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년比 약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 해외 매출 예상

영국 짜파구리 이벤트. (사진 농심)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해외 여행이나 출장이 잦은 한국인이라면 외국에서 신라면을 발견하고 반가웠던 경험이 한번쯤 있을 정도로 농심 라면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농심은 1971년 처음 수출을 시작했다. 당시 농심은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던 소고기라면을 미국에 수출했고 주로 한인시장을 타깃으로 제품을 유통했다. 10여 년 간 꾸준한 시장개척으로 1980년대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등 농심 주요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결국 농심 해외 총 매출(수출과 해외법인 매출합)이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 해외 매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辛세계 구축…한국의 매운맛 전파

본격적인 해외 시장개척에 돌입한 농심은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 영업사무소를 만들었고 1994년 농심 첫 해외법인인 미국법인(LA)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전 세계 약 100여 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현재 신라면은 대표적인 K푸드 역할을 하며 전 세계에 한국의 매운맛을 전파하고 있고 연간 국내외 약 7600억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주요 국가 대표 유통 채널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농심은 미국에서 2017년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일궈내고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18년에는 처음으로 미국 내 주류시장이라고 불리는 메인스트림(mainstream) 매출이 아시안 마켓을 앞질렀다.

농심 관계자는 “2005년 LA공장을 가동하고 10여 년 간 서부 및 교포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왔다면 지금은 동부 대도시를 비롯해 북부 알래스카, 태평양 하와이까지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구축했다”며 “신라면은 이제 한인 사회를 넘어 미국 소비자가 먼저 알고 사가는 글로벌 제품 대열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라면은 월마트와 코스트코, 아마존, 알리바바 등 세계 최고 기업이 선택하는 한국 식품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파워를 통해 신라면은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첨병역할과 기존 시장 매출을 끌어올리는 주력상품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국에서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농심은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1000여 개 신라면 영업망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에서 신라면은 단순 한국산 라면을 넘어 공항, 관광명소 등에서 판매되는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신라면 버스 광고. (사진 농심)
현지화 마케팅으로 한 발 앞선 농심

농심의 글로벌 사업 성장 배경에는 제품과 마케팅 ‘투트랙 전략’이 있었다. 제품은 한국 매운맛을 그대로 가져가되 광고나 마케팅 등은 철저하게 현지 문화와 트렌드를 우선시했다. 중국 대표 마케팅으로는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꼽힌다. 1999년에 출범한 이 바둑대회는 20년 넘게 이어온 한-중-일 국가 대항전으로 중국 인기 스포츠 바둑을 통해 ‘신라면을 각인시킨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 제품명을 대회 타이틀로 내세운 것은 세계 기전 중 신라면배가 처음이다.

또 지난 5월 농심은 시니어 국가대항 바둑대회도 창설했다. 대회 명칭은 ‘백산수배 시니어 세계바둑최강전’으로 한-중-일 만 50세 이상 프로기사들이 참가하는 세계기전이다. 한국 조훈현과 중국 마샤오춘, 일본 요다 등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기사들 빅매치가 예상되면서 전 세계 바둑팬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요즘 뜨고 있는 ‘아트마케팅’으로 접근했다. 농심은 지난해 세계적인 아티스트 에바 알머슨과 손잡고 미국 신라면 광고를 제작해 인기를 끌었다. ‘맛있는 신라면의 문화’라는 제목의 영상은 에바 알머슨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제작돼 과거 농심 히트 광고였던 ‘형님먼저 아우먼저’ 콘셉트를 남동생, 여동생으로 바꿔 서로 신라면을 양보하는 상황으로 구성했다.

이밖에 농심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임단 ‘팀다이나믹스’를 최종 인수했다. 농심의 e스포츠 진출 배경은 e스포츠의 세계적인 인기와 높은 성장 가능성에 있다. 세계적으로 약 1억 명 이상이 즐기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는 국내 기준으로도 PC방 게임 점유율 50%를 넘어서는 독보적인 1위 게임 종목이다.

세계 최고 라면 등극한 ‘신라면블랙’

미국 뉴욕타임스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는 지난 6월 셰프와 작가, 평론가 등 7명 전문가들이 추천한 라면을 직접 맛보고 평가해 순위를 매긴 ‘세계 최고의 라면 BEST 11’을 발표했고 이 순위에서 농심 ‘신라면블랙’이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들이 꼽은 BEST 11 라면에는 한국라면 4개, 일본라면 6개, 싱가포르 라면 1개가 포함됐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신라면블랙을 ‘신라면의 프리미엄 버전’으로 소개하며 설렁탕 후첨양념이 들어간 진한 소고기 육수와 적절한 매콤함, 슬라이스 마늘과 큼지막한 버섯 조각, 쫄깃한 면발이 주는 훌륭한 식감의 조합을 매력으로 평가한 바 있다.

신라면블랙은 뉴욕타임스에 이어 글로벌 여행 전문 사이트 ‘더 트래블(The Travel)’이 뽑은 세계 최고 라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더 트래블은 지난달 ‘Ranking The Best Instant Ramen of 2020(2020년 최고의 라면)’을 발표하면서 신라면블랙을 올해 최고의 라면 BEST4 중 하나로 선정했다. 더 트래블이 꼽은 최고의 라면은 신라면블랙을 포함해 싱가포르 ‘프리마 테이스트 락사라면’, 태국 ‘마마라면’, 일본 ‘삿포로 이찌방 라면’이다.

농심 관계자는 “전 세계 라면 격전지인 미국 시장에서 농심 브랜드의 좋은 평가는 곧 한국 라면 위상과도 연결된다”며 “경쟁 우위 맛과 품질, 생산시스템을 자랑하는 농심의 해외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K푸드 인기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