 남다르다.

정부발 그린뉴딜 발표 등 향후 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친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정통 제조업을 주로 영위하는 유진기업에 이 같은 흐름은 사실 유리하지 않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월 ‘녹색제품구매법’ 개정안의 시행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경우는 제품 구매 시 녹색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유진기업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지난 1월에 이미 레미콘 3개 규격에 대해 환경부로부터 저탄소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인증을 받은 제품은 ‘25-27-150’, ‘25-30-150’, ‘25-35-150’ 규격이다. 레미콘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을 보유한 회사는 레미콘 업계에서 유진기업이 최초다.

이밖에 기술혁신도 다수 눈에 띈다. 대표 사례는 '모듈러 타입 이동식 배처플랜트'다. 핵심 계열사 동양과 함께 개발에 성공한 기술로서 이동, 설치, 운영의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설비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이동식 배처플랜트는 일주일 이내에 설치를 완료하고 생산에 돌입할 수 있어 자재 운반과 설치에 필요한 비용, 인력 등 자원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무선 방식의 원격 조작이 가능하다. 설비 내부의 고정된 운전실에서 생산 패널을 조작해야했던 기존 현장 배처플랜트와는 달리, 스마트 기술을 활용해 운전실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서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활용해 무선으로 모니터링하며 원격 조작할 수 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크게 각광받을 기술”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유진기업은 중소기업과 협력해 건자재 상품을 개발하는 데에 주력 중이다. 지금까지 목창호, 강마루, 빌트인가구 등의 공동기획 제품을 출시했다. 유진기업에 건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85%가량이 중소기업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측은 “경쟁력 있는 중소 협력사를 꾸준히 발굴해 코로나19로 위기가 상시화 된 시장 환경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