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금융백신’ 역할 충족
스타트업 ‘데스밸리’ 극복 지원도
신보의 자금 공급은 지난해 P-CBO보증을 통해 이뤄졌다. P-CBO보증은 개별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기업이 직접금융시장에서 장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올해 초 신보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고 기업의 자금 차입에 어려움이 발생하자 ‘코로나19 피해 대응 P-CBO보증’을 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매월 발행을 진행해 영화관, 쇼핑몰, 해운사, 항공사 등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에게 3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소재·부품·장비산업 등 우리 경제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주력산업 P-CBO보증’을 통해 1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차환발행을 통해 회사채 시장 안정판 역할을 수행했다. 회사채 발행금리도 지속적으로 인하하고 후순위채권 매입비용을 크게 낮추는 등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개별기업 지원한도를 150%까지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에도 나섰다. 신보의 P-CBO보증은 자금조달 절차가 간편하고, 미매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데다 발행한도와 금리 메리트까지 갖춘 이점을 지녔다. 코로나19로 회사채 시장의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 확보 수단으로 큰 인기를 얻은 비결이다.
신보는 내년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P-CBO보증의 공급규모를 더욱 확대해 지원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적극적인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이례적으로 1월에도 발행을 추진, 현재 기업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이전에는 P-CBO보증 프로그램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만을 위한 금융상품으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기업과 신용도가 양호한 대·중견기업들에게도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P-CBO보증은 현재의 코로나19 피해기업 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도 든든한 안전망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는 지난해 2월부터 약 1조4000억원의 특례보증을 공급했다. 이어 지난해 9월 4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을 추가로 공급했다. 특례보증은 피해기업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일반보증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보증비율을 상향하고, 보증료 차감 등의 우대조치를 취한 것이다. 또한 심사기준을 완화하고 심사방법과 전결권 등 심사절차를 간소화해 피해기업에 대한 신속한 보증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피해 중소기업의 자금수요도 늘면서 특례보증은 지난해 10월 시행 1개월도 지나지 않아 1,299건, 2,439억원의 지원 실적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전도 유망한 스타트업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신보는 지난달 16일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고속 성장이 예상되는 미래 유니콘 5개 기업을 ‘제4기 혁신아이콘’으로 선정했다. ‘혁신아이콘 지원 프로그램’은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우수 중견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신보가 2019년 5월 도입한 스케일업 프로그램이다.
제4기 혁신아이콘 공개모집에는 총 219개 기업이 지원해 역대 최고 경쟁률(44대1)을 기록했다. 신보는 전담조직을 통해 서류 및 현장실사, 내o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전문심사위원단의 심사 절차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생활밀착형 플랫폼 기업에서 의료영상, 제조 현장 인공지능(AI) 솔루션 제공 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5개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선정 기업은 ▲X-ray, 병리슬라이드 영상을 분석해 암 진단, 치료 반응 등을 예측하는 AI 의료 솔루션 개발기업 ‘루닛’ ▲원스톱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 ▲비대면 모바일 세탁서비스 ‘런드리고’ 운영 기업 ‘의식주컴퍼니’ ▲설비 이상탐지 등 AI를 활용한 제조 현장의 문제 해결 솔루션 개발기업 ‘마키나락스’ ▲의료영상 데이터를 AI로 분할·분석해 정량화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메디컬아이피’ 등이다. 신보는 제4기 혁신아이콘으로 선정된 5개 기업에게 총 600억원의 보증을 제공하고, 특히 이중 3개 기업은 이번에 확대된 최고보증한도 150억원(기존 100억원) 규모로 보증이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선정기업에게는 0.5%의 최저 보증료율을 적용하고, 6개 협약은행을 통해 대출 금리 추가 우대 및 해외진출, 각종 컨설팅, 홍보활동 지원 등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도 지원한다. 이번 제4기 혁신아이콘은 현금흐름 등 재무지표가 다소 좋지 않더라도 비즈니스모델의 혁신성, 기술성 및 유니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 혁신스타트업이 폭발적 성장 전 사업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데스밸리’ 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신보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이미 선정된 17개 혁신아이콘은 지난해 9월말 현재 80.5%의 매출 성장, 62.3%의 고용 증가, 선정 이후 총 1,458억원 후속투자유치의 성과를 나타냈다. 아울러 2기 혁신아이콘 ‘뷰노’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올해 2월 상장을 기다리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