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E-GMP’ 3차 배터리 공급사 선정 임박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사진 현대차그룹)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3차 배터리 공급사 선정이 임박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 마무리된 현대차 E-GMP 3차 배터리 입찰 결과가 이르면 이달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SDI가 물량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조 원 규모인 1차 배터리 물량은 SK이노베이션이, 16조 원에 달하는 2차 배터리 물량은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이 선정된 바 있다. 이번 3차 배터리 물량 선정에 삼성SDI가 언급되는 이유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간 공개 회동이 재차 성사된 데다 현대차가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사만 된다면 삼성과 현대차의 첫 협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국내외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 3차 배터리 공급사 최종 후보

이번 현대차 3차 배터리 물량은 25조 원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1, 2차에 확보한 배터리가 올해와 내년 완성차에 투입되기 때문에 2023년 출시하는 3차 물량은 1, 2차를 합한 규모보다 많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SDI는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현대차 E-GMP 3차 배터리 공급사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3차 물량을 나눠 공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3조872억 원, 영업이익 2674억 원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전 분기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된 수치다. 특히 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이 중 전지사업 부문 매출은 2조3818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1%가 증가했다.

특히 중대형전지 중 자동차전지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한 영향과 유럽의 전기차 지원정책 강화로 큰 폭으로 매출 성장이 이뤄졌다. 지난해 4분기에도 중대형전지 판매가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며 자동차전지는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기존 배터리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초격차 기술 회사로 발돋움하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선행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회 충전에 600㎞…차세대 배터리도 출시

삼성SDI는 기술력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 비교했을 때 외부로 부각되는 이슈가 많았던 편이 아니었음에도 배터리 생산량과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로 삼성SDI는 올해 ‘젠5(Gen5)’라 불리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젠5는 한 번 충전하면 600㎞ 이상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젠5에는 니켈이 80% 이상 포함됐고 배터리 효율을 향상하기 위한 신공법도 도입됐다. 기존 배터리와 비교했을 때 에너지 밀도는 20% 이상 높아지고 kwh 당 배터리 원가도 20%가량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미 경쟁사들이 앞 다퉈 한 번 충전으로 600㎞ 이상 이동 가능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매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젠5가 출시되고 현대차 E-GMP 3차 배터리 공급사에 선정된다면 삼성SDI 매출과 점유율 상승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1년 양산하는 젠5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더 증가하면서도 원가는 대폭 절감될 전망”이라며 “젠6와 젠7 차세대 배터리도 성능향상과 원가절감을 이뤄나가면서 배터리 업체로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차, 올해 전기차 도약 원년 선언

그렇다면 E-GMP에 배터리 업계가 이토록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현대차는 수소 전기차에 이어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도 선도 업체로서 위상을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E-GMP는 현대차가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선보일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자동차 ‘CV(프로젝트명)’ 등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의 뼈대가 되는 기술집약적 신규 플랫폼이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은 “현대차가 앞서 선보였던 전기차들은 뛰어난 효율로 고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기존의 우수한 효율성에 더해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차급까지 그 기술 리더십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GMP는 내연기관 자동차 플랫폼을 활용한 기존 전기차와 달리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됐다. 1회 충전으로 국내 기준 500㎞ 이상 주행을 할 수 있다. 또한 800V 충전 시스템을 갖춰 초고속 급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18분 이내 80% 충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5분 충전으로 100㎞를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현대차는 향후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차세대 전용 전기차에 신규 PE 시스템(Power Electric System), 다양한 글로벌 충전 인프라를 고려한 세계 최초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기술, 차량 외부로도 자유롭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을 추가로 적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보다 진화된 전동화 모빌리티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이미 유럽과 미국 등 공급처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성SDI는 BMW, 폭스바겐, FCA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어 이번 현대차와의 E-GMP 협업이 실현된다면 생각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