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 사상 첫 2000조원 돌파
‘동학개미운동’이 일등 공신…실물과 괴리 지적도

8일 코스피가 파죽지세를 멈추지 않으며 120포인트 뛰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20.50포인트(3.97%) 폭등한 3,152.18에 장을 마쳤다. 사진은 이날 장을 마친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초부터 코스피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 지난 7일 종가 기준 사상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이로써 코스피는 2007년 7월 25일 처음 2000선을 돌파한 후 13년 5개월여 만에 3000 고지에 오르게 됐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도 2087조원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2000조원을 뛰어넘었다. 2000조원 돌파는 2010년 9월13일 1000조원대 돌파 후 10년 4개월만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개인 투자 열풍이 주식시장을 강타하면서 유례없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빚을 내고서도 투자하는 열풍이 이어져 상승장을 이끌다보니 지나친 과열에 대한 우려감도 일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지난해 한국 경제 전반에 코로나19의 충격이 컸던 만큼 서서히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기업 실적 전망치도 호전돼 상승 전망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부 산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기관 대신 개인들이 중시 ‘큰손’ 세력 주도

지난 7일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0 고지에 안착하면서 마무리했다. 전날에는 장 초반 사상 처음 3000을 넘어섰다가 후퇴해 2960대로 퇴장했다. 결국 7일 증시는 전날보다 63.47포인트(2.14%) 오른 3,031.68로 마감했다.

국내 주식시장 호황은 외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경기 순환주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된 데 기인한다. 미국 대선 종료, 브렉시트 타결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 및 주요국 백신 접종 시작 등으로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최근 대기업들이 반도체와 바이오, 전기차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는 것도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면서 ‘주식 열풍’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는 기관 투자자 등 주식시장 ‘큰손’들이 판 주식을 개인들이 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거래규모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원으로 2018년 대비 5조7000억원 증가했다. 거래비중은 65.8%로 2018년 대비 18.3%포인트 상승했다.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3월 30조원 대를 오르내렸던 반면 현재는 2배가 넘는 70조원에 육박했다. 사상 최대로 증가한 신용융자 잔고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시장 참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코스피와 코스닥 합계 20조원대에 달하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에 쏠림 현상 심해져

그러나 실물 경제 지표에 비해 지나치게 빠르게 코스피 3000고지에 올랐다는 우려와 시장과열로 유동성이 넘치면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점이 불안 요소로 존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가계부채에 빨간 불이 켜진 반면 주식시장만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과열은 저금리 기조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유동성이 높아지고 경기 회복 기대 심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교보증권 문종진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높은 수준의 고객예탁금 등 대기자금이 침체된 시장을 밀어 올릴 수 있는 잠재적 화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올해 빚투(빚을 내 주식투자를 하는 것) 현상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신용융자잔고가 19.4조원으로 역사적 최고점 수준”이라며 “신용거래는 주가가 급락하거나 결제대금이 납입되지 않을 경우 반대매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가 급락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원 이상 증가하는 종목도 크게 늘면서 ‘쏠림’의 편중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김광현 애널리스트는 “지난 4일 기준 LG화학, SK이노베이션, 현대차, 삼성SDI 등은 7% 이상의 상승률로 시총이 3조원 이상 늘었고 포스코, 삼성물산, LG전자 등도 하루 만에 1조원 이상의 시총 증가를 겪었다”라며 “1조 이상 시총 상승은 3거래일 만에 14차례 발생했고 이 중 2조원 이상의 시총 상승도 7차례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증시 전반의 역사적 고평가 수준의 도달 및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조정 가능성 등은 리스크 요인”이라며 “백신 보급 지연 및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등에 따른 경제 회복세 둔화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전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