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친환경 경제 인프라 구축’ 공약…“자동차가 수혜주 될 듯”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든 신정부가 출범하면 우방국과 관계 회복과 다자간 체제 복원을 통해 글로벌 무역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바이든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했을 때 트럼프 정부와 가장 차별화되는 것이 있다면 친환경 정책이 우선시 된다는 점일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 공약을 살펴봐도 ‘친환경 경제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법인세 인상 등으로 재정을 확보해 4년 간 2조 달러 규모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당선이 확정되기 전부터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천명했고 2050년까지 탄소배출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셰일가스, 석유 등 화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 및 투자를 지속했던 트럼프 정부와는 기본 노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역·투자 확대할 수 있는 기회 온다

바이든 신정부는 우선적으로 탄소 저배출 주거단지, 탄소 중립 교통망 등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에 주력하고 더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및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미 통상전문가들은 바이든 신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확대와 우호적인 통상 협력 기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통상전문가들은 바이든 신정부 통상정책은 트럼프 정부의 일방주의에서 탈피해 무역 상대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국제통상 질서를 함께 구축해나가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바이든 경제정책 주축은 ‘공급망 재건’과 ‘친환경 에너지 산업 투자’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무역·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 경제·통상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와는 어떻게 달라질지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그린 뉴딜 분야에 있어 양국 기업 간 협력 방안을 긴밀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기후변화 기준 강화, 미·중 무역갈등 지속 우려 등은 국내 산업별로 상·하방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친환경차, 배터리, 신재생에너지산업 등은 기회요인이 되겠지만 대표적 고에너지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등은 기준강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상방요인이 우세하지만 당연히 경계해야 할 당면과제도 공존하는 형세다. 그럼에도 주요 외신과 투자은행(IB), 국제기구 등은 전반적으로 글로벌 불확실성 완화, 미국 확장재정 파급효과, 국제 무역통상 여건 개선 등으로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 정책공약으로 볼 때 미국은 향후 자국 통합노력 속에 코로나 위기 경기부양책 실시, 제조 혁신정책, 일자리 및 중산층 복원, 친환경 투자 확대, 다자주의 복귀 및 동맹국과 협력 강화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런 변화흐름 속에 기회요인을 적극 발굴·활용하고 환경, 노동 등 새 이슈에 선제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기준 강화 예고…민관 소통 채널 절실

국내 효자산업들의 명암은 분명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은 오래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공장 가동을 위한 전력 사용과 초미세 공정에서 사용되는 불소 화합물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는 공정 배출이 대부분이다.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가스 대체와 저감설비 도입을 통해 공정 배출 감축을 중심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했다. 남은 저감·저해 요소를 극복하고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향후 지속적인 R&D 투자, 자발적인 감축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저감장치 확대에 따른 오염 발생을 고려한 통합적인 환경정책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든 신정부 출범 최대 수혜 산업은 역시 자동차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환경과 안전 및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성이 강조되면서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 개인운전 시대’에서 ‘전기동력·자율주행 시대’로 빠르게 전환됐다. 한국 정부도 2018년부터 미래차산업 정책을 강화했고 국내 자동차업계는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했다.

자동차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 배터리 경쟁력과 공급능력에 힘입어 친환경자동차 생산을 증대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를 포함해 전년 대비 24.6% 증가한 36만6846대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전기차 판매는 63.4%가 증가한 10만1238대를 기록해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쯤에 전기차만 1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며 내연기관 개발은 2030년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바이든 신정부 출범으로 기존 행보에 가속이 필요한 산업은 역시 철강산업이다. 2018년 기준 철강산업 온실가스 배출은 제조업 내에서 약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두 번째로 배출 비중이 높은 화학(21.6%)보다도 10% 이상 높은 수치로 그 외 시멘트(4.7%), 반도체(3.7%), 디스플레이(3.0%) 등 여타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에 비해서도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이라 할 수 있다.

철강산업에서 주요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공법이 지목되고 있고 한국 2050 장기저탄소전략(LEDS) 초안에서도 관련 내용이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다. 다만 이 감축수단이 현실 적합성 부족, 국가 간 산업구조 차이 미반영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아 철강산업에서 수소환원제철 공법 도입은 산업의 전면적 구조개편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민관 공동 기술개발과 관련 제반 인프라 확보, 그리고 필요한 금융과 제도적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바이든 신정부 출범에 대비해 한국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미국 신정부 경제협력 TF’를 구성했다. 향후 발표될 바이든 신정부의 구체적 정책방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중심으로 세부 대응방안을 적기에 마련, 시행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그린뉴딜분야 협력, 다자주의 협력 등을 새로 모색하는 가운데 미국 신정부와 한국 정부 간 채널은 물론 다양한 민간 소통채널 구축 등의 활동도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