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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 호황으로 날개 다나

수출 1000억 달러 재돌파 기대…정책 지원 요구도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대다수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쓰나미에 뒤덮였던 지난 2020년.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 등에 힘입어 역대 두 번째 수출 실적을 달성하는 등 오히려 어느 때보다 눈부셨다.

이 같은 반도체를 향한 기대감이 올해에는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부와 업계가 일제히 ‘호황’을 내다보고 있다. 목표는 수출액 1000억 달러 돌파다. 비메모리 반도체 전망도 장밋빛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환율 및 미중 기술패권 전쟁 등의 전개양상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 업계에서 정책적 뒷받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메모리·비메모리 전부 호황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지난 5일 정부는 ‘낯선’ 자료를 발표했다. ‘올해도 반도체가 우리 경제의 활력 회복 이끈다’는 제목의 문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과 협업해 만든 지난해 국내 반도체 실적 및 향후 글로벌 시장 전망 보고서다.

이전에도 산자부가 수출입 동향 등의 자료를 통해 반도체 부문의 현황 일부를 담은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통계를 따로 떼어 발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은 수출회복세 주도로 우리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다”고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산업은 지난해 상당히 선전했다. 코로나19와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의 여파 속에서 수출액이 전년 대비 5.6% 증가한 992억 달러를 기록했다. 모바일 수요가 다소 부진했으나 비대면 경제 가속화에 따른 서버·노트북 분야의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2위 실적이다. 1위 기록은 2018년 1267억 달러다.

기대가 모인 지점은 올해 전망치다. 정부와 업계는 올해 반도체사업 실적이 2018년 수준을 달성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약 5%로 추산되는데,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이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와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8~1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옴디아는 8.3%, WSTS는 8.4%, 가트너는 9.5% 증가를 각각 예상하고 있다. 이런 추이는 국내 기관의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폭을 5.1%, 산업은행은 9.4%, 산업연구원은 13.1%로 각각 예상했다.

이같은 통계를 토대로 정부가 추산한 올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1075~1110억 달러다. 1000억 달러 이상의 실적을 달성해 역대 2위의 수출 실적을 1년 만에 갱신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을 중심으로 12.0%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 703억~729억 달러 규모로 해외에 팔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639억 달러였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칩과 이미지센서 등의 수요가 증가, 파운드리 대형고객까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7.0% 증가한 318억~33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산자부는 “5G 시장 확대, 비대면 경제 확산 지속 등으로 스마트폰·서버·PC 등 전반적인 전방산업 수요증가로 올해 시황은 개선이 기대된다”고 근거를 밝혔다.

환율, 미중 갈등 등 변수도 많아

국가적 지원은 우리가 꼴찌 수준


  • (표=전경련)
세계 반도체 업계의 최대 관심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행보에 쏠렸다.

두 기업 중에서도 SK하이닉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남다르다. 지난해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 기록을 쓴 인텔 낸드사업부문의 인수효과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새로운 연구개발(R&D) 조직인 'RTC(Revolutionary Technology Center)'를 설립, 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에 힘을 실은 상태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메모리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조직을 설립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공격적 행보를 잇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DDR5 D램을 출시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GB(기가비트) TLC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성과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에도 시선이 향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3분기 줄곧 어닝서프라이즈를 달성하는 등 역량을 과시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산업의 호황까지 예상되는 올해에는 막강한 위력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란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올해 첫 현장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며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비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지켜봐야 할 요소가 일부 있다.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도 그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최고 지휘관이 실형을 받을 수도 있는 기로에 놓인 까닭에 과감한 투자 및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가 관건으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문을 인수하고, 해외에서는 미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가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인수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격랑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M&A 참전 여부 및 관련 투자규모가 커다란 관심사인데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의도치 않은 퇴보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바라봤다.

이밖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이 마주한 변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원화강세는 반도체 수출액 및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 코로나19 영국발 변이바이러스 확산은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조차 안 되는 상황이다. 또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과의 갈등 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따라 예기치 않은 시장 지형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기회에 정책적 뒷받침을 요구하는 눈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 같긴 하나 멀리 내다봐야 한다”며 “메모리 시대에서 비메모리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지는 상황인데 정작 IT 소프트웨어 분야 학생과 박사 인원이 전부 감소세인 사회 현상을 무시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4년~2018년 21개의 주요 글로벌 반도체기업 중 매출 대비 정부지원금 비중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개 기업 중 3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SMIC가 매출 대비 6.6%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고, 화홍(5%), 칭화유니그룹(4%)이 뒤를 이었다. 미국의 마이크론은 3.8%, 퀄컴은 3%, 인텔은 2.2%에 달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0%대로 ‘꼴찌’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기간산업의 특성을 갖는 만큼 경쟁국과의 지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정부의 대응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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