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은 물론 IT와 금융 및 유통과 바이오까지…말로만 ‘혁신’ 더 이상 안 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2020년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근래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경제는 물론 시민 일상마저 마비됐다. 하지만 난세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경제계에서는 일찍이 포스트 코로나의 ‘블루칩’을 찾는 시선이 많다.

실제 국내 여러 기업들이 초유의 감염병 리스크 속에서 생존싸움 대신 새 사업의 왕좌를 노리는 모습이다. 오랜 기간 정통 제조업 강자로 군림했던 회사부터 IT와 금융 및 유통과 제약 등에 이르기까지 일제히 코로나 히어로 왕관에 달려가고 있다.

올해 코로나19와 함께 창간 56주년을 맞은 <주간한국>은 새 시대 새 강자로 떠오를 기업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들이 그리는 앞으로는 어떤 모습일까.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매년 1월 초면 각 기업의 오너 등 수장들은 새해 비전을 발표한다. 온라인 서면으로 인사말을 전하는 경우도 있긴 하나, 통상 연단에 올라 직원들 앞에서 발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의 경우 여러 기업들이 ‘디지털’과 ‘혁신’ 등을 주로 강조했는데, 이 같은 기조는 사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말쯤을 분기점으로 디지털 혁신을 말했던 기업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만약 말로만 디지털 혁신을 외친 기업이 있었다면, 이 시기가 지난 뒤로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버틸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람 간 접촉이 금지돼 IT기술을 활용한 업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듯 당장 업무 방식 또한 IT시스템 활용도를 확대한 재택근무 형태가 다수다. 일자리 플랫폼 잡코리아 등에 따르면 국내 직장인 2명 중 1명(54.5%)가량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경험해 봤다고 한다. 특히 국내 기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 직장인 비율이 74.5%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 직장인도 절반을 훌쩍 넘는 64.6%가 재택근무를 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 ‘트렌드’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일례로 금융계의 경우 회사 임직원이 상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망 분리 규제도 완화됐다. 그 외 LG전자 등 다수 제조업체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지난 14일 이후까지 재택근무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기술에 보다 친숙한 통신기업과 게임 기업도 비슷한 흐름이다.

코로나19 여파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의 디지털 기술의 도입범위가 대폭 확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한 만큼, 앞으로는 IT를 기반으로 한 업무 및 산업 구조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기존까지 디지털 분야서 사업해 온 기업이라면, 이런 호재 속에서 어느 정도로 실력발휘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업무 전반이 각종 디지털 기술로 진행돼 왔다고 믿었지만, 코로나19에 재택근무에 돌입해 보니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때문에 올해 초까지는 업무상 혼선은 물론 예정됐던 제품 출시도 불투명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한 디지털 업무 시스템 노하우 축적으로 간신히 정상화에 도달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구조도 바뀌게 될 것

남은 최대의 관심사는 코로나19가 이 같이 업무 구조를 바꾸었듯, 산업구조 또한 변화시킬 것이란 데에 있다. 이는 관측이 아니라 이미 맞닥트린 현실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12개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작년 대비 수출(추정)이 증가한 분야가 정보통신기기와 바이오가 유일하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정통 제조업종들도 이때는 마이너스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한국판 새로운 경제체제, 이른바 ‘K-뉴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각 기업들도 그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본격 갖추고 있다. 이들의 구체적 미래비전은 ‘언택트’로 압축되는 ‘디지털 뉴딜’, 또 주요 선진국의 친환경성 강화 열차에 올라탄 ‘그린뉴딜’이 중심축이다. 그린뉴딜의 경우 코로나19가 환경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진단의 결과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비대면 수요가 급증해 디지털, 친환경 경제에 대한 요구 증대, 경제 사회구조 대전환과 노동시장 재편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디지털 뉴딜로 5G 인프라 조기 구축 등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기후 변화 대응과 저탄소 사회 전환을 위한 녹색산업 구축 등이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블루칩으로 떠오를 국내 기업은 어디일까.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그간 저마다의 업종에서 역량을 발휘해 이름이 잘 알려진 기업 대부분은 준비가 된 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글로벌 디지털 수요 증가에 국내 반도체 기업이 활약할 채비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의 업종도 환경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다.

이밖에도 소비자와 스킨십이 가장 활발한 유통업계도 대대적 변신으로 경쟁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역시 K-뉴딜펀드 조성 및 디지털 혁신으로 소비층 확장을 본격화했다. 건강에 대한 시민들 관심이 커가면서 바이오헬스 등 제약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가는 것도 당연하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산업 경쟁력과 주식시장 상승세를 주도할 기업을 눈여겨보는 이가 많은 이유다. 단 업종만 보고 기업의 비전을 무조건 장밋빛으로 예단해서는 곤란하다. 개별 기업별로 의지와 역량에 따른 구체적 전략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블루칩으로 일컬어지는 기업들은 따로 있다고 바라본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