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현대차가 디자인 역량 강화에 대폭 힘을 싣는다. 일찍이 디자인 차별화된 디자인을 통한 독보적 브랜드 가치를 강조해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이 크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가 공개한 신차들은 어느 때보다 디자인에 관한 주목도가 높았다. 전투기를 형상화 한 아반떼 등이 걸작으로 꼽히는 가운데, 최근 외장만 공개된 제네시스 ‘GV70’ 또한 벌써부터 소비자 관심이 남다르다. 앞으로도 이 같은 행보는 이어질 전망이다. ‘루크 동커볼케(Luc Donckerwolke)’ 부사장을 디자인 담당 임원으로 임명하면서 미래차 디자인 역시 파격적 면모를 드러낼 조짐이다.

“SUV의 끝판왕”

제네시스 GV70
지난달 말께 소위 자동차 ‘매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졌다. 새로 공개된 제네시스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GV70’ 내외장 디자인이 공개되면서다. 제네시스는 이 차량을 두고 “역동성과 고급스러움을 모두 갖춘 중형 SUV의 끝판왕”이라고 묘사했는데, 잠재적 소비자들 역시 대체로 그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경쟁이 치열한 중형 SUV 시장에서 고급스러운 감성과 역동적인 디자인, 두 가지 조화를 바탕으로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중형 SUV를 목표로 GV70를 개발했다. GV70의 차명은 ‘제네시스(Genesis) 브랜드가 제시하는 다재다능한(Versatile) 럭셔리 차량’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GV70는 2021년까지 제네시스가 계획 중인 6개의 라인업 중 다섯 번째 차량이자 지난 1월 출시된 GV80에 이은 두 번째 SUV 모델이다.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 중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도심형 럭셔리 SUV 모델이다.

GV70의 전면부는 제네시스 로고의 방패에서 영감을 받은 크레스트 그릴이 헤드램프보다 낮게 위치하여 공격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두 줄 디자인의 쿼드램프가 속도감과 역동성을 표현했다. 또한 범퍼 하단에 엔진 하부 보호용 덮개(스키드 플레이트)를 적용하여 SUV의 강인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측면부는 쿼드램프 상단에서 시작돼 차체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라인인 ‘파라볼릭 라인’이 우아한 감성을 연출하는 반면, 운동선수의 근육을 연상시키는 볼륨감 있는 리어 펜더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것이다. 또 쿠페와 같이 날렵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아래로 흐르는 C필러의 크롬라인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후면부는 두 줄의 얇은 쿼드램프를 적용하였으며 모든 기능적 요소를 범퍼에 배치시켜 심플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아울러 지-매트릭스 패턴을 적용한 범퍼와 독특한 세로형 배기구, 차체 색상의 디퓨저 등을 통해 차량의 역동성을 강조한 섬세한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비행기 날개의 유선형(에어로다이나믹) 조형에서 영감을 받은 스포티한 실내 디자인은 유니크한 타원형 요소를 사용, 풍부한 볼륨감을 살렸고 이를 강조하는 신개념 무드조명으로 GV70만의 개성을 살렸다.

슬림한 형태의 송풍구와 이를 가로지르는 얇은 크롬 라인이 양측 문까지 이어져 탑승객을 감싸는 느낌의 넓고 깔끔한 공간감을 구현했으며, 액정표시장치(LCD) 터치패드 적용을 확대해 실내 중앙부(센터페시아)의 조작버튼 개수를 최소화하고 인체공학적인 구조로 운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상엽 제네시스 글로벌 디자인 담당 전무는 “GV70는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DNA를 계승하면서도, G70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의 역동성을 극대화한 70 라인업의 SUV가 될 것”이라며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서, 한국적 여백의 미를 그대로 승화한 실내 디자인은 제네시스 고객들만이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한 공간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디자인 트렌드 반영…그리고 파괴적 혁신”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차는 디자인 경쟁력을 대거 끌어올리는 데에 지속적으로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및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신설하기도 했다. 해당 임원에는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임명했다.

신설된 CCO는 현대차의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제반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우선 ▲유럽 등지로 시장 확대를 앞둔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차의 첫 전기차 전용 ‘아이오닉’ 브랜드 ▲수소전기트럭과 같은 친환경 모빌리티 등의 디자인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임 CCO를 맡은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2016년 1월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 줄곧 디자인 업무를 담당해 왔다. 올해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할 때까지 현대차,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인 담당을 맡은 바 있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디자인의 방향성 정립 및 전략 수립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최고 책임자였던 만큼, 현대차는 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CCO 역할의 최적임자로 판단한 것이라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재직기간 보여준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역량뿐만 아니라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 디자이너 인재 육성 등의 리더십을 고려할 때, 고객 및 시장과 적극 소통하는 CCO 역할이 그룹의 브랜드 인지도 및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우선 유럽 시장 내 중요 현안에 집중하면서, 코로나19 상황 등도 감안해 선임 후 당분간 유럽권역본부와 유럽기술연구소가 위치한 독일 및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계획이다.

단 CCO는 이 같은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하고, 브랜드별 디자인 개발은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현대디자인담당 이상엽 전무가 ▲기아차는 기아디자인담당 카림 하비브 전무가 현행대로 전담한다. 그러면서도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쇼카 및 콘셉트카, 신개념 모빌리티 등 선행 디자인 부문에 있어서는 양사 디자인담당과 CCO가 협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영입을 통해 핵심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본부장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임명한 것을 비롯해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에 닛산 출신 호세 무뇨스 사장, 상용개발담당에 다임러 출신의 마틴 자일링어 부사장, 파워트레인 담당에 PSA 출신의 알렌 라포소 부사장 등을 선임한 바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