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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3법 통과에 재계 망연자실 “나라 경제는…”

경제3법, 노동3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경제단체 “보완책 마련 절실”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공정거래법’으로 불리되 ‘기업규제법’으로 지적받는 ‘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경제3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가뜩이나 불경기인 와중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진 현실,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 조급하게 입법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크다. 이에 시행을 1년여 늦추거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현실화는 미지수라 경제계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공수처법 대치 속 경제는 뒷전

  •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 당시 모습.
일찍이 경제계 반대가 거셌던 경제3법이지만, 그와 같은 재계 목소리는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별다른 부담을 주지 못했다. 보완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입법화를 막거나 지연하려던 국민의힘 등 야당은 공수처법 이슈에 보다 힘을 쏟으면서 구호만 남긴 채 뒤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정치와 권력 싸움에 경제는 내팽개쳐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장 먼저 국회 문턱을 넘은 상법개정안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토록 하고,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 3법 가운데 경제계 반대가 가장 컸던 사안인데, 입법이 현실화하면서 기업의 추진 동력 저하 및 주요 정보 침탈 등 우려가 커가고 있다.

재계가 이 개정안에 특히 반대했던 이유는 부작용 발생 시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돼서다. 감사위원은 회사의 거의 모든 사항들을 열람할 권한이 있다. 이런 배경에서 경영분쟁이 일었거나 기업에 대한 악의를 품은 세력이 감사위원 선임의 키를 쥔다면, 회사의 각종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도 포함됐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역시 비판이 거셌던 법안이다. 경영권 침탈 행위가 잇따를 수 있어서다. 특히 적은 지분으로 단일 회사가 아닌 그룹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의 여파가 남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표한 ‘다중대표소송 도입의 영향’을 보면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있다. 한경연은 당시 기준 상장한 지주회사 시가총액 184조원의 0.000002%에 해당하는 금액(350만 원)만으로 90개 상장 지주회사 소속 1188개 전체 계열회사 임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당 개정안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전경련은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투기자본이 선임한 감사위원에 의한 영업기밀 및 핵심기술 유출 우려, 이해관계자의 무분별한 소송 등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국가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 외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속성도 비슷하다. 기업 규제의 폭을 넓힌 게 핵심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그룹감독법은 금융그룹에 속하는 금융사들이 내부통제와 위험관리를 위한 협의회와 기구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는 등의 사항이 핵심이다.

이 같은 경제3법에 더해 ‘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노조3법)이 통과한 것도 재계에 걱정거리다. 기업들도 ILO 핵심협약 비준 취지는 인정하나, 이를 명분으로 해고자와 실업자 등의 단결권을 보장한다면 현재도 심한 노사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노동3법의 경우 노동단체도 미흡함을 주장하며, 노사 양쪽에서 비판받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한 유럽과 달리 ’기업별노조 중심 체제‘를 갖고 있다”며 “해고자·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을 허용한다면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현장 노사관계와 기업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계 “깊은 유감…보완책이라도”

  • 지난 10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 단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 정책 간담회'에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재계는 망연자실에 빠졌다. 그간 요구해온 사항들 상당수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허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우선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긴 했으나, 국회가 공수처 등의 사안으로 좌충우돌에 한창이고 되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라 가시밭길 그 자체다.

이에 박용만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까지 따로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들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해야 하는 시급성이 과연 뭔지 이해하기 참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부작용이 생기거나 하면 이번에 의결하신 분들은 전적으로 책임을 지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당초 기업들은 경제3법 입법화 논의단계 때 몇 가지 보완책을 제시한 바 있다. ‘차등의결권’ 과 ‘포이즌필’이 대표적이다. 차등의결권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때 경영진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를 차등 적용해 영향력을 보다 확대하는 제도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때 기존 주주들에 주식을 헐값에 대량 발행하는 극약 조치다.

이러한 보완책 마련은 기업들의 여전한 바람이지만 실제 도입 여부는 미지수다. 재계는 당장 법안 시행시기를 1년이라도 유예해 달라며 호소를 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들이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는 보완장치 입법을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한편에선 경제3법의 당위성을 되묻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의사결정은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다수의 주식이 결정한 방향에 따르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며 “이것(경제3법)이 진정으로 민주적인 것인지, 소액주주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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