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부터 산업구조까지 급변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대형서점 여행서적 진열대에서 해외여행 관련 서적이 사라졌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여러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보건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공존시대’ 등을 언급하며 인류가 급격하게 달라진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비일상’이 돼 버린 시대에 맞는 ‘맞춤형 일상’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19는 이미 우리의 삶을 뒤바꾸고 있다. 입국 제한으로 인한 여행 봉쇄, 셧 다운 여파에 따른 경제활동의 제약, 내수 침체 등 각국의 경제상황은 점점 늪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모두가 깊어만 가는 절망에 허우적거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에 편승하는 생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소비트렌드부터 산업구조까지 예전에 없었던 변화의 ‘쓰나미’가 이미 몰려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꾼 소비트렌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재택근무, 온라인 종교활동 등 새로운 생활 방식이 등장했다. 마스크 없는 외출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고 하루에도 수차례 손을 씻으며 체온을 확인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도 생활화됐다. 올해 수능시험 때는 전신 방역복을 입은 수험생도 등장했을 정도다.

코로나19가 등장한 이후 새롭게 나타난 신풍속도가 인류의 삶을 크게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많은 국가가 국경을 봉쇄하거나 해외 입국 시 자가격리를 의무화하고 있다. 당연히 해외여행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코로나19의 특혜업종으로 떠오르게 된 곳은 단연 골프장이다. 해외골프가 원척적으로 불가능해지자 그 수요가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면서 골프장들은 유례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골프산업의 재발견과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골프장 예약은 19만8000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3.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영향으로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는 오히려 인상하는 추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대중제 전환 전후의 골프장 그린피 현황’을 보면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들 10군데 중 4곳이 그린피를 인상하거나 인하하지 않았다.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중제 골프장들이 깜짝 호황의 틈새를 노려 그린피 수익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골퍼들은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인상된 그린피로 국내 골프장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국인 해외여행 송출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9.9% 감소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해외여행 대신 자국 소도시 여행이 증가했고 한국도 같은 양상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국내 여행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비교적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하지 않았던 강원도를 비롯해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 지역 등은 오히려 전년 대비 숙소 예약량(1~9월 기준)이 증가했다.

특히 숙박업소 대신 자신의 차와 캠핑 장비를 사용하며 인파가 몰리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소위 ‘차박’ 형태의 캠핑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이 커져 다중이 모이는 실내 공간과 타인이 사용했던 물건의 공유를 기피하는 경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 140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차박 언급량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223% 늘었다. 등산 언급량은 55%, 캠핑 언급량도 37% 증가했다. 이 같은 소비트렌드 변화로 전반적인 여행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캠핑 관련 산업은 예전에 없었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인테리어 및 리빙 상품에 대한 관심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올해 2월 23일부터 9월 16일까지 롯데홈쇼핑 리빙 상품 판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주방 시공 상품 주문 금액이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커튼, 카펫 등 거실 인테리어 소품도 52% 신장했고 냄비, 접시 등 주방용품은 60%, 매트리스와 장롱 등 침실 가구도 각각 32%씩 주문 금액이 늘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 온다

코로나19가 일상에 가져온 변화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대면’이다. 이는 제조 중심의 ‘전통적 경제’에서 인터넷 서비스 중심의 ‘디지털 경제’로 전환되던 상황에 가속페달을 밟는 효과를 낳았다. 이미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고 인터넷 서비스 관련기업들이 혁신을 선도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류가 큰 거부감 없이 비대면 중심의 기업환경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비대면 접촉의 편리함을 느낀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선호하게 됨에 따라 오프라인 업체가 누리던 기존 주도권이 온라인 업체로 옮겨가고 있다”며 “온라인 업체 성장으로 오프라인 업체 출점 감소,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의 자연스러운 증가와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 치중했던 자영업자 활동무대도 젊은 창업가들 중심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가 일상생활에 접목됐을 때 피부로 직접 느끼게 되는 주요 변화를 주목했다. 코로나 공존시대의 경제생활 변화가 크게 ‘가계’와 ‘회사’, ‘제조공장’으로 구별되면서 각각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가계 입장에서는 ‘온라인화’, 회사 입장에서는 ‘스마트 워크화’, 제조공장 입장에서는 ‘무인화·자동화’ 확대가 그 변화의 요체라고 보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유통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식품 산업 내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즉석밥 시장 규모만 해도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올해 1~7월) 약 2452억 원으로 나타났고 이는 전년 동기대비 약 6% 신장한 수준이다.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 인식은 건강 관련 식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 건강기능식품이 입점할 정도다. CU는 올해 하반기부터 카운터 매대에 위치한 껌과 사탕을 대폭 줄이고 그 자리에 홍삼 스틱 등 1입 한 포 건강식품을 채웠다. 편의점 건강기능식품 매출도 늘어 CU의 올해 9~11월 건강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 증가했고 GS25 역시 동기간 매출이 79.5% 급증했다.

이 밖에 코로나 공존시대에는 5세대(5G)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비대면 산업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급격한 네트워크 발달로 기업 생존 여부까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기업이 내수 시장만으로 버티는 것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수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당장 침체된 경기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접근도 반드시 필요하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소비는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데 하반기 업황이 부진하다는 것은 코로나19로 여전히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다는 뜻”이라며 “내년에도 소비심리 조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위기상황을 견디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우선 현실에 맞지 않는 각종 부담금과 규제부터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