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기반 온라인 물류·배송 차별화 역량 확대

세미다크 스토어 후방 자동화 설비. (사진 롯데쇼핑)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유통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온라인 플랫폼이 확보된 유통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최악의 손실을 감당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통을 대표하는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 4조1059억 원, 영업이익 1111억 원을 기록하면서 당기순이익은 30억 원으로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재택근무 등 실내 생활 증가로 인해 식료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할인점 매출이 신장됐다. 또 가전 및 건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자제품 전문점과 홈쇼핑이 롯데쇼핑의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백화점과 컬처웍스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매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지만 유통업 전체 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롯데마트, ‘세미다크 스토어’ 본격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이커머스 중심의 유통업 재편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통업을 비롯한 모든 소비재 사업에서 신속하고 편리한 택배 서비스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긴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유통 대기업으로서 침체에 빠져 있는 관련 업계와의 상생도 고민해야 할 위상을 감안하면 끊임없는 혁신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79년 출범한 롯데쇼핑은 같은 해 롯데백화점 1호점을 오픈하며 국내 유통가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1993년에는 한국 백화점 최초로 연간 매출액 1조원을 기록했고 1996년 온라인 쇼핑몰, 1998년 롯데마트를 연달아 오픈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을 본격적으로 주도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은 현재 백화점 35개점(국내 31개, 해외 4개), 아울렛 21개점, 마트 179개점(국내 116개, 해외 63개), 온라인몰 등을 비롯해 홈쇼핑, 컬처웍스, 하이마트 등의 자회사까지 유통 거의 전 부문에서 사업영역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는 지역 밀착 유통망을 중심으로 온라인 물류와 배송 차별화 역량을 확대해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올해 온라인 시장에서 배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매장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세미다크 스토어’로 매장 배송 거점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세미다크 스토어는 배송 전 단계인 패킹(packing)에 주안점을 두고 매장 영업과 동시에 후방에 핵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형태를 말한다.

세미다크 스토어는 대형마트가 오프라인 영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주문처리 능력까지 넓힐 수 있는 형태로 온라인 식료품(그로서리) 시장 성장을 대비한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배송을 위해 최적화한 ‘스마트 스토어’만으로는 매장 배송 거점화 전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배송 가능지역이 점포 기준으로 반경 3㎞ 이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마트 스토어 대비 5분의 1 수준 투자비와 확대 속도에 유리한 세미다크 스토어를 중점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매장의 일부 공간을 온라인 배송 전용공간으로 전환시켜 반경 15㎞ 이내 지역까지 배송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김건식 롯데마트 물류팀장은 “전국에 퍼져 있는 대형마트 점포를 이용한 배송 거점 전략을 본격화하려고 한다”며 “세미다크 스토어 등을 비롯해 고객 주문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새벽배송 이어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도 선보여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말 잠실점과 구리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29개까지 세미다크 스토어를 확대할 예정이다. 세미다크 스토어는 카트에 물건을 담는 피킹과 패킹 작업의 자동화를 위해 투트랙 전략을 선보인다. 피킹상품 배분의 자동화 설비를 활용한 ‘풋월’(Put Wall)과 로봇을 활용한 ‘AMR’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해 오픈하게 된다. 롯데마트는 29개 점포를 확보하게 되면 온라인 주문 처리량이 현재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풋월 방식은 이미 아마존 등에서 효율성을 검증받은 자동 패킹시스템이다. 매장에서 1차 피킹한 상품이 후방으로 들어오면 한 공간에서 상품 스캔을 통해 지역별, 고객별 분류를 직관적으로 수행해 정확도와 편의성을 극대화한 방식이다. AMR 방식은 자율이동 로봇을 적용한 패킹 자동화 설비로 올해 1분기 내 수원점과 월드컵점에 시범 도입 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주문상품 피킹과 패킹까지 자동화 설비를 갖춘 스마트 스토어도 올해까지 12개 점포에 적용시키게 된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새벽 배송(새벽에 ON)’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 롯데마트는 김포 온라인 전용 센터를 통해 서울 서부권 및 경기도 일부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서울과 부산 전 권역과 경기 남부 지역까지 확대운영 하고 있다.

이는 롯데슈퍼가 운영하고 있는 의왕, 부산 오토 프레시 센터를 롯데마트가 운영하게 되면서 가능해진 부분이다. 롯데마트는 의왕, 부산 오토 프레시 센터를 주간 배송이 아닌 오로지 새벽 배송을 위한 센터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새벽 배송 가능 처리 물량이 4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신규 소비자 확보와 월 구매 횟수 증가 등 온라인 매출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롯데마트는 ‘2시간 배송’, ‘새벽 배송’ 외에도 매장 내에서 주문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매장 픽업, 냉장 상품 스마트 픽업’,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 상품을 차에서 받는 ‘드라이브 스루’ 등 온라인 주문 상품에 대해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꾸준히 확보해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다”며 “구매 주체가 되는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고 예약시간을 설정, 수동적인 입장에서 주문 상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간과 방법으로 받아볼 수 있는 능동적인 입장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